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2025804-kds-1김두수 – 김두수 1집(시오리길/귀촉도) – 서라벌, 1986

 

 

한국 ‘민속 록(folk rock)’의 명반이 될 뻔했던 작품

언젠가 한번 1986년을 ‘한국 대중음악에서 슬픔이 분출한 해’라고 쓴 적이 있다. 그 해는 한영애, 시인과 촌장, 어떤 날의 음반이 발표된 해이고(구체적인 앨범 이름은 생략한다), 이 음반들은 늦깎이들의 실질적 데뷔작으로 오랫동안 참고 머금어 왔던 슬픔을 ‘이제 드디어’ 분출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현식의 3집 앨범이나 들국화 1집 앨범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들국화의 앨범은 한 해 전에 발매되었지만 ‘파장’이 본격적으로 번진 것은 1985년보다는 1986년이었다). 많이 알고 있겠지만 이 음반들은 모두 ‘동아기획’이라는 레이블(상표)을 달고 나왔는데, 동아기획제(製) 음반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여기서 간단히 할 성질의 이야기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김두수의 데뷔작 역시 이런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음반은 동아기획의 레이블명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세션을 맡은 조원익, 이원재(베이스), 이병우, 이영재(기타), 배수연(드럼) 등의 이름은 동아기획이 단지 하나의 레이블이 아니라 어떤 움직임(movement)을 일컫는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이후 김두수의 2집 앨범이 동아기획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은 어떤 ‘확증’으로 다가오고, 따라서 이 음반 역시 ‘1986년의 정서’를 나타낸다는 점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김두수의 음악은 ‘신촌 언더그라운드’의 주류(?)와도 또 다르다.

첫 트랙은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 위에 3절의 노래 형식을 가진 “작은 새의 꿈”이다. 전주와 간주에서 C 코드로 시작하여 3번 줄을 개방현으로 놓아둔 채 세 번째 마디에서는 네 손가락 모두 두 프렛씩 올려서 만든 화음은 폴 사이먼(Paul Simon)을 연상시킨다. 한편 세 박자의 느릿느릿한 아르페지오가 울려퍼지면서 폐소공포증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정아의 장미”는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어떤 외국 아티스트가 영향을 주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외국으로부터의 영향’을 논하는 것은 딱 이 정도에서 그친다. 여린 기타 연주 사이로 터져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음악 전체를 독창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거기에 피리 소리와 서정주(!)의 시가 등장하는 “귀촉도”, 목탁이 울려대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노래한 “꽃묘(시오리길 2)”는 음악의 ‘원산지 증명’을 해준다. 오죽하면 “시오리길”에 등장하는 슬라이드 기타 소리조차 ‘토속 악기가 아닐까’라는 망상을 낳겠는가. 이런 시도가 ‘민속악기의 기계적 도입’으로 그치지 않은 이유는 5음계로 이루어진 선율이나 세 박자의 리듬으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 형식이 노랫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꽃묘”와 “시오리길”에서의 동양적(?) 정서의 달관과 완상은 “우편엽서”와 “작은배와 파랑새”에서의 정갈한 서양적(?) 서정이나 “흐린 날의 연가”에서의 ‘프로그레시브’한 몽환과 평행선을 이룬다. 평행선이란 ‘결코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끝까지 함께 동반한다’는 의미다. “여로”에서는 평행선을 그리는 두 선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물론 가장 대중적으로 와닿는 곡은 앞서 언급한 “작은 새의 외침”일 것이다. 특히 후렴에서 “하늘로 날고 싶네”라는 외침은 시인과 촌장(=하덕규)의 “부탁해”(“비둘기에게”)나 한영애의 “꿈을 찾는다”(“여울목”)는 외침만큼이나 절절하고 종교’적’이다.

이로써 이 음반은 ‘조동진주의(?)’와 ‘김정호주의(?)’의 종합이 비로소 달성된 작품이 될 뻔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일까? 아티스트가 너무 숫기없고 수줍어서? 그것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음반의 기술적 결함 때문일 것이다. 다름 아니라 이 음반은 ‘7 프로’에 속전속결로 녹음을 해치운 산물이다(참고로 한국 음악산업에서 ‘프로’란 영어로는 ‘레코딩 세션(session)’의 단위이고 통상 3시간 반이다). 따라서 이 음반은 ‘노래는 괜찮은데 사운드가 개판’인 경우에 속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작품 없는 작가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가. 20020429 | 신현준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작은 새의 꿈(원제: 철탑 위에 앉은 새)
2. 귀촉도
3. 우편 엽서
4. 시오리길
5. 여로
6. 어허야 둥기 둥기
(이상 Side A)
(이하 Side B)
7. 꽃묘
8. 흐린 날의 연가
9. 정아의 장미
10. 작은배와 파랑새
11.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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