20020531055752-Neil20Young20-20TonightNeil Young & Crazy Horse – Tonight’s the Night – Reprise, 1975

 

 

슬픔에 대한 치유의 앨범

음악은 뮤지션의 표현의 산물이고 우리는 그 표현을 듣는다는 생각은 여전히 미학의 주된 토픽이다. 이러한 표현 미학은 특히 록 음악의 경우 여전히 강력한 이데올로기로서 존재한다. 정서 표현 가운데 자주 논쟁에 오르내리는 것이 소위 부정적 정서이다. 기쁨이나 희망을 음악에서 듣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슬픔이나 비통함을 굳이 경험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 대답은 놀랍게도 기원전의 한 학자로부터 유래한 설명이다. 바로 카타르시스라는 것이다.

닐 영(Neil Young)의 [Tonight’s the Night]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카타르시스라는 말이다. 이 앨범에는 닐 영의 백밴드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에서 기타를 담당했던 대니 위튼(Danny Whitten)과 로디였던 브루스 베리(Bruce Berry)의 헤로인 과다복용에 따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매가 2년 가량 연기된 사연도 갖고 있다(닐 영이 음반에 확신을 못 갖고 발매를 미뤘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비통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이를 발산하고 제어하는 구성의 미 또한 갖추고 있다. 녹음된 지 거의 30년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의 감정을 정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앨범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블루스와 가스펠, 소울 등 흑인음악의 요소가 곳곳에 보인다는 것이다. 초기 블루스 스타일의 “Tonight’s the Night”에서 보여진 집요한 블루노트 사용이나 “Speakin’ Out”의 셋잇단음표, “Lookout Joe”의 가스펠/소울의 분위기는 백인적인 음악 어법에 충실했던 닐 영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다(이 앨범에 이어 녹음된 [On the Beach](1974)에서 닐 영은 블루스를 본격 탐구하기 시작한다. 특히 “For the Turnstiles”를 들어보라). 이 앨범에서 닐 영의 목소리와 그의 깁슨 기타는 어느 때보다 여리고 불안한 음색을 울려댄다. 또한 그의 하모니카와 벤 키쓰(Ben Keith)의 페달 스틸 기타, 여기에 닐스 로프그린(Nils Lofgren)과 잭 니체(Jack Nitzsche)가 번갈아 맡은 피아노 역시 앨범의 침울한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은 감정의 강약 조절이 실로 탁월하다. 먼저 슬픔이 극한으로까지 고조되는 곡들을 보자면 “Mellow My Mind”와 “Tired Eyes”가 있다. 이런 곡에서는 무엇보다 보컬이 인상적인데, 예컨대 각 곡에서 “ain’t got nothing on those feelings that I had”하는 부분의 애절한 목소리나 회한에 가득 찬 목소리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와 반대에 놓이는 곡으로는 컨트리 스타일의 “World on a String”과 “Roll Another Number”가 있다. 이 곡들은 고조된 감정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악기 구성을 최소화한 “Borrowed Tune”과 “New Mama”는 앨범에서 이례적으로 정적인 순간이다(“Borrowed Tune”에는 롤링 스톤즈의 “Lady Jane” 선율이 부분적으로 인용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곡들 바로 뒤에 웅장한 “Come on Baby Let’s Go Downtown”과 “Lookout Joe”가 이어져 극적인 감정의 대조를 연출한다. 앞의 곡은 1971년 필모어 이스트(Fillmore East)의 공연에서 가져온 라이브 트랙으로, 여기서 닐 영은 대니 위튼의 기타와 보컬을 들을 수 있는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앨범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Lookout Joe”라 할 수 있다. 잭 니체의 피아노와 닐 영의 일렉트릭 기타가 서로를 배려하며 감정을 고조시켜 가는데, 간주 부분의 기타 솔로는 실로 비장미의 극한을 보여준다. 마치 굿판이나 축제에서처럼 놀라운 정서적 힘으로 우리를 휘어잡는 주술적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앨범은 점진적으로 감정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다가 “Lookout Joe”에서 절정을 맞고 하강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앨범의 앞뒤에 쌍둥이처럼 배치되어 있는 “Tonight’s the Night”는 우리를 정화의 의식으로 초대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처럼 기능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정적인 무드로 시작하여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끝맺는 구조의 [Rust Never Sleeps](1979)와 더불어 형식미가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닐 영의 앨범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앨범 곳곳에 드러난 닐 영의 약물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 앨범을 일종의 자가 치료제로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약물로 황폐화되고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 무너진 자신을 더한 슬픔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이 앨범을 녹음하는 내내 닐 영은 술과 약물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나는 이 앨범을 감히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강렬한 정서적 체험을 맛보고 싶을 때마다 주저 없이 꺼내든다. 20020529 | 장호연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Tonight’s the Night
2. Speakin’ Out
3. World on a String
4. Borrowed Tune
5. Come on Baby Let’s Go Downtown
6. Mellow My Mind
7. Roll Another Number (For the Road)
8. Albuquerque
9. New Mama
10. Lookout Joe
11. Tired Eyes
12. Tonight’s the Night, P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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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