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100900-0404rs03theirsatanicRolling Stones –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 abkco, 1967

 

 

외전 비틀스 혹은 미완의 약물 여행

1967년은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의 만개와 함께 비틀스(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이하 [Sgt. Pepper]로 표기),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의 [Are You Experienced?] 등의 음반을 통해 싸이키델릭 록이 내용과 형식의 모든 면에서 실체화된 해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비틀스의 작업은 흔히 알려져 있듯 대중음악사상 가장 중요한 기점을 제시한, 즉 록 음악을 일종의 ‘예술’로 끌어올린 – 물론 끌어올린 것인지 속류화시킨 것인지 논쟁이 뒤따르겠지만 –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다른 신인 밴드들이나 동료 밴드들(무디 블루스(Moody Blues),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등)이 다양한 악기와 이국적인(특히 인도 음악) 멜로디와 리듬, 클래시컬한 편곡을 가미한, 일종의 앨범 단위의 구조를 가진 작업들을 연이어 내놓았다는 점에서, [Sgt. Pepper] 음반이 행사한 당대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비틀스와 함께 당대 가장 중요한 록 밴드로 평가받았던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역시 1967년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라는, 마약의 영향력이 물씬 풍기는 앨범을 발표한다. 이 음반에 대해 알려진 가장 일반적인 평가이자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비틀스의 모작 혹은 아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심지어 존 레논(John Lennon)은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롤링 스톤즈의 싱글 “We Love You”가 “All You Need Is Love”를 노골적으로 흉내낸 것이라고 비꼰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본다면, 앨범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가 그렇게 평가절하될 만큼 졸작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롤링 스톤즈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특징을 리듬 앤 블루스에 기초한 강력한 로큰롤이라 평가한다면, 믹 재거(Mick Jagger)의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보컬과 어두운 세계관이, 과연 ‘모두 손을 잡자’는 식의 플라워 무브먼트와 어울릴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톤즈에게 싸이키델릭 록과의 공통 분모가 이전부터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Aftermath]의 “Paint It Black”의 시타 연주나 “Going Home” 같은 사례). 앨범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또한 [Sgt. Pepper]의 단순한 모작이라기보다는 그들 특유의 어두운 정서(악마주의의 원조쯤으로 여겨지는 앨범 타이틀부터가 그렇다)가 충분히 담겨 있는, 롤링 스톤즈 식의 싸이키델릭 재해석으로 바라본다면, 이 음반은 흥미로울 수도 있다

1967년 당시 멤버들이 마약소지죄로 기소를 당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의 이들의 음악 또한 마약과의 강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본격적으로 음악적으로 표출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We Love You” 같은 싱글이었다(물론 레논의 말처럼 이 곡이 비틀스로부터 음악적 아이디어를 가져온 점은 명백하다).

이어 발표된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에서 스톤즈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을 시도한다.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연상케 하는 전주와 다소 무겁게 가라앉은 멜로트론, 그리고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흐느적거리는 믹 재거의 보컬 덕에 전체적으로 어둡고 환각적인 미로 탐험을 연상케 하는 “2000 Light Years From Home”과, “Play With Fire”나 “As Tears Go By” 류의 발라드 계보를 잇는 “She’s A Rainbow”(다양한 사운드 효과가 뛰어나게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 같은 곡이 이 앨범의 가장 큰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다른 곡들 대부분은 일반적인 롤링 스톤즈의 이미지와 상당히 다르고, 이들이 무언가 안 어울리는 짓을 감행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인상적인 피아노 반주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브라스로 시작되는 “Sing All This Together”에서부터, A면을 끝맺는 “Sing All This Together(See What Happens)”에서는 다소 방만하다고 할 정도의 긴 싸이키델릭 트립이 이어지다가 다시 첫 곡의 테마가 반복된다(이러한 방식마저도 비틀스와 연관시켜 볼 수는 있다). “In Another Land” 같은 곡에서는 에코 효과가 유난히 두드러지고, “Gomper”에서 사용된 시타는 “Paint It Black”보다는 비틀스의 “Within You Without You”의, 좀더 인도 음악의 멜로디에 가깝게 다가서려는 태도와 닮아 있다. 싸이키델릭적 요소가 이들의 음악적 특색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지나치게 비틀스를 의식하며 ‘비슷한 형식을 통해’ 그들을 넘어서려고 했던 탓에, 종종 “Paint It Black” 같은 곡에서 나타나는 강렬한 에너지를 잃고 형식과 다양한 배경음에만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가 지닌 흥미로운 점은, 어둡고, 느리고, 음울한 이 앨범의 특징이 때로는 [Sgt. Pepper]에 대한 일종의 외전(外典)과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사운드의 풍부한 실험은 최소한 비틀스의 그것에 필적할 만 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이들은 비관적인 보헤미안 반항아들 그대로이고, 제목에서 드러나는 악마적인 성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화된다(후속작 [Beggars Banquet]의 대표곡은 바로 “Symphathy For The Devil”이다). 다만 이들이 시대적 조류에 지나치게 발 빠르게 대응한 만큼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빨리 발을 뺐던 것도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느 정도는 롤링 스톤즈 식의 독창적인 싸이키델릭 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20020206 | 김성균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Sing This All Together
2. Citadel
3. In Another Land
4. 2000 Man
5. Sing This All Together(See What Happens)
6. She’s a Rainbow
7. The Lantern
8. Gomper
9. 2000 Light Years from Home
10. On With the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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