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26032807-0409ost_revenge어어부 프로젝트 – 복수는 나의 것(OST) – 드림비트, 2002

 

 

부박한 천민을 위한 엘레지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은 음악이 없는 영화다. 최소한의 화성을 갖춘 악구조가 부재한다는 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세팅된 불행 뒤로 은근한 나르시시즘을 깔아 주었던 기존 영화 음악의 역할은 이 영화 내내 적대적으로 배제된다. 이런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어어부 프로젝트가 맡았다.

영화 안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는 딱 두 번 등장한다. 한 방 건너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걸러, 그렇게 겹겹이 쌓인 방벽을 통해 들려오는 트로트(“정”), 그리고 피아노, 트럼펫, 신서사이저로 만든 효과 음향 두서넛 프레이즈(“삽질” “열린 옆구리”). 불협화성, 녹슨 경첩 문처럼 삐꺽거리는 그 프레이즈는 비밥 재즈의 한 패턴을 닮아있는 듯하지만 비밥의 약물성 나르시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인과 윤리의 자장을 벗어난 인간들의 관계가 기이하게 맞물리는 접점마다 신경질적으로 마찰하며 감각 기관을 긁어댄다.

자리를 잃었던 음악이, 아니 노래가 비로소 말문을 트는 것은 엔딩 크래딧에서다. 더불어 박찬욱도 건드릴 수 없는 어어부 프로젝트만의 공간이 마련된다. 농아 류(신하균)가 자신의 박복한 운명에 견디지 못해 터뜨리는 절규인 양, 우발적인 응징에 끝까지 동의하지 못하는 동진(송강호)의 웅얼거림인 양, 동물적으로 꺽꺽대는 효과음이 들려온다. 그 위로 각각 열병과 취기의 모드로 오버더빙된 백현진의 ‘만가’가 들어선다. “정말 미안해 / 나를 이해해 줘 / 꿈은 맑고 잠은 더러워 / 이제부터 복수는 나의 것 / 어쩔 수 없이 복수는 나의 것…” 어쿠스틱 기타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샘플과 함께 느릿느릿 이어지다 성가 풍의 오르간, 남성 코러스로 비장하게 마무리되는 구조는 일찍이 탐 웨이츠(Tom Waits)가 [Frank’s Wild Years]나 [Black Rider]에서 들려준 만가 오페라를 연상시킨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전작 [21C New Hair](2000)부터, 탐 웨이츠는 어어부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 손쉬운 키워드의 하나가 되었다. 그것이 손쉬울 때는 탐 웨이츠와 백현진의 창법을 비교할 때 드러나는 명증성 때문이지만 나머지는 좀더 미묘하다. 즉, 어어부가 전후 유랑극단 음악과 온갖 B급(?) 대중가요의 형식을 캠프와 극사실주의적 비전으로 필터링하는 것을 두고 탐 웨이츠가 동유럽이나 유라시아의 보헤미안 음악에 팝을 섞었던 것을 ‘물리적으로 차용한 것’이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 미묘함은 단순히 상대방의 특정 스타일을 가져다 쓰는 것 이상이다. 그것을 나는 두 세계관간의 접점이라 해석하고 싶다. 그 세계관은 탐 웨이츠의 언어로는 연극성과 보헤미아니즘이 될 것이고, 어어부 프로젝트의 언어로는 해학과 신파의 정서가 갖는 요설과 부랑성이 될 것이다.

세계관이 계통을 이룰 때 그것은 그것을 가진 모든 텍스트에 역사성을 부여한다. 어어부 프로젝트에게선 그런 계통화된 세계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 “정말로 이상하다”, “시시한 개”는 각각 탱고 풍 트로트, 1970년대 대학가 포크송, 신쓰팝의 스타일을 가져다 쓰고 있는데 실험적으로 해체하거나 다른 스타일을 뒤섞기 보다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고 있다(가령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세상은 요지경”(신신애)간의 이데올로기적, 장르적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사는? 일상적이다. 언어의 일상화는 [손익분기점]부터 [개, 럭키 스타] [21C New Hair]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복수는 나의 것]에서 정점을 이룬다. 대상에 초현실주의 혹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풍광을 입힐 수 있는 어의와 소재를 선택하는데 주목했던 백현진은 이제 삶의 구체성을 완전히 포착할 일용어를 찾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데 주력한다(“복수는 나의 것”, “정”, “따뜻한 마음”에서 드러나는 대구의 효과를 보라). 더불어 풍자와 해학, 허장성세가 주는 페이소스도 진해졌다. 탐 웨이츠처럼 그것은 자기희화화를 위한 것이고, 거기서 자신이 대상화하는 객체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놓지 못하는 사람의 절망이 배어 나온다.

홍대 앞의 한 트렌드가 된 키치 퍼포먼스에서 뭇 홍대파(?) 소재주의자들이 피할 수 없었던 혐의인 엘리티즘은 그래서 어어부 프로젝트와 거리가 멀다(멀어졌다?). 초기부터 이들은 계급적 낙오자들에 대한 자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정서적 낙오자들의 개인적 심상과 뒤섞이며 팔자순응주의자의 유희로 노회한 모양이다. 산다는 것은 일종의 몰락이라는 것, 무기력의 전능도 웃기는 “삽질”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한 생 사는 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 그 우습고 슬픈 유희가(歌)야말로 한국의 어어부 프로젝트가 갖는 덕성이다. 20020424 | 최세희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삽질
2. 방송용 사연
3. 열린 옆구리
4. 복수는 나의 것
5. 황급한 슬로우 모션
6. 누락된 경음악
7. 무거운 신발
8. 정
9. 정말로 이상하다
10. 설악산 도토리 묵
11. 따뜻한 마음
12. 시시한 개
13. 복수는 나의 것
(bonus)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동영상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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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어어부 프로젝트 팬 사이트
http://uhuhboo.corea.to
http://cafe.daum.net/projectsound
영화 [복수는 나의 것] 공식 사이트
http://www.myboksu.co.kr
[쌈넷] 어어부 프로젝트 & 이상은 라이브 (로그인 필요)
http://www.ssamnet.com/10_baram_live/index.asp (제60회)
[컬티즌] 인터뷰: 백현진, 우리시대 젊은 예술가의 초상
http://www.cultizen.co.kr/front/myimp.htm?My_code=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