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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2년 2월 14일
장소: 마포 한강변 [weiv] 안가(安家)
인터뷰어: 신현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현준과 성기완은 한통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2년 동안 사석에서 그와 만난 일은 기껏해야 너댓 번밖에 되지 않는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 같은 공식 일정에서 보는 일은 있었지만 긴밀한 속내를 이야기해본 것은 꽤 오래되었다. 다른 멤버들과는 ‘합석’은 했어도 ‘대화’를 해본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 음반이 나온다고 했을 때 저간의 소통의 부재가 ‘낯섬’을 안겨주지 않을까 내심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달 신촌의 한 클럽의 무대에서 본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은 이런 예상을 부채질했다. 공연이 나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날 성기완이 찾아오기 전까지 나는 아직 음반을 들어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CD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고, 첫 질문도 ‘다짜고짜’가 되어버렸다.

문: 새 음반 나온 것을 축하드립니다. 음반의 컨셉트는 어떤 것인지요?
답: 막막함, 정처없음, 쓸쓸함 등입니다.

문: (너무 ‘구름잡는’ 이야기가 나와서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꾸었다.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늘 힘들다). 밴드 멤버가 세 명으로 줄었네요. 그 이유를 포함해서 악기 운용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답: 몇 곡에서는 전자 음향을 넣었고, 드럼을 프로그래밍하기도 했습니다. 베이스 주자가 없어서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베이스를 연주했죠. 공연 때는 세션을 썼구요.

문: 스튜디오는 어디를 사용했나요?
답: 이름을 밝힐 수 없구요(웃음). 프로툴(protool)과 O2R 믹서가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했습니다. 저 장비는 그다지 특별한 사운드가 나오는 건 아니고 우리 식대로 했습니다.

문: 지금 들어보니 기타 밴드(guitar band)의 기본 편성 이외의 악기들이 눈에 뜨이네요. 아코디온이라든가, 호른(horn), 해금…
답: 그런 건 샘플링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우리 느낌으로는 샘플 음과 어쿠스틱 음(악기의 진짜 음)이 다르더라구요. 질감(matiere)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오히려 전자 음향과 어울리는 건 어쿠스틱 악기음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죠. 그리고 악기음 외에도 길거리의 소리라든가 여러 비음악적 소리(non-musical sound)를 넣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문: 아까 나왔지만 해금을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신문지상에 보도되면 ‘국악과의 퓨전’, ‘한국판 월드 뮤직’ 어쩌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이것도 앞에서 말했지만 “오리엔탈 걸”이라는 제목이 풍기는 인상도 그렇고….
답: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문: 그렇게 한 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답: ‘Music as a sound reporting’이라고 말하는 음악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메시지보다는 사운드 그대로를 전달하는…

문: 그렇지만 지금 보니 “식민지”나 “오리엔탈 걸”이라는 곡의 제목이나 가사에는 꽤 강한 메시지가 있어 보입니다.
답: 그렇다고는 해도 그걸 문자 그대로 전달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까 말한 정처없음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록을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그걸 소리로 표현하려고 했던 거죠.

문: 그런 생각이 너무 네거티브(negative)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정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음각화(陰刻畵) 같다는 뜻이죠.
답: 어쨌든 한국이라는 곳에서 록 음악을 하는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착잡하고 막막한 심정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양식화(스타일화)에도 구애받지 않고 찐하게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범주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시도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그렇지만 ‘베테랑 밴드’로서 포지티브하게 스타일을 정의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은 3호선 버터플라이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답: 그렇게 할 만한 음악적 깊이나 능력도 없고…(웃음) 정처없음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문: 3호선 버터플라이를 포함해서 젊은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면 여기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 같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답: 여기서 살아가기 싫은 모습을 많이 그리죠. 그런데 그건 한국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외국의 록 뮤지션이라고 거기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할까요. 내가 보기에 음악은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디세이(Odyssey)에 싸이렌(Siren)의 소리가 들리잖아요. 거기로 가면 죽는데 오디세이는 귀를 막고 북을 치면서 성공하죠. 오디세이는 뮤지션이 아니니까… 음악은 그런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바깥으로 가는 것, 그렇게 해서 살아가는 것을 음각화로 그려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전기가 번역된 커트 코베인도 철저하게 자기가 처해있는 삶의 움직임 바깥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게 네거티브하게 현실에 영향을 미쳐서 그렇게 되었겠지만.

문: 음악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더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답: 음악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글쎄요. 9. 11테러가 나던 그날도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스튜디오 안에 있었죠. 높은 건물인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빛이 반짝반짝하더군요. 그 불빛들이 무언지는 하나도 알 수 없었고. 세상 사람들도 여기서 우리끼리 반짝이는 것은 모르겠죠. 그렇게 작게 반짝이는 정도가 음악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음악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삶의 바깥에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 근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중음악 시스템을 바꾸자’라는 주장과 시도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인가요?
답: 우리는 이번에도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려다가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너희는 이렇게 해라’는 것도 아니라 그냥 닫더라구요.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쓸데없이 마음먹었을 때 시스템에 대한 생각도 네거티브하게 드는 것 같네요. 결국 우리 스스로 레이블을 차렸죠. 이런 건 누가 하자고 그러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과거에 (레이블) 강아지는 의식적인 어떤 것이 있었는데, 그게 한풀 꺾이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게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라이즈도 그렇고 자매들, 밝고 건강한 아침을 위하여, 옥탑, 별 이런 일종의 뮤지션 신디케이트 같은 것이 소집단으로 흩뿌려지고 있는 상태이고 그 부분이 주목하여야 할 상태가 아닌가 합니다.

문: 그렇게 해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 보이는데요.
답: 이것으로 먹고 살 수는 없죠. 하지만 (김)민규도 그러고 있다고 보입니다. ‘델리 스파이스의 음악만으로는 살 수 없다’와 ‘문라이즈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두 개의 ‘살 수 없다’가 걸쳐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김민규가 문라이즈를 시작했을 때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라고 봐요. 내가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해서 돈버는 것이나 김민규가 델리 스파이스 활동하는 것이나 비슷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는 일이나 김민규의 델리 스파이스 활동이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문: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을 누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답: 그거야말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대다수의 대중음악 음반들은 들을 사람을 염두에 두고 음반을 만드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네요. 역시 막막하네요(웃음).

문: 그런 의미는 아니었고 본인이 강조한 정처없음, 착잡함, 막막함의 정서를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의 청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본 것입니다. 한국에서 말입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훨씬 덜하죠. 그런 사람들은 진지한 문학이나 영화를 보는 경우는 많아도 음악을 듣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인디 음악을 포함해서…
답: 그런 사람들을 음반에 대한 수요층으로 뚫어야겠군요(웃음). 직답을 피하고 돌려서 말하면 저는 우리 밴드만 정처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 록의 조건 자체가 정처없는 것 같습니다. 길에서 만난 구호물자 같은 것 가지고 하는데 정처없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를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죠. 분명한 것은 우리가 자의식이 있는 밴드라는 점이죠. 생짜로 하다보니까 아방가르드가 되고 그런 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생각이 앞서는 것은 아니지만(저는 좀 그렇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 않죠)… 그러니 정처없음이라는 테마를 자의식으로 가지고 드러내는 것도 해 볼만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한국 록의 조건이므로.

문: 예 마지막으로 멋있는 말 한마디로 해주시고 마치죠.
답: “호화롭던 겨울밤 하늘”이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드럼 치는 상우가 쓴 거죠. 레코딩하면서 내내 겨울밤 하늘을 보면서 새벽에 집에 왔는데, 겨울밤 하늘이 매우 춥죠. 그렇지만 추우면서도 호화롭더라구요. 쓸쓸함과는 역으로 비춰지는 호화로움이 있더라는 것을 마지막 멘트로 하겠습니다.
마지막 구름 잡는 이야기는 서두의 구름 잡는 이야기와 달리 조금 감이 잡혔다. 사실 나의 기대라는 것은 ‘포지티브’한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성기완의 의도는 조금 다른 데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이외의 모든 곳에서 록 음악은 그런 것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지만 해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터뷰어로서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거두었다. 다음 인터뷰장인 [핫 뮤직]을 향해 ‘정처없이’ 발길을 돌리는 그가 ‘아참, 형!’이라면서 한 말은 3월 17일 앨범 발매 후 첫 단독 공연이 있다는 말이었다. 공연장은 한국 인디 록의 ‘정처’인 그곳이다. 200202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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