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104749-0404ost_iamsamOST – I Am Sam – V2/BMG, 2002

 

 

응급처방 버전의 비틀스

가족주의를 밑바탕으로 한 멜로드라마가 장기인 감독 제시 넬슨(Jessie Nelson)의 2001년작 [I Am Sam]의 사운드트랙은 전 곡이 비틀스 커버다. 또 다른 비틀스(The Beatles) 전기 영화? 아니다. 국내 미개봉 영화를 두고 짐작에만 근거해 떠들어대긴 뭐하지만 숀 펜(Sean Penn)이 정신박약 환자로 나와 화제가 된 이 영화는 넬슨의 기존 드라마 구조를 벗어나 있는 것 같지는 않다(참고로 넬슨의 대표작은 [스텝맘(Stepmom)](1998), [스토리 어브 어스(The Story Of Us)](1999)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사고 수준이 일곱 살에서 멈춰있는 정신 장애자 샘(숀 펜)이 일곱 살 난 딸(대코더 패닝)을 보호기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변호사 리타(미셸 파이퍼)를 고용하게 되고, 리타는 법정 싸움 과정 동안 샘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눈뜨게 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비틀스는 ‘천진 난만한’ 애 늙은이 샘이 사시사철 끼고 사는 음악이라고. 과연 딸의 이름도 ‘루시 다이아몬드(Lucy Diamond)’다. 아동 혹은 준(?) 아동까지 공감시켜 울릴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팝의 이데아 아닐까. 그리고 그 자리에 비틀스 이외의 다른 이름을 써넣을 수 있으랴. 과연. 영화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멋대로 짐작하니 일면 재미있다.

본 스코어에 대한 후일담 이야기도 해야할 것 같다. 애초 전곡 오리지널 비틀스를 기획, ‘more than [ONE]’ 운운하려 했는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거부한다는 비틀스의 원칙주의 때문에 부득이하게 ‘커버’로 채워야 했단다. 화려한 참여진들로 가려져(?) 있지만 섭외부터 녹음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 3주 내로 완결했다는 점도 이 스코어에 얽힌 응급 처방담.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혹’ 비틀스에 대한 스타급 뮤지션들의 신선한, 심지어 반동적인 재해석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수위를 낮추라고 말하고 싶다. 수록곡들을 [One] 버금가게 ‘차트 형’ 비틀스에 제한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참여진들의 각기 다른 음악적 필터를 거친 비틀스는 대개 심심하게 들린다. 참여 뮤지션들의 면모를 익히 아는 수많은 청자들에겐 다소 따분한 싱글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신선하게 들리는 곡들이 전무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리지널에서 싸이키델릭 기타의 터치를 강화하면서 오케스트레이션과 창법에는 서정적인 당의를 덧바른 벤 하퍼(Ben Harper)의 “Strawberry Fields Forever”는 예우와 자신의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예로 꼽을 만 하다. 보다 더 대담한 리메이크라면 그랜대디(Grandaddy). 블루스와 두왑으로 느긋하고 평화롭게 진행하는 오리지널 “Revolution”을 완전히 자기 식(스페이스 팝)으로 바꾸어 놨다.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Hewlett’s Daughter”([The Sophtware Slump](2000))의 자매 버전을 듣는 기분이 들 정도다. 하지만 비틀스의 컨텍스트 안에서 들으니 신선하다. 그밖에 소울풀한 관능으로 “Julia”를 해석하고 있는 초콜릿 지니어스(Chocolate Genius) 정도를 빼면, 위의 두 곡들이 시도하여 최소한으로 확보한 개성을 결여하고 있다. 월플라워즈(The Wallflowers)나 러퍼스 웨인라이트(Rufus Weinwright),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등은 여기 저기서 똑같은 스타일의 리메이크들을 많이 들은 탓에 식상한 바가 크다. 오랜만의 에디 베더(Eddie Vedder)나 블랙 크로우스(Black Crowes) 역시 자신들의 빛 바랜 이미지를 재활용하고 있다.

메인 텍스트(영화)에 딸린 서브 텍스트(OST)로서 가질 수 있는 상승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공정한’ 영화 음악 리뷰라면 이 같은 심드렁한 어조는 반성할 성질의 것이지만 후일담에서 보듯 이 목소리들이 영화 내에 온전히 등장하지는 않을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I Am Sam]에는 영화 음악가 존 파웰(John Powell)이 만든 별도의 스코어가 존재하고 있다. 20010214 | 최세희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Two Of Us – Aimee Mann, Michael Penn
2. Blackbird – Sarah McLachlan
3. Across The Universe – Rufus Wainwright
4. I’m Looking Through You – The Wallflowers
5.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 Eddie Vedder
6. Strawberry Fields Forever – Ben Harper
7. Mother Nature’s Son – Sheryl Crow
8. Golden Slumbers – Ben Folds
9. I’m Only Sleeping – The Vines
10. Don’t Let Me Down – Stereophonics
11.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The Black Crowes
12. Julia – Chocolate Genius
13. We Can Work It Out – Heather Nova
14. Help! – Howie Day
15. Nowhere Man – Paul Westerberg
16. Revolution – Grandaddy
17. Let It Be – Nick Cave

관련 사이트
제작사(New Line Cinema)에서 만든 영화 [I Am Sam] 공식 사이트
http://www.iamsam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