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22021614-yellow옐로 키친(Yellow Kitchen) – Random Elements ’60 – Nviron, 2002

 

 

무절제한 아드레날린의 도취

시간의 흐름 위에 삶을 놓게 되면서부터 인간이 그것에 얽매이게 되었다고 인정한다면 변화하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외부적 흐름이란 본인의 제어능력을 초월한 자연섭리이다.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무한히 반복되는 리듬에 몸을 싣게 되면 순간이나마 자신이 그것을 조절/억제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옐로 키친(Yellow Kitchen)의 새 앨범 [Random Elements ’60]은 극히 이성적인 음향의 반복과 혼합으로서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있다는 착각을 주게 된다. 그리고 만약 이런 경우가 옐로 키친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 영화의 좋고 나쁨과는 상관없이 하드 보일드 스타일로 일관하여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처럼, 옐로 키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단절된 효과음의 남발은 청자에게 조작된 권위와 실험용 아드레날린을 부여하는 동시에 감정은 제거되고 테크놀로지만 남기게 되어, 이(들)의 음악은 능력의 과신이 불러온 패착이 아닌가 갸우뚱하게 되고 추후로 소수에게만 추앙 받는 ‘저주받은 걸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징후는 “You Can Play With My Brain”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45초 정도의 짧은 분량을 지닌 이 곡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음률이 6초 정도 흐르면서 페이드 아웃되고 다시 19초 동안 흐르면서 동어반복식으로 약간 변형된 리듬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 음악이 랜덤(random)되어 자잘한 성분(elements)으로서 음의 분절과 미분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차갑고 기계적으로 순환되는 사운드가 청자의 몰입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면서 의식의 추구를 위해 기존 양식을 위악적으로 무시하고 성분들을 마구잡이로 불러오는 무절제를 행한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아울러 다양하게 치장된 특징은 편파적이고 미로 같은 묘연함을 지닌 이미지의 편린으로 공통된 합일점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만에 빠진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며, 애초의 의도가 형식의 무관심이었을지 모르나 한편으로는 그것에 더욱 집착하는 듯한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모두 스물 한 곡에 70여분의 러닝타임으로 빼곡이 채워진 이 앨범에서 정작 ‘들을 만한’ 음악은 네 곡 정도에 불과한데, 물론 선택된 곡들은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옐로 키친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곡이다. 이는 유리창 위에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방울을 느낄 수 있는 “Spiral Flowers”, 우주를 유영하는 부드러운 손사래가 유년기의 몽상과 어우러져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듯한 “Spaar Beach, Do You Remember The Summer?”, “Where’s Your Hat, Mr?”를 말하는 것이며 이외에 “SpaceKat B”의 원형 등도 포함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각종 효과음과 내레이션, 이질적인 불협화음의 남발로 융합될 수 없는 것들의 배열이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From The Ruins”를 포함한 나머지 열 일곱 곡들은 상대적인 위치에 자리잡게 된다. 비록 힙합 리듬의 그루브함을 차용한다든지 오랜만에 일렉트릭 기타가 중심으로 나서는 음악을 찾을 수 있을지라도.

이를테면 이 음반의 전체적인 지형도는 작위적인 ‘무형식의 형식’으로, 소통의 주체를 상실할 수 있는 위태로움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음악은 단절적이고 무절제한 요소들이 상충되어 스스로를 경원(敬遠)토록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노력이 없다면 도착점을 찾기 어려운 현학적인 미로는 같은 길이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펼쳐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결국 모든 곡들이 흐르는 동안 엔트로피(entropy)는 증가되는데, 삶이란 시간의 소비가 아니라 축적이며 역행하는 엔트로피의 감소라고 본다면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또 다른 매듭을 묶고 있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기란 요원하다. 20020419 | 신주희 [email protected]

2/10

수록곡
1. Asanamanasa
2. Somebody Loves You
3. T AT A
4. You Can Play With My Brain
5. Spiral Flowers
6. Giant B’z
7. Spaar Beach, Do You Remember The Summer?
8. Discovery
9. Wika
10. Crustasia Guru
11. Sure To Rise (’60 Type)
12. flickER lettER
13. From The Ruins
14. Memories Of Forgotten Souls
15. Hey Sunshine
16. Swimming Apples In The Vinu River
17. Where’s Your Hat, Mr?
18. MASter of Onion
19. SpaceKat B (Proto Type)
20. Bullhornsandwitch
21. Sleely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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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옐로 키친 공식 사이트
http://www.n-vir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