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21081224-SymVarious Artists –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 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 2001

 

 

21세기 처음으로 등장한 ‘Nugge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2001)는 현재 디트로이트를 근거지로 하여 활동 중인 거라지 록(garage rock) 밴드들의 노래를 모은 ‘옴니버스’ 음반이다. 굳이 ‘옴니버스’라는 걸 강조한 이유가 있다. 이 음반은 통상적인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기존에 만들어진 트랙을 여기저기 끌어모은 게 아니다. 즉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는 여기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은 뮤지션들이 동일한 장소, 동일한 녹음 장비로 작업한 곡들을 담은 음반이기 때문이다(같은 날짜에 한꺼번에 모이지는 못하고, 각자 스케줄에 맞게 따로 따로 레코딩 했다). 이 작업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기획했다. 프로듀싱과 녹음 또한 그가 도맡았다. 잭 화이트의 의도에는 자신의 홈타운에서 함께 맹활약 중인 동료들을 불러 모아 ‘기념비’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이 섞여있던 게 분명하다. 이는 디트로이트 네오 거라지 록이 남다른 두각을 보여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더구나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간판 주자로 떠오른 현 상황을 볼 때, 상당한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음반 타이틀이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인 것은, 발매 레이블인 심퍼씨 포 더 레코드 인더스트리(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와 연관이 깊다. 이 회사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물론, 이 음반에 참여한 밴드 다수가 소속된 거라지 록 중심의 인디 레이블이다. 따라서 음반 제목을 풀어 보자면, “심퍼씨 포 더 레코드 인더스트리 레이블이 선사하는 디트로이트 거라지 록 밴드들의 사운드”쯤이 될 것이다.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는 디트로이트 거라지 록 밴드 열 세 팀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독특한 건 트랙 사이사이 “~(밴드 이름) Blues”라는 소품이 군데군데 박혀있다는 점이다. 제목대로 전부 블루스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둔탁하고 느리거나(“Payback Blues”, “Dirtbomb Blues”, “Banty Rooster Blues”), 올갠이 두드러진 영가 풍(“Come On Blues”), 또는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Soledad Blues”), 노이즈가 많이 섞인 블루스 록(“Buzzard Blues”) 등 다양한 스타일이 섞여 있다.

이런 ‘간주곡’들 뿐 아니라 음반의 ‘본론’ 또한 마찬가지다. ‘거라지 록’이라는 공통 분모 아래 뜻을 함께하여 모였지만, 이 열 세 팀은 각자 지닌 경륜과 기량을 바탕으로 고유의 개성이 두드러진 각양각색의 연주를 펼쳐낸다. 여기에는 강렬하고 힘이 넘치는 로큰롤이 있으며(패이백스(The Paybacks)의 “Black Girl”, 더트밤스(The Dirtbombs)의 “I’m Through With White Girls”, 디트로이트 코브라스(The Detroit Cobras)의 “Shout Bama Lama”), 리듬 앤 블루스도 있고(헨치맨(The Hentchmen)의 “Accusatory”), 블루스 록(솔리대드 브러더스(The Soledad Brothers)의 “Shaky Puddin'”), 서던 록 스타일의 부기우기(밴텀 루스터(Bantam Rooster)의 “Run, Rabbit Run”, 클론 디펙츠(The Clone Defects)의 “Whiskey ‘N Women”)도 있다. 걸 그룹 스타일의 파워 팝(코 앤 더 넉아웃스(Ko & The Knockouts)의 “Black And Blue”, 컴 온스(The Come Ons)의 “Sunday Drive”), 프로토 펑크(버저즈(The Buzzards)의 “High Class”), 심지어는 위얼윈드 히트(Whirlwind Heat)의 “Decal On My Sticker”처럼 미니멀리즘을 품은 뉴 웨이브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가 견지하는 ‘다양성’의 광경은, 거라지 록이 본래 특정한 음악 스타일이나 기법 상의 뚜렷한 특성을 나타내는 장르라기 보다는, 당대의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일종의 ‘시대 정신’의 도구로 쓰이는 추상적인 개념에 더욱 가까운 용어임을 볼 때, 일견 수긍이 간다.

2001년 록 음악계에 주목과 열광을 몰고 온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활약으로 심도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디트로이트 거라지 록이, 과연 그런지 시절의 시애틀이 누렸던 명성을 고스란히 재현해낼 수 있을까? 물론 디트로이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록 씬은 유구한 전통과 영향력을 오늘날까지 보존해 오고 있다. 여기엔 앰보이 듀크스(The Amboy Dukes, 1970년대 하드 록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린 테드 뉴전트(Ted Nugent)가 몸 담았던), 퀘스천 마크 앤 더 미스터리언스(? And The Mysterians), MC5, 이기 (팝) 앤 더 스투지스(Iggy And The Stooges) 등 ‘원조’ 거라지 록 밴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앨리스 쿠퍼(Alice Cooper)나 밥 시거(Bob Seger) 등 아메리칸 하드 록의 원로들도 디트로이트 록의 ‘계보’를 빛내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남성적이고(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마초적’이라는 의미로 여기기는 어렵다) 직선적인 사운드’가 디트로이트 록의 특성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이 연주하는 강렬한 터치의 록은 1970년대 펑크 록은 물론 헤비 메탈의 융성에도 결코 적지않은 기여를 담당했다.

위와 같은 디트로이트 록의 찬란한 업적이 과연 오늘날 다시 발현되어, 깊이 있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력을 후대에까지 발휘하게 될 것인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30여 년 전의 원조 거라지 록이 당시 상황에서, 오늘날 전설에 육박하는 영예를 누리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운명과 역사의 흐름이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록을 오랫동안 가까이 해 온 ‘골수 팬’들이라면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가 풀어놓는,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아예 ‘복사판’에 근접하는 음악 세계에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따지자면, 여기엔 어떤 ‘새로움’의 기운이 빠져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판박이 음악’으로부터 느끼는 낙담을 애써 토로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존경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대하는 ‘원조 거라지 록’도 등장했던 당시, 이미 스타일 자체로는 그다지 새로운 면모라곤 찾아보기 힘든 구태의연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다만 신선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신선함’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가속도를 타고 우리에게 얼마나 혁신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는가. 21세기 초입에 불현듯 우리의 시야에 떠오른 네오 거라지 록 또한, ‘혁신’으로 탈바꿈 할 잠재력이 넘쳐나는 참신함으로 가득하다. 이미 록의 역사 한 페이지만을 차지한 채 콜렉터들의 방구석을 장식하는 것만으로 제 기능을 다 한 줄만 알았던 “너겟츠(Nuggets)”의 세계가 지금 여기, 우리와 더불어 힘과 열정으로 가득찬 숨결을 토해내고 있다.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 오르는 일이다. 20020517 | 오공훈 [email protected]

8/10

*여담 :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 거라지 록 밴드들의 노래를 유사한 방법으로 담은 [Sympathetic Sounds Of Montreal]이 현재 제작 중이라고 한다.

수록곡
1. Black Girl – The Paybacks
2. Payback Blues – The Paybacks
3. Dirtbomb Blues – The Dirtbombs
4. I’m Through With White Girls – The Dirtbombs
5. Accusatory – The Hentchmen
6. Black And Blue – Ko & The Knockouts
7. Come On Blues – The Come Ons
8. Sunday Drive – The Come Ons
9. Soledad Blues – The Soledad Brothers
10. Shaky Puddin’ – The Soledad Brothers
11. The Sound Of Terror – The Von Bondies
12. High Class – The Buzzards
13. Shout Bama Lama – The Detroit Cobras
14. Banty Rooster Blues – Bantam Rooster
15. Run, Rabbit Run – Bantam Rooster
16. Whiskey ‘N Women – The Clone Defects
17. Decal On My Sticker – Whirlwind Heat
18. Red Death At 6:14 – The White Stripes
19. Buzzard Blues – The Buzzards

관련 글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Immoratal Lee County Killers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ives [Your New Favourite Band] 리뷰 – vol.4/no.10 [20020516]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Flaming Sideburns [Hallelujah Rock ‘N’ Rollah]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 레이블 사이트
http://www.sympathy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