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114427-0403femikuti_fightFemi Kuti – Fight To Win – MCA/Universal, 2001

 

 

아프로비트, 힙합과 더불어 ‘노 고 다이(No Go Die)’하다

1999년 발표한 [Shoki Shoki]를 통해 ‘크로스오버 히트’를 기록한 ‘아프로비트의 장자’ 페미 쿠티(Femi Kuti)의 야심작이다. ‘야심작’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몇몇 트랙에서 미국의 아티스트인 모스 데프(Mos Def), 재규어 라이트(Jaguar Wright), 커먼(Common)이 참여한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아프로아메리칸 뮤지션들이 아프리카 뮤지션의 음반작업에 참여하는 일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음반의 배급을 맡은 MCA 레이블이 ‘월드 뮤직의 청중’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미국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곡들부터 훑어보게 된다.

첫 곡 “Do Your Best”는 아프로비트에 충실하면서 라이브 연주의 묘미를 보여주는 곡이다. 두 번에 걸쳐 나오는 모스 데프의 랩핑은 하킴 올라주원(Hakeem Olajuwon)에게 어시스트해주는 앨런 아이버슨(Allen Iverson)처럼 날렵하고 센스있다. 필라델피아 출신의 R&B/소울 디바이자 루츠(The Roots)의 멤버이기도 한 재규어 라이트(Jaguar Wright)가 참여한 타이틀곡 “Fight To Win”은 아프로비트로서는 이례적으로 느린 템포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된 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재규어 라이트의 보컬은 예의 그 모음을 강조하는 발성으로 섬뜩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당신이 그 사람에 질리고, 그의 매스터플랜을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서 싸워 이기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코러스의 가사를 알아듣는다면 ‘양심이 찔리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그렇지만 이걸 가지고 ‘아프로비트와 힙합의 퓨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트랙 “Missing Link”는 무언가 다르다. 일렉트로니카 음향과 토속적 퍼커션이 어우러진 “Misssing Link”는 커먼의 랩핑과 쿠티의 랜팅(ranting)까지도 이펙트를 걸 정도로 첨단적으로 프로듀싱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힙합도, 일렉트로니카도, 월드 뮤직도 아닌 사운드다. 조금만 더 리믹스를 거치면 댄스 클럽에서도 환영받을 만하고, 믹싱을 덜어낸다면 월드 뮤직 청중의 ‘우주적이고 심오한’ 취향에도 맞을 곡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앨범은 페미 쿠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이제까지 그는 아무래도 ‘라이브 아티스트’의 면모가 강했지만, 이 앨범은 ‘레코딩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능력도 보여준다. 또한 “Walk On The Right Side”와 “Eko Lagos” 등에서 신서사이저의 사용은 이제까지의 키보드로서의 용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짧은 인스트루멘틀 트랙인 “Tensions Grip Nigeria”에서 현장의 효과음과 와와 이펙트 걸린 기타를 사용한 것도 상징적이다. 이런 부분적 특징과 더불어 첨단적 음향들이 아프로비트의 ‘리얼’ 연주(특히 ‘촌스러운’ 관악기 라인)와 잘 어루어진다는 전체적 특징이 ‘음반에 수록된 음악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 이 음반이 ‘좋은 레코드’로 평가받는 요인이다.

물론 이상의 특징이 모든 트랙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Traitors Of Africa”, “’97”, “Stop AIDS”, “The Choice Is Yours”는 아프로비트의 불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한편으로 아프로비트의 폴리 리듬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아프리카와 인류 전체의 문제점을 고민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나이지리아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전(前) 대통령이었던 독재자 이브라임 바방기다(Ibrahim Babangida)에게 욕설을 퍼붓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며, 쿠티 가문의 비극을 아는 사람이라면 느린 템포지만 강렬한 감정을 담은 “’97″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1997년 펠라를 포함하여 쿠티 가문 중에서 세 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재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업템포의 에너지 넘치는 곡에서 클라이맥스를 향할 때는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이 페미 쿠티의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앨범을 몇 번 듣다 보면 앨범의 주인공이 (아프로) 아메리카적 취향과 아프리카적 취향 사이에서 세심하게 저울질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 앨범은 분명 전자의 취향의 소유자에게는 구식의 사운드로 들릴 수 있고, 후자의 취향의 소유자에게는 세련된 사운드로 들릴 수 있다. 이런 점은 아프리카의 문제점들이 아프리카인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없도록 오랫동안 꼬이고 또 꼬여 왔다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또 이런 점을 나 같은 아시아인이 생각하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어쨌든 인류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엉덩이를 흔들고 춤을 추는 음악이 존재하고 있으니 비관으로 끝내지는 말자. 20020114 | 신현준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Do Your Best (feat. Mos Def)
2. Walk On The Right Side
3. Traitors Of Africa
4. Tension Grip Nigeria
5. ’97
6. Fight To Win (feat. Jaguar Wright)
7. Stop AIDS
8. Eko Lagos
9. Alkebu-Lan (Cradle Of Civilization)
10. One Day Someday
11. The Choice Is Yours
12. Missing Link (feat. Com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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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CA 레코드사의 Femi Kuti 공식 사이트
http://www.mcarecords.com/ArtistMain.html?ArtistId=174
Femi Kuti 공식 사이트
http://www.femikut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