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2014105-0409aerialmAerial M – Aerial M – Drag City, 1997

 

 

게으르지만 비범하게 부유하는 음향들

에어리얼 엠(Aerial M) 혹은 파파 엠(Papa-M)은 데이비드 파조(David Pajo)의 ‘별명’ 혹은 ‘예명’이다. 이런 다양한 이름들은 그의 ‘다양한’ 시도들의 성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에어리얼 엠이든 파파 엠이든 ‘원 맨 밴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가 M이라는 문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데이비드 파조는 한국계 ‘트기'(이른바 ‘Part Korean’ 혹은 ‘Half Korean’)로 알려져 있고 그 때문인지 아시아계 미국인 인디 밴드들의 레코딩을 모은 앨범 [Ear Of The Dragon]에도 마지막 트랙에 데이비드 파조 밴드(David Pajo Band)라는 또 하나의 예명으로 한 곡을 수록했다. 또한 포스트록의 선구자인 슬린트(Slint)나 포스트록의 대명사처럼 간주된 토오터스(Tortoise)의 멤버로 활동한 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리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음악인 같지는 않다. 씨임(Seam)의 박수영이 한 인터뷰에서 “데이브 파조는 켄터키에 살고 있어서 그를 거의 보진 못했습니다. 저는 그의 밴드인 에어리얼 엠의 열렬한 팬입니다”라고 말한 것이라든가 씨임(Seam)의 팬 사이트 운영자가 “나의 기타 우상. 절대적으로 천재 뮤지션”이라고 평한 것을 보면 그가 어떤 인물일지 상상할 수 있다.

사진을 보면 그는 매우 게을러 보이지만 무언가 비범한 구석을 가진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게으른 비범함’은 음악에 그대로 투영된다. 음향은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단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곡선을 그리면서 순환한다. 리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인공적으로 세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배경음일 뿐이다(첫 트랙 “Dazed And Awake” 정도의 곡은 리듬이 강한 편이라서 비교적 친숙하게 들을 수 있지만). 그러니 청자는 음에 몰입하기보다는 음을 들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방향 없이 떠도는 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방향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애초에 목표로 설정한 방향 같지는 않다. 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저런 낯선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지만 그 낯설음이 공포스러운 경험을 안겨주지도 않는다. 테이프 역회전이 들어간 뒤 돌연 정지하는 트랙 “Compassion For M”에서는 다소 두려운 순간이 닥쳐오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건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 듯한데 그게 무엇인지는 창작자 외에는 잘 알기 힘들 것 같다. 아참, ‘가사’는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멜로디감을 느끼기도 어렵지 않은데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역시 표현할 언어의 공급이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중반부의 트랙들은 다소 심심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절대로 스톱 버튼을 누르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스타일의 음악은 ‘사운드트랙적인 무드 록(soundtracky mood rock)’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슬린트의 불안정하고 긴장감이 강한 연주 스타일에서 이렇게 나른한 무드를 강조하는 스타일로 바뀐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그게 하나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음악의 흐름을 기다리다 보면 마지막 트랙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현과 효과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향의 짜임을 맞이하게 된다. 그 기다림이 그리 애타는 것이 아니었기에 듣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말은 사족이겠지만, 이 글이 실리는 호의 주제와 억지로 관련을 지으려고 하다보니 이런 음악적 특징이 그의 절반을 구성하는 ‘아시아적인 것(asianness)’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상관이 있지도 않지만 없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마도 이런 점이야말로 말로 표현하면 촌티가 팍팍 날뿐더러 ‘말도 안 되는’ 게 되지 않을까? 20020430 | 신현준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Dazed And Awake
2. Aass
3. Wedding Song No. 2
4. Rachmaninoff
5. Skrag Theme
6. Compassion For M
7. Always Farewell

관련 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의 활로 찾기: ‘Directions in Sound’ 공연 후기 – vol.4/no.9 [20020501]
Various Artists [Ear Of The Dragon] 리뷰 – vol.4/no.9 [20020501]
aMiniature [Murk Time Cruiser] 리뷰 – vol.4/no.9 [20020501]
Versus [Two Cents Plus Tax] 리뷰 – vol.4/no.9 [20020501]
Mia Doi Todd [Zeroone] 리뷰 – vol.4/no.9 [20020501]
Venus Cures All, [Paradise By The Highway] 리뷰 – vol.4/no.9 [20020501]
eE, [Ramadan] 리뷰 – vol.4/no.9 [20020501]
Korea Girl, [Korea Girl] 리뷰 – vol.4/no.9 [20020501]
아시아계 미국인 인디 록 씬에 관하여 – vol.2/no.10 [200005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Aerial M, Papa-M 공식 사이트
http://www.papa-m.com
[Ear Of The Dragon] 음반에 관한 비공식 리뷰
http://www.nyu.edu/pages/pubs/realizasian/1296music.html
[Ear Of The Dragon] 투어에 관한 비공식 리뷰
http://www.tweekitten.com/tk/articles/ear.of.the.drag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