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5062612-alanisAlanis Morissette – Under Rug Swept – Maverick, 2002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이번 3집 [Under Rug Swept]가 발매되기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앨러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행보는 주로 음악 외적인 부분에 관련된 것이었다. 전작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1998)의 어중간한 반응 때문이었을까? 물론 50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고가 대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Jagged Little Pills](1995)의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약발이 다했다’는 인상을 받은 사람들의 수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이다(1500만장을 팔아치운 괴물 데뷔작 [Jagged Little Pills]는 1994년 발매된 후티 앤 더 블로우피쉬(Hootie & The Blowfish)의 [Cracked Rare View]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데뷔앨범’이란 기네스 기록을 나눠 가졌다).

어쨌든, 꽤 길었던 공백기간 동안(물론 1999년 깜짝 발매된 [MTV Unplugged]가 있긴 했지만), 앨러니스 모리셋은 주로 대성공을 거둔 스타로서 갖추어야할 도덕성과 동료 뮤지션들과의 연대감 형성을(갖가지 피처링과 합동 라이브를 통해) 강조하는데 집중했고, 이런 모습을 통해 향후 변화된(혹은 성숙한) 사운드를 들려주리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앨러니스 모리셋의 특징은 도발적인 가사와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여자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극장에서 너한테 오럴을 해주냐?’고 외쳐대던 “You Oughta Know”나, 전라로 등장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던 “Thank U”(인도에 감사한 것과 나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담대함은, 음악적인 부분을 넘어선 그녀의 가장 큰 매력(?… 어쨌든)이기도 했다.

앨범의 첫 트랙 “21 Things I Want In A Lover” 역시 도발적인 기타 리프와 낮게 그르렁대는 보컬 등, 그녀의 주특기인 공격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조금은 얌전해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어지는 “Narcissus”의 찰랑대는 멜로디와 첫 싱글 “Hands Clean”의 차분함 뒤로 이어지는 “Flinch”, “That Particular Time”, “Utopia” 같은 곡들은, 앨러니스 모리셋이 기존의 이미지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앨범 중반부터 이어지는 차분한 곡들에선 함께 투어를 치렀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영향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1,000 Oceans”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의 “That Particular Time”이 그 증거).

결론적으로 말해 [Under Rug Swept]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고, 기대하고 싶지도 않은’ 그녀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앨범으로 마무리됐다. 무언가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성찰을 담기엔 너무 가볍지만(“Utopia” 같은 유아적 평화찬양 노래에선 할말을 잃을 뿐이다), 그렇다고 예전의 선정성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난 네 노예야(“I’m A Slave For You”)”와 비교해 볼 때 ‘좀 나이가 많은 것 아닌가'(27세) 싶기도 하다. 10대 시절 자신이 겪었던 매니저와의 성 관계를 노래한 “Hands Clean”은 그녀의 이런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예일 것이다

들어줄 만한 차트용 싱글은 꽤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울림에 불과하다. ‘앨범’이라는 전체적인 흐름과 연관지어 볼 때, 여전히 앨러니스 모리셋은 이런 점을 하나로 조합해 내는 능력은 갖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그녀의 ‘사운드 상의 독자성’을 아직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That Particular Times” 같은 곡의 존재는, 이전의 ‘이런저런 여성 로커들의 짜집기’라는 평가에 조금도 재고의 여지를 주지 못하고 있으며, ‘얼터너티브’란 이름을 들고 등장했지만 그것을 ‘정신’으로서가 아닌 ‘스타일’로서 차용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명쾌한 대답을 보여주기엔 요원한 일인 듯하다.

[Under Rug Swept]는 개인적으로 ‘답보’ 이상의 평을 얻기에는 무리가 있고, 거시적으로 보자면 ‘여성이 주도하는 록’ 씬의 퇴락을 보여주는 앨범이다(수많은 앨러니스 워너비의 몰락과 함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몇몇 싱글과 그간 이미지 쇄신 노력을 통해 앨러니스 모리셋이 다시 한 번 히트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것은 확신할 수 없지만, [Under Rug Swept]가 히트를 기록한다 하더라도 이 앨범의 치명적인 약점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를 가져도 될 나이 아니냐고? 글쎄… 그런 기대를 가지기엔 그녀의 활동경력이 너무 오래된 게 아닌가 싶다(10대 초반부터 사랑 노래 부르던, 이제는 어엿한 ‘중견’ 가수이니까). 20020311 | 김태서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21 Things I Want In A Lover
2. Narcissus
3. Hands Clean
4. Flinch
5. So Unsexy
6. Precious Illusions
7. That Particular Time
8. A Man
9. You Owe Me Nothing In Return
10. Surrendering
11. Utopia

관련 사이트
앨러니스 모리셋 공식 사이트
http://www.alanis.com
앨러니스 모리셋 비공식 사이트
http://www.alanismorissett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