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4101256-0410mc5MC5 – Kick Out The Jams – Elektra, 1969

 

 

라이브를 한다면 이들처럼

라이브 연주와 스튜디오 연주는 그 성격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연주자와 관객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 서로 감정을 교류하며 이루어지는 연주와 소수의 관계자들이 심심한 녹음실에 모여 음악을 조탁하듯 진행하는 연주는 그 느낌이 도저히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다. 비록 기교적이고 음향적인 면에서는 스튜디오의 우월성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연주자가 개인의 능력을 넘어 초월적 경지에 도달하는 모습은 라이브가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 문제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공연을 일상으로 행하는 사람들이 매 번의 라이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출근해서 업무 보듯 하는 라이브가 적지 않고, 이는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간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가끔씩 모든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을 때의 라이브는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흥분과 희열을 맛보게 한다.

1968년에 디트로이트의 그랜드 볼룸에서 있었던 MC5의 라이브는 바로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공연이었다(MC5를 힙합 그룹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기서의 MC는 그 MC가 아니라 ‘Motor City’를 줄인 말이다). 그 공연 실황이 [Kick Out The Jams]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록 역사상 가장 다행스러운 일 중의 하나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라이브 앨범이다. 이것에 필적하는 라이브 앨범은 있을지 몰라도 단언컨대 이것을 능가하는 라이브 앨범은 없다. 앨범의 서두를 장식하는 제이 씨 크로포드(Brother J.C. Crawford)의 선동적인 오프닝 멘트와 격정적인 로큰롤 넘버 “Ramblin’ Rose”를 거쳐 그 유명한 “And right now, right now, it’s time to… Kick Out The Jams motherfuckers!!!”라는 롭 타이너(Rob Tyner)의 외침에 도달하고 나면 우리는 록 역사상 가장 뜨겁고 박진감 넘쳤던 공연 현장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깨닫게 된다.

MC5는 철저히 라이브를 지향하는 밴드다. 이들의 스튜디오 앨범들이 결코 이 앨범을 능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이러한 지향성 때문이다. 육체적/정신적 에너지의 분출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의 음악은 스튜디오의 차분한 분위기에서는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관객을 마주 대한 상황이 되면 이들을 능가할만한 그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발산하는 힘과 열정은 가히 초인적이며 이들이 연출하는 열띤 분위기는 듣는 이를 무아의 지경으로 이끈다. 이처럼 놀라운 라이브가 가능했던 것은 물론 일차적으로 MC5의 탁월한 역량의 소산이겠지만 1968년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도 이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보편화되어 있던 시절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한낱 어리석은 믿음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적어도 당시의 사람들에게 이것은 매우 진실되고 확고한 신념이었다. 이 앨범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는 단순히 MC5에게서 발산되는 생물학적 에너지라기보다는 당시 그 곳에 모였던 사람들의 믿음과 열망이 투영된 종교적이고 혁명적인 기운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러한 추측은 이 앨범의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면 좀 더 근거 있는 확신으로 변한다.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은 겉보기에는 강력하고 폭발적인 초기 하드 록이지만 그 근본에는 영혼의 외침인 흑인 영가가 자리잡고 있다. 흑인 영가의 기본 형식을 이루는 싱코페이션과 폴리리듬 그리고 펜타토닉 스케일은, 평크의 원형을 제시한 타이틀 트랙이나 헤비 메탈의 등장을 예견한 “I Want You Right Now”, 거라지 록 넘버들인 “Come Together”와 “Rocket Reducer No 62 (Rama Lama Fa Fa Fa)” 등 앨범의 모든 트랙에서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Starship”에서 나타나는 리드 보컬과 백업 보컬 간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컬은 당대의 흑인 보컬 그룹들에 의해 대중화된 흑인교회의 찬미 형식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이들이 모타운(Motown)의 근거지인 디트로이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모타운 소울 보다 멤피스의 스택스(Stax) 소울에 더 큰 친화성을 보이는 것도 모타운의 잘 다듬어진 대중적 소울 보다는 가스펠의 영향을 크게 받은 스택스의 거칠고 원초적인 소울이 이들 음악의 목적에 더욱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MC5 음악의 목적은 라이브를 단순한 무대 위의 연주행위를 넘어 일종의 종교의식으로까지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관객에게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으며, 관객을 객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 에너지를 모아 보다 높은 차원으로 고양시키는 것이었다. 이 앨범은 이들의 이러한 목적이 가장 잘 구현된 MC5 음악의 총화이며,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디트로이트 거라지 록의 예술적 정점이다. 이들은 이 앨범을 통해 디트로이트 록 씬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고 이 지역의 음악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겼다. 그런데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탓일까? 오늘날의 디트로이트 네오 거라지 로커들 중 이들의 영향을 드러내놓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뜻밖에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MC5는 어차피 자기들이 접해보지도 못한 그룹이고, 음반을 통해서 접하기로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나 런던의 젊은이들이나 자기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곧이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늘날에도 디트로이트의 록 음악에서 MC5의 자취를 찾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네오 거라지 로커들의 이러한 부인은 역설적으로 이들의 영향을 보다 강력히 증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MC5의 유산은 이 지역의 확고한 전통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이들 젊은 로커들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들의 음악적 본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20020510 | 이기웅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Ramblin’ Rose
2. Kick Out The Jams
3. Come Together
4. Rocket Reducer No 62 (Rama Lama Fa Fa Fa)
5. Borderline
6. Motor City Is Burning
7. I Want You Right Now
8. Sta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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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Kick Out The Jams”

관련 사이트
MC5 비공식 사이트
http://ourworld.compuserve.com/homepages/rauk/mc-5.htm
디트로이트 밴드 링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detroitrockand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