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온 나라가(푸훗?) 들썩이는 가운데, 한 전직 음악인이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13일 열리는 전국 동시지방선거에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황신혜밴드 출신의 조윤석(37세)씨. 그동안 스타급 연예인이 친근감과 인기를 발판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적은 있으나, 무명에 가까운 비주류 음악인이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서울시 마포구 구의원(서교동)에 출마할 예정인 조윤석씨는 홍익대 건축과 출신으로 황신혜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또한 각종 문화 이벤트를 기획한 ‘문화 공상 실천가’이자 잡지 편집인(현재 음악잡지 [MDM]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명예(감투?)를 위해 출마하는 지방 유지나 중앙무대 진출을 위해 출마하는 정치인(꾼?) 같은 여타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굳이 비교해보지 않아도, 조윤석씨가 매우 이채로운 출마자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작가들이 대접받고 더 나은 여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일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는 조윤석씨. 그가 이번에 출마하기로 한 서교동은 홍익대를 배후로 한 지역이다. 대학가란 점, 게다가 미술대가 강한 홍익대 앞이란 점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문화예술적으로 비옥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술과 관련된 공간(작업실, 공방, 갤러리, 학원)이 많고,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인디 음악 씬(이른바 ‘홍대 앞’)이 형성되어 여러 클럽과 레이블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 또 허름하지만 싸고 맛있는 음식점과 술집, 고급 카페, 유행을 선도하는 옷가게 등이 모여 있어서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가이기도 하다.

서교동을 뉴욕의 ‘예술 거리’ 소호(Soho)처럼 만들겠다는 조윤석씨는 개발을 통한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삶의 환경과 질적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다. 예컨대 문화예술인과 주민이 일상에서 더 자주 만나는 판을 만듦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것. 해발 60여 미터에 불과한 작은 산이지만 마포구의 중요한 녹지 공간인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계획에 맞서 개발 반대 연대모임에 동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홍대 앞 문화판의 큰형을 자임하는 조윤석씨의 출마 준비 소식에 출마를 예정하던 경쟁자들은 대수롭지 않아 하면서도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 아직은 미풍에 불과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조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예측도 나오고 있다 :).

“최근 선거를 앞두고 팬클럽이 유행인데 가칭 ‘조사사(조윤석을 사랑하는 사람들)’가 결성될 움직임은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씨는 “아직 많진 않지만 ’88 우짜집'(주: ‘산울림 소극장’ 건너편의 술집) 아저씨를 비롯해 도와주시겠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웃는다. 황신혜밴드 시절 “님과 함께”를 특유의 막무가내 창법으로 불러 재끼던 조씨. 삐삐롱스타킹의 “유쾌한씨의 껌 씹는 방법”의 모델이기도 한 조씨. 지방선거가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유쾌한 이벤트’가 될 수 있을지, 홍대 앞 인디 씬 출신의 정치권 진출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산층 이상의 주민이 적지 않은 서교동 유권자들이 이 아마추어 정치인의 출사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씨는 밤이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다고 한다. 기름 발라서 2:8 가르마를 타고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20020512 | 이용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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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혜밴드 [만병통치(萬病通治)] 리뷰 – [weiv] vol.3/no.1 [20010101]

관련 사이트
[주간 동아] 기사: “노는 무대 정치판으로 옮겨볼까”
http://www2.donga.com/docs/magazine/weekly_donga/news324/wd324kk040.html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 연대
http://sungmisan.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