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6075452-0406losshakersLos Shakers – Por Favor – Ace/Big Beat Records, 2000

 

 

‘우루과이의 침공’의 선봉장 혹은 비틀스의 붕어빵

로스(Los)는 영어로 ‘the’에 해당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페인어의 남성 복수 정관사이다. 따라서 ‘로스’라는 단어 뒤에는 스페인이로 된 명사의 복수형이 오는 것을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196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나라들에는 ‘로스’를 앞에 붙이고 뒤에는 영어로 된 단어의 복수형을 붙인 밴드들이 많았다. 이는 당연히 ‘The Beatles’라든가 ‘The Rolling Sones’같은 영국 출신의 밴드들의 작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런 존재들은 1960년대 중반 세계 각지에 무수히 많았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으로 범위를 좁혀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이 밴드들 고른 이유는 이들이 이른바 ‘우루과이언 인베이전(uruguayan invasion)’을 주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 오해하지 말라. 우루과이 밴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니까. 저 용어는 ‘아르헨티나의 시각’일 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루과이의 음악인들이 부에노스 아에리스에 와서 레코딩 계약을 체결하고 공연도 한다는 정보가 필요하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인구 300만명에 지나지 않는 소국인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경제적으로는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즉, 우루과이언 인베이전은 우루과이 밴드가 아르헨티나를 침공했다는 이야기 이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조그만 나라의 밴드가 큰 나라의 시장을 침공했다’는 점에서는 우루과이언 인베이전은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비슷하다. 간단히 말해서 셰이커스는 ‘남미의 비틀스’였다. 조금 더 파헤치면 ‘남미의 롤링 스톤스’로는 역시 우루과이 출신의 모커스(Los Mockers)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셰이커스는 2001년 라이노 레이블에서 네 장짜리 박스 세트로 발매한 [Nuggets II: Original Artyfacts from the British Empire and Beyond]에 “Break It All”을 수록시켰을 정도로 그저 전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신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취를 남기고 있다.

위 박스 세트 제목에서 재확인할 수 있듯 셰이커스의 음악은 ‘대영제국과 그 너머’에 속한다. 나쁘게 말하면 ‘독창성도 자존심도 없는 비틀스의 붕어빵(혹은 카피캣)’이겠고, 좋게 말하면 ‘영향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분명하지만 성실한 뮤지션쉽으로 활동한’ 존재다. 그렇지만 일단은 이들이 비틀스의 영향을 ‘발빠르게’ 흡수하면서 나름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이 꽤 있다. 이는 이들이 1965년부터 1968까지 레코딩한 트랙들을 모은 이 앨범이 국제적으로 배급되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79분의 러닝 타임에 32트랙을 담은 이 앨범의 제목 “Por Favor”의 뜻은 예상할 수 있듯 “Please”라는 뜻이다. 물론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가사는 거의 영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32곡을 주욱 듣고 있으면 마치 비틀스의 음악적 변화를 재생해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주종은 이들의 ‘올타임 히트곡’인 “Break It All”에서 들을 수 있듯 ‘[A Hard Day’s Night]이나 [Help!] 시기의 비틀스’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비트 음악(beat music)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해맑게 웃는 것 같은 사운드로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음악적 즐거움을 던져주는 사운드다.

그 뒤로 다소의 음악적 변화가 보이고 [Revolver]에서 비틀스가 보여준 독특한 기타 사운드나 테이프 역회전 등의 실험도 눈에 띄지만 앨범의 길이가 워낙 길다 보니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앨범 후반부 특히 29번 트랙인 “The Shape Of A Rainbow”에서 무언가 동화적 세계를 표현하더니 그 이후의 트랙들은 이들의 음악적 자가발전을 보여준다. 음산한 인트로에 이어 나른한 무드가 등장하더니 이내 흥겨워지는 “I Remember My World”는 ‘어떤 경험’을 연상하게 해주고, 오르간 전주가 심상치 않은 “BBB Band”는 무언가 ‘오리엔털’한 무드 속에서 음들이 곡선적으로 휘감아 돌고, 차분한 피아노 반주 위에서 차분히 노래하는 “Higher Than A Tower”는 무언가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서시(序詩)로 들린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셰이커스는 1969년에 분열되었다. 그룹의 주축이었던 우고 파또루쏘(Hugo Fatorusso)와 오스발도 파또루쏘(Osvaldo Fatorusso) 형제는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질계 뮤지션 아이르또 모레이라(Airto Moreira)의 밴드에서 연주하고, 후에는 동향의 링고 티엘만(Ringo Thielmann)과 오파(Opa)라는 트리오를 결성하여 라틴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다. 또 한 멤버는 브라질로 이주하여 교향악단에서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베네수엘라로 가서 음반 프로듀서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이 지금 한데 모인다면 ‘뭐니뭐니해도 그때가 참 좋았지’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그래, 그때는 참 좋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멋 모르고 따라하는 것으로 출발한 음악도 꽤 좋은 평가를 받으니 말이다. 200203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Break It All
2. Don’t Ask Me Love
3. Baby Yeah Yeah
4. Forgive Me
5. Everybody Shake
6. Thinking
7. For You, For Me
8. Shake In The Streets
9. The Longest Night
10. Baby Do The Shake
11. What A Love
12. Give Me
13. Do Not Disturb
14. Won’t You Please
15. Let Me Go
16. The Child And Me
17. Hear My Words
18. Picking Up Troubles
19. Too Late
20. Let Me Tell You
21. Got Any Money?
22. Reviens Ma Cherie
23. Waiting
24. I Hope You’ll Like It 042
25. Smile Again
26. Oh My Friend
27. Always You
28. On A Tuesday I Watch Channel 36
29. The Shape Of A Rainbow
30. I Remember My World
31. BBB Band
32. Higher Than A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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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록 음악 데이터베이스
http://tinpan.fortunecity.com/waterloo/728/magic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