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06 What’s New In Lady’s Neo-Soul?

지금까지 소개한 여자 소울 뮤지션들이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은 이미 서술한 바와 같지만,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 또한 찾아낼 수 있다. 네오 소울이 ‘네오’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 단지 ‘싱어’가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등장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빼어난 흑인 여자 가수는 많았지만 직접 작사 작곡을 해내고 악기를 연주하고 프로듀싱까지 해낸 여자 뮤지션은 흔치 않았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세대의 여성 네오 소울 뮤지션들은 (모두는 아니지만) 이런 작업들을 직접 해내고 있다. 메리 제이는 가사와 프로듀싱으로 작업 영역을 넓히고 있고, 에리카, 메이시, 엔지, 질은 가사를 써내는 이상을 하고 있으며, 로린은 명실상부한 자기 음악의 창조자이고, 미셸은 거기에 덧붙여 빼어난 베이스 연주자이기도 하다. 대중음악, 특히 흑인음악이 몇몇 남자 ‘모굴 프로듀서’의 손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네오 소울’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1960~70년대의 ‘클래식 소울’을 음악적 원천으로 삼아 가스펠이나 재즈 등을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흑인 음악의 특징인 ‘과잉 프로듀싱’에 대한 반발로서 간결하고 ‘자연적인’ 사운드를 추구한다. 기계적인 비트, 신시사이저의 음향을 가급적 배제하고, 드럼, 혼, 관악기, 스트링, 기타 등의 실제 연주를 적극 도입하여 미묘하고도 우아한 고전 소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대개 (메리 제이처럼 ‘게토 소녀’ 출신인 경우도 있지만) 흑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나 부모로부터 혹은 교회 성가대에서 음악 교육을 받거나 본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이 보다 오래된 전통적인 흑인 음악으로부터 독자적인 자기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관습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데서 벗어나 흑인 여성으로서의 존엄과 일상(로린, 질), 성적 욕망(미셸, 메이시)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Track 07 Male Alliance Interlude

그렇다면 ‘형제들’은 어디에 있는가? 여자들의 ‘네오 소울’에서 남자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조종자가 아니라 나란히 선 동료이거나 든든한 후견인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네오 소울’ 동료 뮤지션들이 있다. 디안젤로(D’Angelo), 맥스웰(Maxwell),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특히 디안젤로는 여자 동료들과 여러 모로 관련이 깊다. 앤지 스톤의 전 남자친구로서 서로 경력을 북돋웠고, 에리카 바두의 성공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렇지만 네오 소울 여자 가수들의 크레딧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는 필라델피아의 힙합 ‘밴드’ 루츠(The Roots), 특히 드러머 쿠에스트러브(?uestlove, aka 아미르 칼리브 톰슨 Ahmir Khalib Thompson)다. 루츠와 쿠에스트러브는 특히 에리카 바두의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동향의 질 스캇을 ‘발굴’해내는 등 네오 소울의 숨은 공로자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어 트라이브 콜드 쿠에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다.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e!)와 루시 펄(Lucy Pearl)의 멤버였던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스튜디오 뮤지션 말릭 펜들턴(Malik Pendleton – 메리 제이의 프로듀서) 등이 직접적인 조력자였다면, 프린스(Prince),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 또한 네오 소울 자매들이 이름을 높이는데 공헌했다. 또 최근에 모스 데프(Mos Def), 큐팁(Q-Tip), 쿠에스트러브, 디안젤로, 에리카 바두 등이 소울 어쿠에리언스(Soul Aquarians)라는 집단을 구성하여 공연과 음반 작업에 있어서 함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집단의 막내인 바일럴(Bilal)은 현재 에리카 바두와 함께 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이 흑인 음악에 있어 ‘혁신자'(루츠, ATCQ, 디안젤로)거나 ‘이단아(프린스, 레니 크레비츠)’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커먼(Common)이나 구루(Guru) 같은 이들의 이름을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미국의 주류 R&B와 힙합에 대한 대안적 활로를 추구하는 뮤지션 집단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일 것이다.

Track 08 Who’re Next? : India.Arie, Alicia Keys, Sunshine Anderson, Syleena Johnson

최근 1~2년 동안 참 많은 R&B/소울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주목할 만한 새로운 음악으로서는 여자 뮤지션이 두드러졌음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새로운 소울 세대(new soul generation)’라는 표현으로서 이들을 폭넓게 지칭하곤 한다. 이들 역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 자연적인 사운드 등의 특징이 두루 나타나기는 하지만, ‘네오 소울’이라고 묶일 만한 명확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의 주류 R&B와는 구별되는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 창작과 제작 시스템을 통하기도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R&B 생산 시스템이 ‘새로운 소울’의 활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01년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앨리샤 키스와 인디아 아리를 비추었다.

인디아 아리나 앨리샤 키스는 각각 데뷔 앨범 [Acoustic Soul][Songs In A Minor]에서 ‘네오 소울’의 전략를 의식적으로 추구한 면이 보인다. 각각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연적인’ 소울 사운드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드럼 머신이나 신시사이저가 가급적 배제되었음은 물론이다. 인디아 아리의 경우, 흑인 음악의 영웅들에 대한 헌사로 음반을 시작하고 있으며(“Intro”), 현재의 미디어 스타덤을 슬쩍 비판하면서(“Video”) 흑인/여성으로서 존엄을 내세우고(“Brown Skin”, “Strength, Courage, and Wisdom”), 어쿠스틱 기타를 매개로 포크, 힙합 등을 융합하여 흑인 커뮤니티를 넘어서 광범위한 청중에게 ‘크로스오버 어필’을 시도한다. 앨리샤 키스 또한 암시적 명시적으로 올드 소울에 기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며(“Fallin'”) 흑인 여성으로서의 자기인식을 드러내는(“A Woman’s Worth”) 측면은 같지만, 재즈와 클래식을 적극 끌어들여(“Piano & I”) 대중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노리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의식적인’ 네오 소울 지향이 물론 이들의 자의식적인 노력에서 나온 것임은 부인할 필요가 없지만, 지금은 유니버설 레코드 산하의 흑인 음악 전문 레이블로 자리잡은 모타운(인디아)과, ‘R&B 모굴’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가 아리스타 레코드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한 J 레코드(앨리샤)가 ‘네오 소울’, 혹은 ‘새로운 소울 세대’를 내세우는 상업적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했음 또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둘말고도 주목할 만한 여자 신인 뮤지션들은 많이 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0020329021848-0407s01인디아와 앨리샤만큼 각광받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주목받을 만한 딱 두 명만을 우선 꼽아보라고 한다면 선샤인 앤더슨과 실리나 존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선샤인의 [Your Woman]과 실리나의 [Chapter 1: Love, Pain & Forgiveness]는 올드 스쿨의 접근법을 따르면서도 훨씬 친숙한 주류 R&B의 감각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그렇지만 이를테면 주류 R&B의 ‘과장된’ 창법의 상투성에서 벗어난 풍부한 목소리와 소울풀하면서도 절제된 창법(이걸로만 따진다면 인디아나 앨리샤보다 더 매력적이다), 잘 다듬어진 프로듀싱(그렇지만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낸 노랫말(그러나 둘 다 완전한 싱어송라이터는 아니다), 클래식 소울과 재즈 등을 포괄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선샤인 앤더슨의 매니저가 메이시 그레이라는 사실, 실리나 존슨의 아버지가 1960년대 소울 싱어 실 존슨(Syl Johnson)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어쨌든 소속 레코드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밀어주는 모양이니 선샤인과 실라나의 미래는 계속 주시할 만하다.

Sunshine Anderson – Heard It All Before
Syleena Johnson – I’m Your Woman

음악 실력이나 개성이 이들보다 뒤떨어지지는 않았으되,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운이 따르지 않은 뮤지션들도 많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되지 않은 로컬 아티스트거나 메이저의 홍보 전략상 뒷전으로 밀린 이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마는…

Track 09 Sade Connection Interlude : Sade, Amel Larrieux, Les Nubians

‘갑자기 웬 샤데이?’ 라고 물을 것이다(그래서 ‘인터루드’다). 샤데이는 나이지리아의 피가 절반 섞인 ‘영국’의 ‘팝/R&B’ 뮤지션이고, 게다가 1984년 데뷔 앨범 [Diamond Life]로 일약 전세계적인 팝 스타가 된 ‘1980년대’의 뮤지션 아닌가? 샤데이는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2000년 [Lovers Rock]을 내놓고 미국 순회공연을 벌이는 등(인디아 아리가 오프닝을 맡았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여기서 샤데이(그리고 그녀와 함께 활동하는 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재즈 무드와 클럽의 흥겨움을 담은 샤데이의 음악이 미국의 주류 R&B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에이멜 라리유는 데뷔 앨범 [Infinite Possibilities](2000)를 통해, 샤데이의 영향이 묻어나되 보다 재즈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샤데이처럼 신비스러운 목소리는 아니지만(보컬의 힘이나 두터움이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보컬 재즈, 애시드 재즈, 정글, 힙합, 가스펠 등 다양한 원천을 결합한 감각적인 음악이다. 그녀의 경력을 살펴보니, 뉴욕을 활동 무대로 하여 1990년대 중반 그루브 시어리(Groove Theory)라는 듀오로 활동했고, 샤데이의 백업 밴드 멤버들이 결성한 스위트백(Sweetback)에서 보컬을 맡았다. 샤데이와의 음악적 친화성이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에이멜 라리유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R&B 바닥을 넘어서서 폭넓게 호소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mel Larrieux – Get Up

프랑스의 자매 듀오 레 뉘비앙은 샤데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샤데이처럼 아프리카의 피를 절반 물려받았다는 점이 흥미롭다(프랑스인 아버지와 카메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레 뉘비앙의 데뷔 앨범 [Princesses Nubiennes](1998)은 샤데이의 부드럽고 미묘한 재즈 감각의 R&B, 소울 투 소울(Soul II Soul)의 감각적인 클럽/댄스/R&B의 영향 하에, 아프리카 팝과 힙합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빼어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Tabou”는 샤데이의 “Sweetest Taboo”를 개작한 곡이다). 프랑스어를 부르는 탓에 미국에서는 상업적 한계가 뚜렷하지만, 이른바 ‘월드 뮤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확산됨에 따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미국 내의 R&B와의 상호 영향에 관해서는 미지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샤데이와 ‘샤데이 커넥션’이 내포하고 있는 대안적 가능성에 대한 미국 R&B 씬의 무관심은 미국 흑인 음악(나아가서는 미국 대중음악 전체)의 ‘자기 폐쇄 회로’를 잘 보여준다. 낱낱이 열거하기도 힘든 영국의 R&B/소울의 풍부한 흐름을 계속 외면한다면 미국 R&B는 자기 혁신의 또다른 기회를 점점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Track 10 Arrested Development Connection Interlude : Dionne Farris, Laurnea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이하 AD) 또한 R&B/소울과는 별반 관련이 없어 보인다. 1990년대 초반, 아프리카 중심주의로부터 영향받은 사회의식적, 영적 랩/힙합의 주인공 AD는 그러나 1996년 해산하면서 두 명의 R&B/소울 뮤지션의 산파 역할을 했다.

디온 패리스는 정식 멤버는 아니었지만 어레스티드의 출세작 “Tennessee”를 비롯하여 1992년 데뷔 앨범 [3 Years, 5 Months & 2 Days in the Life Of…]의 몇 트랙에서 보컬을 맡았다. 밴드와 헤어진 후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Wild Seed – Wild Folwer](1994)는 그녀의 힘있는 보컬을 바탕으로 당대의 얼터너티브 록과 흑인 음악의 여러 요소들(힙합, 훵크, 블루스)을 융합시켰다. 차트에서 볼 수 있었던 “I Know” 말고도, 레니 크래비츠로부터 샘플을 따온 트립 합 스타일의 “Stop To Think”, 록 스타일의 기타가 이끄는 블루스 기반의 “Passion”, 비틀스의 원곡을 어쿠스틱 훵크로 다시 부른 “Blackbird”의 커버 버전 등 들을 만한 곡이 많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여 록과 R&B의 융합을 시도했던 미셸 은디지오첼로가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아온 데 비해, 디온은 데뷔 앨범 이후 더 이상의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여 대안적 R&B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Dionne Farris – Passion

20020329021848-0407s02‘AD 커넥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로니아라는 이름의 가수다. 그녀의 앨범 두 장 [Betta Listen](1997)과 [Laurnea II](2000)에 실려있는 크레딧에는 AD의 스피치(Speech)와 앞서 언급했던 라파엘 사딕, 알리 샤히드, 그리고 영국의 R&B 프로듀서인 디제이 케밋(DJ Kemit), 오마르(Omar) 등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여러 프로듀서들이 저마다 만들어준 재즈, 애시즈 재즈, 어번 팝/소울, 소프트 훵크 등의 다양한 사운드(특히 트랙마다 독특하게 펼쳐지는 비트가 인상적이다)를 바탕으로 로니아는 변화무쌍한 목소리와 보컬 스타일을 들려준다. 로니아는 단아한 어번/댄스 팝 디바(“Happy”)가 되기도 하고, 매혹적인 소울 가수가 되기도 하고(“Infatuation”, “Days Of Youth”, “Betta Listen”, “Still Come Back 2 U”), 단아하고 우아한 재즈 가수가 되기도 한다(“Today”, “Gone”, “Keep Your Head Up”).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레이블(YabYum)에서 발매된 데뷔 앨범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앨범은 DIY 레이블에서 나왔기 때문에 제대로 노출되지도 못했고 지금은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재즈와 소프트 훵크를 바탕으로 한 로니아의 독특한 음악은 ‘인디펜던트/로컬’의 차원에서 아직 머물러있다.

Laurnea – Happy

Track 11 Something Good and/or Bad : Kelis, Blu Cantrell, RES, Ledisi

다시 가던 길로 돌아와 최근 등장한 신인들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보자. 먼저 소개할 켈리스는 사실 ‘기타’로 묶어서 설명하기에는 ‘거물’이 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다. 1999년 데뷔 앨범 [Kaleidoscope]으로 그녀는 앤지 스톤, 질 스캇과 더불어 ‘R&B의 미래를 책임질 세 명의 여자 뮤지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켈리스는 이 글에서 거론되는 뮤지션 중에서 가장 힙합에 근접한 스타일이다. 직접 랩을 하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시종 쿵쿵거리는 비트가 이어진다. 켈리스의 음악에는 흔히 ‘미래주의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채드 휴고(Chad Hugo)로 이루어진 현재 정상을 구가하는 힙합 프로듀서 팀 넵튠스(The Neptunes)가 켈리스의 모든 곡을 빚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미래주의’ 혹은 ‘사이파이 소울(sci-fi soul)’이라는 표현이 붙어다니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녀의 데뷔 앨범에 실린 음악들은 수준 이상이지만 그녀만을 두고 평가해 본다면, 넵튠스의 화려한 장식과 현란한 비트 속에서 뚜렷한 개성을 확립하지는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타까운 것은 주제나 사운드 면에서 미래주의적 현란함이 더해진 신작 [Wanderland](2002, 발매 예정)에서 이런 면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사실이다.

켈리스만큼이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신인 블루 캔트럴은 데뷔 앨범 [So Blu](2001)에 수록된 “Waste My Time”, “Hit’Em Up Style(Oops!)” 등 히트곡들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들뜬 힙합 비트가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드는 가운데, 블루 캔트럴은 재즈의 기교와 향취가 가미된 팝/R&B 보컬을 뽐내고 있다. 줄곧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라 캐치한 멜로디를 가진 두어 곡을 제외한다면 앨범 전체를 내리 듣기는 벅차다는 느낌 — 켈리스를 들을 때와 마찬가지의 느낌 — 을 주기는 하지만, 보컬 기교로만 본다면 나무랄 데가 없다. 소울 싱어로서 기본 이상의 성량과 기교를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발전이 더 기대된다.

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찾아낸 가장 큰 ‘수확’은 리스가 아닌가 싶다. 위의 두 명의 성공의 배경에는 음반사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지만, 리스의 데뷔 앨범 [How I Do](2001)에 대해서는 고작 웹 사이트 mp3.com을 통한 온라인 프로모션 수준 정도만이 제공되었을 뿐이다. 리스 또한 진중한 네오 소울보다는 활기찬 팝/록-R&B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다. 기본 스타일을 고수하되 요소들을 뜯어보면 특히 기타 연주와 비트 운용에 있어서 록 음악, 훵크,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의 영향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R&B 디바처럼 압도적이지도 않고 네오 소울 레이디처럼 영혼의 울림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감각적인 리듬에 잘 어울리는 미묘함을 잘 살려내고 있다.

리스로 마감하기가 아쉽다면 또 한 명만 더 소개해보자. 레디시의 음악, [Soulsinger](2001) 역시 재즈와 팝/록, 훵크, 힙합 등을 포괄적으로 받아들였다. 활기찬 훵크 트랙들과 함께, 재즈적인 느낌을 강화한 곡들(“Take Time”, “I Wantcha Babe”)이 공존한다. “Coffee” 같은 곡에서는 질 스캇이나 앤지 스톤의 열정과 에리카 바두의 미묘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메이저 음반사가 아니라 DIY 레이블(LeSun 레코드사)에서 나와 ‘풀뿌리적’인 마케팅에 의존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Ledesi – Coffee

Track 12 Outro

다소 사후적인 설명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쟁쟁한 2001년의 ‘대안적’ 여자 신인 R&B/소울 뮤지션들 중에서 인디아 아리와 앨리샤 키스만이 유독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음악의 ‘성취 수준’의 문제를 별개로 한다면, 첫째 이들이 싱어송라이터라는 점과 관련될 것이다. 그저 가수이기만 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대안적’ 음악을 포장할 때 통용될 수 있는 역설적이다. 둘째, R&B와 소울에 바탕하면서도 힙합, 팝, 포크, 재즈 등의 음악을 적극 수용하여 흑인 청중을 넘어서는 ‘크로스오버 어필’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R&B/소울에만 충실해서는 크로스오버를 이루기 힘들고, R&B/소울과 록 음악을 섞는 방식으로는 일반적인 흑인 청중에게 호소할 수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이런 역설과 딜레마는 ‘새로운 세대의 소울’이 하나의 상업적 범주로 자리잡았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20020227 | 이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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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여자 소울 프로젝트 (1) – vol.4/no.5 [20020301]
India.Arie [Acoustic Soul] 리뷰 – vol.3/no.13 [20010701]
Alicia Keys [Songs In A Minor] 리뷰 – vol.3/no.18 [20010916]
Sade [Lovers Rock] 리뷰 – vol.2/no.24 [20001216]
Les Nubians [Princesses Nubiennes] 리뷰 – vol.4/no.7[20020401]
Kelis [Kaleidoscope] 리뷰 – vol.4/no.7 [20020401]
Blue Cantrell [So Blu] 리뷰 – vol.4/no.7 [20020401]
RES [How I Do]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India.Arie 공식 웹사이트 (모타운 레코드)
http://www.indiaarie.com/
Alicia Keys 공식 웹사이트 (J 레코드)
http://www.aliciakeys.net/
Sunshine Anderson 공식 웹사이트
http://www.sunshineanderson.com/
애틀랜틱 레코드 Sunshine Anderson 페이지
http://64.12.34.100/frames/frames.html?page=artists_music/default.html?artistID=1011
Syleena Johnson 공식 웹사이트
http://getmusic.mp3.com/microsites/syleenajohnson/
Amel Larrieux 공식 웹사이트
http://www.amellarrieux.com/
그녀의 레이블 ERA Sound 1의 Laurnea 페이지
http://www.erasound1.com/html/era_artists.htm
Kelis 공식 웹사이트 (버진 레코드)
http://www.kel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