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6081424-0406losdugdugsLos Dug Dug’s – Los Dug Dug’s – RCA-Victor, 1971

 

 

멕시컨 록의 대부의 광기의 세계

멕시코의 둑 둑스(Los Dug Dugs)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현재 활동하는 방식이 이전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밴드의 리더였던 아르만도 나바(Armando Nava)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씨티에서 레유니온(La Reunion)이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서 둑 둑스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1960년대는 아마추어 밴드로 수련을 쌓는 시기였을 테고, 1980년대 이후는? 인용에 의하면 “다른 많은 멕시코의 클래식 록 그룹들처럼 수수하게 살면서 멕시코 전역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5년의 베스트 앨범 [15 Exitos de Los Dug Dug’s]이 나왔지만 새로운 레코딩은 거의 없다. 물론 이 베스트 앨범조차 멤버들의 허락 없이 RCA(현재는 BMG 산하)에서 무단 발매한 것이라서 아르만도 나바는 별도의 컴필레이션 앨범 [Abre Tu Mente]를 ‘자비를 들여’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유는 밴드가 어리숙하던 시절 RCA와 ‘장기 전속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 이야기면 아르만도 나바와 그의 밴드 둑 둑스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것이다. 아르만도 나바와 더불어 밴드를 이끌었던 호르헤 또레스 아구아요(Jorge Torres Aguayo)가 1980년대를 넘기지 못하고 약물남용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이들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해줄 것이다. 이들의 홈페이지 제목인 “둑 둑스의 광기의 세계(El Mundo Loco de Los Dug Dug’s)”는 멕시컨 록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도 암시해 준다. 단, 밴드 이름이 왜 저렇게 이상한가라는 질문을 거둘 수 없는데, 이는 그들의 출신 지역이 두랑고(Durango)라는 곳이며 밴드 이름은 이 이름을 적절히 축약해서 지은 것이라는 정보를 얻으면 어느 정도는 풀릴 것이다.

이 음반은 1971년에 발표된 둑 둑스의 정규 데뷔 앨범이자 ‘영어 앨범’이다. 아마도 둑 둑스의 팬이 있다면 왜 이 앨범을 골랐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내가 이 밴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은 사람은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므로, 분명히 한국에 이들의 팬이 있다). 그렇지만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록 음악’라는 이번 호의 컨셉트에는 부합하는 텍스트일 것이다. 게다가 영어로 노래부르는 것은 ‘자국의 대중음악의 관행과 단절하는 일’이 될 때도 있고, 이 시기 멕시코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1960년대 이들이 음악을 삶의 전부로 삼기 위해 멕시코씨티와 뉴욕에서 했던 힘겨운 견습 시절은 이들의 바이오그래피를 참고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서 짚을 점은 1971년이라는 시점이다. 이 음반이 나오던 해이자 ‘멕시코의 우드스톡’이라고 불리는 아반다로 페스티벌(Avandaro festival)이 열린 해이기도 하다. 이 페스티벌은 ‘악명높은’ 것으로 유명하고 페스티벌 직후 정부당국의 음양의 탄압으로 멕시코에서 록 음악은 ‘야외에서의 라이브 문화’를 꽃피우지 못하고 클럽이든 스튜디오든 ‘실내’로 쫓겨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저런 어두운 시기가 찾아오기 전의 밝은 빛을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천둥소리 비슷한 효과음으로 시작되어 느린 기타 스트러밍과 피드백 치는 소리가 나오다가 ‘하드’하면서도 ‘싸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고조되는 “Lost in My World”는 불만이 가득한 채 찌푸리고 있는 ‘성난 젊은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전주 뒤에 보컬이 “Lost in My World”를 불퉁스럽게 내뱉는 부분은 시작부터 ‘훅(hook)’을 터뜨리는 흔치 않은 노래에 속할 것이다. 다른 곡에서도 자주 사용하지만 패닝(panning)을 이용하여 좌우로 이동하는 음은 지금 들으면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무척 신기한 사운드였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인공적 조작이 아니더라도 무드와 리듬의 급격한 변화는 이들의 ‘프로그레시브’한 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발적 숙련으로 다져진 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퍼즈 기타와 베이스 기타가 멜로디를 주고 받는 “Eclipse”나 기타와 오르간의 활달한 반주 위에 거침없이 노래하는 “I Got My Emotion”은 성난 감정을 자제하고 무언가 도취적 느낌을 던져주고, 이는 파도소리와 아이들 소리로 시작하여 천진난만한 젊음의 송가로 이어지는 “World of Love”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렇지만 앨범의 백미는 대곡인 “Let’s Make It Now”일 것이다. 다음 앨범에 “Hagamoslo Ahora”라는 이름으로 스페인어로 재녹음된 이 곡은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백 마디 말보다 높은 볼륨이 더 효과적인 반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20404101630-armandonava1998년에 멕시코씨티에서는 [아반다로 98(Avandaro 98]이라는 행사가 열렸고, 아르만도 나바도 여기에 참여해서 ‘전설’을 보러 온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공연장 역시 우아한 무대를 가진 극장 떼아뜨로 메뜨로뽈리따노(Teatro Metropolitano)였다. 한때 ‘미국물 먹은 놈들의 퇴폐적 행사’로 낙인찍혔던 행사가 이제는 국민적으로 존중받는 축제로 승화된 것일까. 이는 혹시 이른바 ‘록 엔 에스빠뇰’에서 멕시코 출신 밴드들이 두각을 나타나서 나타난 변화일까. 아, 그런데 둑 둑스는 영어로 노래불렀으니까 ‘스페인어로 된 록 음악’과는 관련이 없지 않냐고? 아니다. 이 앨범 뒤에 발표된 [Smog](1972)부터 둑 둑스는 다시 스페인어 가사로 노래불렀으니까. 이 앨범이 나오기 전 아르만도 나바는 갑자기 스튜디오를 뛰쳐나가서 두 주일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역시 아무나 전설이 되는 건 아니다. 200203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Lost In My World (Perdido En Mi Mundo)
2. Without Thinking (Sin Pensarlo)
3. Eclipse
4. Sometimes (Algunas Veces)
5. Let’s Make It Now (Hagamoslo Ahora)
6. World Of Love (Mundo de Amor)
7. I Got The Feeling (Tengo el Sentimiento)
8. It’s Over (Se Acabo)
9. Going Home (Yendo a Casa)
10. Who Would Look At Me? (¿Quien Me Mi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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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Los Dug Dug’s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Alley/6115/dugdug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