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스물세 살 음악 청년 고군(高君)은 지난 토요일 음반 매장에 갔다가 자기 딴에는 상당히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음반 매장에는 ‘닐 영(Neil Young)’이라는 가수의 새 음반이라 일컬어지는 [Are You Passionate?]가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었다. 닐 영? 그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가 처녀 총각 시절 좋아하셨다는 원로 가수 아닌가. 아니 이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나? 깜짝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고군은 닐 영의 음반이 쫙 널려있는 진열대를 뒤적여 보았다. 다시 한번 고군은 충격을 받았다. 에구, 겁나게 많이도 음반을 내놓았구나! 닐 영 이름으로 나온 CD가 얼핏 봐도 스무 장은 넘어 보였다.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닐 영 음반을 한번 사보려 해도, 가지 수가 너무 많아 도대체 무얼 어떻게 사야 할지 통 대책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생 신분에 닐 영 음반을 몽땅 사는 건 너무도 무모한 짓이다. 일단은 작전상 후퇴하여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 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은 고군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닐 영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했다. 우선 먼저 평소 뻔질나게 드나드는 대중음악 웹진 [weiv]에 가보았다. 뭐, 닐 영 음반 리뷰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고군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는 없었다. 낙담한 나머지 이 분야 최고의 정보량을 자랑하는 ‘All Music Guide’에도 가보았지만, 되지도 않는 영어 실력으로 닐 영의 유구장대한 이력을 꿰뚫기에는 능력 부족이었다. 에구 나는 안 되나 보다 절망의 늪에 빠지려는 순간, 고군의 머리 속엔 갑자기 ‘오대리(吳代理)’의 얼굴이 마치 신의 계시처럼 떠올랐다. 오대리는 몇 년 전 PC 통신 록 음악 동호회에서 알게 되었는데, 나이는 고군보다 훨씬 많아 삼십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회사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대리의 록에 대한 뜨겁고도 칙칙한 열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동호회 내에서 종종 화제가 되곤 했다. 그는 더군다나 과시욕이 상당히 있는 편이라, 누가 록에 관련된 질문을 할라치면 자기가 모르면 밤을 새서라도 관련 자료를 찾아내어 기어이 알려주는 몹시 기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긴 그렇게 살다보니, 만년 대리에 장가도 아직 못 간 처지가 되었다는 후문이 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이 아저씨라면 닐 영에 대한 궁금증을 삽시간에 풀어줄 수도 있겠다는 부푼 희망을 안고, 고군은 msn 메신저에 로그인 했다. 일이 되려는지, 마침 오대리는 온라인 상태였다(이렇게 화창한 날 모니터나 들여다보고 있다니 참으로 구제불능인가 보다, 라고 고군은 자신의 처지도 엇비슷함을 망각한 채 그렇게 생각했다).

고군~(” )~: 안냐세여? ^^
오대리: 오, 고군! 오랜만이네~
고군~(” )~: 헤헤… 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오대리: 흠 그래? 무엇인가?
고군~(” )~: 저, 닐 영이라고 아시죠?
오대리: 그럼 잘 알지! 안 그래도 지금 그 분의 신보를 기쁜 마음으로 듣고 있다네!
고군~(” )~: 글쿤여!! 저도 듣고 싶은데… —
오대리: 그럼 들으면 될 것 아닌가?? 빌려줄까?
고군~(” )~: 웅… 네… 저 그런 게 아니고……. –;;
오대리: ??
고군~(” )~: 제가 닐 영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여?
오대리: 오 그래? 그럼 내가 알려주리???
고군~(” )~: 그래 주시면 고맙겠구요… ^^;;;
20020529083815-Neil20Young20(1)(0)오대리: 닐 영은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라네.
고군~(” )~: 어랏, 미국 사람이 아녔네여?
오대리: 그렇지. 1945년 11월 12일 토론토에서 태어났다네. 본명은 Neil Percival Kenneth Ragland Young. 아버지는 Scott Young이라고, 상당히 유명한 스포츠 캐스터라 한다네. 우리로 따지면 하일성 씨나 송재익 씨와 비슷한 위치라고나 할까?? ?ㅗ? ~
캐나다에서 밴드 활동을 조금하다가,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와 Stephen Stills와 함께 싸이키델릭 포크 록 밴드 The Buffalo Springfield를 결성했지. 거기서 이름을 알리다가 밴드 해체 이후 솔로 활동과 Crosby, Stills, Nash & Young 활동 등으로 명성을 얻었고, 1972년 [Harvest]라는 음반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지. 이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 중이야.
고군~(” )~: 네…
오대리: 이제 의문이 풀렸는가??
고군~(” )~: 아직… 그 사람 음악 스타일은 어때요??
오대리: 음… 그게 말야 여기서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데, 그 분의 경력이 워낙 길고 다양해서. 이건 만나서 술 마시며 해야 할 테마인데…
(지금 자신이 무척이나 심심하여 껀수를 찾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고군~(” )~: (아저씨랑 논다는 게 꺼림직해서) ^^;;; 그래두.. 지금 쫌 알려 주세여~
오대리: 흠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럼 닐 영의 음악 스타일을 우리 한번 다음과 같이 나눠 보자꾸나!!!
즉 1. ‘어쿠스틱(acoustic)’ 닐 영과, 2. ‘일렉트릭(electric)’ 닐 영으로!!!
고군~(” )~: 예..
20020529083815-Neil20Young20(2)(0)대리: 1. ‘어쿠스틱 닐 영’은 고군을 비롯한 기타 등등 여러분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포크 싱어’로서의 닐 영을 뜻함. 헌데 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Heart Of Gold”의 무지막지한 대히트로 그의 이미지까지 고정시키는 결과를 낳았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선입견이 유독 심함. 이게 뭐 그렇게 나쁘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다종다양한 닐 영의 음악 영역을 올바로 파악하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으로 이게 다라고 여기는 아해들의 태도가 나는 좀 못마땅하네~
2. ‘일렉트릭 닐 영’은 보다 흥미로운 닐 영의 세계임. 즉 그는 일렉트릭 기타의 달인으로서, 그의 연주는 흐느적거리고, 무거우며, 마치 뽕을 맞은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김. 그의 진득하고 깊이 있는 기타 플레이는 그 심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하네~
고군~(” )~: 오… 그럼 각각을 대표하는 음반들은 머가 있나여?
오대리: 그건 msn의 한정된 공간으론 썰을 풀어놓기 무척 어려운 고난도의 질문인데….. 하지만 고군이 지금 내 얼굴 보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 내 한번 무리해봄세.
1. ‘어쿠스틱 닐 영’의 대표 음반은…
[After The Gold Rush](1970), [Harvest](1972), [Comes A Time](1978), [Harvest Moon](1992), [Unplugged](1993), [Silver & Gold](2000) 아참, 선정 기준은 오대리 맘대로!
2. ‘일렉트릭 닐 영’의 대표 음반은…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1969), [Tonight’s The Night](1975), [Zuma](1975), [Live Rust](1979), [Freedom](1989), [Ragged Glory](1990), [Weld](1991), [Sleeps With Angels](1994), [Mirror Ball](1995) 훨씬 많다네…. 역시 오대리 맘대로~
3. 1과 2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특기작
[Rust Never Sleeps](1979)
뭐 이렇다네…
고군~(” )~: 와 넘 많아요! 돈도 없구, 흑 TㅗT~~ 보다 간편한 ‘컴필’은 없나여?
오대리: 물론 있지!! 가장 유명한 닐 영 관련 컴필레이션은 바로 [Decade](1977)라네. 초짜 시절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즉 그가 펄펄 날아다니던 때의 대표곡을 두 장의 CD에 빼곡하게 정리한 멋들어진 음반이라네! 닐 영의 진수를 아쉬움 없이 접할 수 있지. 닐 영을 처음 듣는다면 용돈 아껴서 구입해보길 적극 권장하네.
고군~(” )~: 옷 그렇군요! 그럼 그것부터…
오대리: 잠깐! 아직 한 장 더 남아 있다네. 바로 [Lucky Thirteen](1993)이라는 음반인데, 이게 좀 ‘문제작’이라네……
고군~(” )~: 옙?? oㅗo ~ 문제작이라녀??
오대리: 이것은 닐 영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1980년대 게펜(Geffen) 레코드사 소속 시절 노래들을 모은 편집 음반이라네. 닐 영의 발광에 가까운 중구난방의 음악 세계를 당황스럽도록 접할 수 있지. [Decade]만큼 훌륭하지는 않지만, 닐 영의 세계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함직 하다네.
고군~(” )~: 헉 그렇군요! 근데 왜 닐 영이 게펜 시절에 말썽이 많았져?
오대리: 아, 그건 정말 여기서 말하기 버겁고… 소문에 의하면 머지않아 [weiv]에서 닐 영 특집을 마련한다던데, 그때 리뷰를 보도록 하게나.
고군~(” )~: –;; 알겠슴돠~ 그럼 닐 영의 1990년대는 괜찮았나여?
오대리: 그럼 괜찮다마다!! 1990년대는 닐 영이 ‘그런지의 대부’로 추앙을 받던 영광의 나날들이었다네!!!
고군~(” )~: 우왓! 그런지의 대부씩이나!? 정말요?
20020529083815-Neil20Young20(3)(0)오대리: 그럼! 1990년대에 접어들어, 이 바닥의 뮤지션들은 닐 영이 지닌 특성과 본질이 그런지의 감성과 상당히 맞아떨어지고, 또한 그런지의 핵심을 1970년대에 이미 구현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거 아닌가! 특히 염세적이고 내향적인 노랫말, 몹시나 어둡고 일그러진 기타 톤, 또한 닐 영의 잘난 척 않는 소박한 자세 등이 그랬다지! 그래서 후예들이 “이 분이야말로 ‘대부’란 말이다!”라고 떠받들게 되지 않았던가!!
고군~(” )~: 글타면, 닐 영은 그냥 한물 간 ‘옛날 가수’라고만 볼 수는 없네요?
오대리: 그럼!!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네! 닐 영이야 말로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영원한 현역’이라네!! 그의 음악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진지한 자세는 많은 모범과 귀감이 되네. 자신의 세계를 변함없이 유지하면서도 당대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려는 자세, 그리고 한군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음악적 실험과 시도를 거듭하는 태도는 예술가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네. 고군도 이번 기회에 닐 영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접하기를 내 간절히 바라네.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에 [weiv]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닐 영 스페셜은 닐 영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척박한 편인 우리나라에 한줄기 시원한 단비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고군~(” )~: 옙! 오랜 시간 깨우침을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오대리: 뭘… 그럼 좋은 시간 되길! 행운을 비네!!! ^^~~~ 20020527 | 오공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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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l Young [Silver And Gold] – vol.2/no.13 [20000701]

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