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weiv] 게시판에서 있었던(혹은 진행중인) mp3을 둘러싼 논쟁은 제법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음악(산업)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물론 쉬 결론이 안 나겠지만, 어쨌든 역사적인 문제이니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mp3 논쟁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mp3와 더불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통제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둘러싼 미국음반산업협회와 웹 캐스팅 업체들간의 갈등은 2002년 5월 21일 저작권 사무국이 최종적으로 내놓을 권고안으로 일단락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한 곡 당 0.0014센트의 고정적인 로열티를 주장하는 사무국과 매출비율에 따라 적용하자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 웹 캐스팅 업체들간의 갈등은 쉽게 타협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을 냅스터에 대한 승소 이후 음반산업계가 인터넷으로 시장 통제권을 확대하려는 욕망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대)기업의 논리와 자유로운 정보 교류, 값싼(혹은, 거의 공짜의) 음악 감상을 위한 소비자들의 입장은 앞으로도 첨예하게 대립될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유럽연합이 올 7월부터 디지털 컨텐츠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곧 미국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양 대륙의 갈등으로 인해 (거의) 공짜라고 인식되던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생각도 어쩌면 전반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 외에, 음악을 분류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도 논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음악 산업의 전반적인 변화와 흐름을 목격해야 할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생활양식과 문화도 함께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흐름을 거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과거 라디오와 비디오가 등장했을 때 음악산업계와 영화산업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생각해보면, 현재 인터넷을 둘러싼 ‘가진 자’들의 반응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자본의 무한증식에의 욕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네오 거라지 록처럼 음악 스타일의 변화도 음악 자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음악산업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변화는 오히려 음악을 만들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논점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소비하고 향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왔고, 그 해결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흔히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말합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략 20년 정도의 주기로 유행이 반복된다는 ‘통계’도 내놓습니다. 대중문화, 특히 음악도 예외가 아니어서 10년 주기로 그 스타일이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부분적으로 맞고 부분적으로 틀린 얘기입니다. 뮤지션 스스로의 감수성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음반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시장을 개척하려는 계산도 있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의 입장과 생산자의 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곧 ‘유행’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차고’ 록(garage rock)의 부흥은 뉴 메탈(nu-metal)과 함께 주목할 만합니다. 어쩌면 여기에도 음악의 주기율을 대입시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성급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 움직임이 어디로 흘러갈지 우선은 지켜보고 즐기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5월 두 번째 [weiv]의 특집 기사에는 ‘거라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앨범들의 리뷰를 통해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로 야기된 네오 거라지 록(neo garage rock)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가 ([weiv] 필자들을 포함하여)지구 반대편의 갑작스러운 호들갑에 어리둥절할 이 땅의 음악 팬들에게 재미있고 유용한 소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현재 연재 중인 아시안 아메리칸 특집으로 아시안 아메리칸 힙합에 대한 글이 두 번에 나뉘어 실립니다. 이번에는 아메리칸 힙합에 대한 논의 중에서 그 동안 철저하게 외면당해온 아시아계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래퍼인 제임즈(Jamez)의 음악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아시안 아메리칸 걸 그룹 특집 기사는 ‘특별 부록’처럼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음악적으로 발현되어 그들의 음악이 아시안 아메리칸 ‘특유’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차별에 대한 저항의 연장으로서의 그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필자의 마지막 지적은,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밖에 꾸준히 미지의 영역을 탐구, 소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시리즈도 두 개의 앨범 리뷰가 추가되었습니다. 항상 이 코너의 필자는 매번 연재를 중단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곤 하는데, 관심 있는 독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은 필자(들)의 우울증을 일거에 해소시켜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울러 이번 호는 특집 기사들이 빠방한 관계로 일반 리뷰들이 빛을 못 볼 것 같은 우려도 있습니다. 부디 이런 걱정이 한낱 기우가 되도록 앨범 리뷰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신보, 특히 한국 대중가요의 리뷰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매번 업데이트 때마다 자의식처럼 고개를 쳐드는 것이지만,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있습니다. 당부처럼 말씀드리자면 [weiv]의 편집자들은 언제나 역량 있는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싱숭생숭한 한국 정치계의 분위기, 늘어만 가는 카드 빚과 군대 문제, 성적 문제, 연애 문제와 같은 ‘서기 2002년의 우울’은, 해도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는 생각으로 잠깐 잊어 버리시길.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부디, 오늘 하루만이라도 비 해피 하시길! 20020516 | 차우진 [email protected]

* * *

이번 호의 기사

[Cover Story]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이기웅
MC5 | Kick Out The Jams
라이브를 한다면 이들처럼 – 이기웅
The Stooges | The Stooges
개 같은 나날들 – 김성균
Various Artists | Nuggets: Original Artyfacts From The First Psychedelic Era, 1965~1968
거라지 록의 영원불멸한 참고서 – 오공훈
Various Artists |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21세기 처음으로 등장한 ‘Nuggets’ – 오공훈
Detroit Cobras | Life Love and Leaving
변명하지 않는 커버 밴드 – 이기웅
Von Bondies | Lack Of Communication
디트로이트 네오 거라지 록의 만화경 – 오공훈
Yeah Yeah Yeahs | Yeah Yeah Yeahs EP
소진되지 않는 록의 가능성 – 이기웅
Immortal Lee County Killers |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서던 블루스가 하드코어 펑크를 만났을 때 – 오공훈
Vue | Find Your Home
새로운 세대의 낡은 집 찾기 – 김성균
Hives | Your New Favorite Band
First Cool ‘Hives’ – 김성균
Hellacopters | High Visibility
‘신념의 수호자’들의 화끈한 자기 증명 – 오공훈
Flaming Sideburns | Hallelujah Rock ‘n’ Rollah
순수한 쾌락 추구의 흥겨운 한마당 – 오공훈

[Album Review]
타부 | 월식 EP
불온한 상상력, 불안한 꿈- 차우진
위치 윌(Witch Will) | Trip On Havana
반역이냐 모방이냐? – 오공훈
T(티) | Gemini / Hip Hop Album
양동작전으로 일궈가는 나머지 반쪽의 재능 – 신지근
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 | Source Tags & Codes
미국 인디 록의 위풍당당한 저력 – 최민우
Weezer | Maladroit
새로운 시작? – 김태서
Pet Shop Boys | Release
새로움의 강박을 넘어선 노장의 지혜 – 장호연

[Special]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 특집
Asian American Grrrl Power in Chicago: Jenny Choi & The Third Shift / Kim – 김필호

[US Line]
아시안 아메리칸 힙합의 현황과 전망 (1) – 양재영
아시안 아메리칸 힙합의 현황과 전망 (2) – 양재영
Mountain Brothers | Self, Volume 1
아시아계 힙합 게릴라의 야심찬 출사표 – 양재영
Visionaries | Sophomore Jinx
LA의 숨은 강자가 들려주는 현란한 비트와 추상적 비트 – 양재영
Offwhyte | Squints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숨은 보석 – 양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