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042251-0403velvet_vuVelvet Underground – VU / Another View – Verve, 1985/1986

 

 

편안하고 부담 없는 미발표곡 모음집

The Velvet Underground, [VU] 재킷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앨범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들의 음반을 산 사람들은 모두 밴드를 결성하였다”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언급처럼,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당대에 상업적으로나 비평적 어느 쪽으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지만 시대가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재평가되었고, 이들에게 영향받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속속 등장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연계된 흐름이라 할 수 있는 뉴욕 펑크는 물론, 가까이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를 비롯한 글램(루 리드(Lou Reed)도 솔로 시절 이 흐름에 동승한 바 있다)이나 크라우트록(캔(Can), 파우스트(Faust))을 비롯하여, 이후의 노이즈 록(소닉 유쓰(Sonic Youth),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 Mary Chain)), 기타 팝(스미쓰(The Smiths), R.E.M) 등,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다양한 요소들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만으로도 이들의 음악사적 위치는 재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밴드들이 어느 시기의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영향을 더 받았느냐에 따라 퍽 상이한 음악적 특징을 보인다는 점도 재미있다. 특히 존 케일(John Cale)이 빠진 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적 특징은 전위적인 측면이 줄어들고 루 리드의 내면으로의 침잠이 특징을 이루고 있는 포크 풍의 곡들이 주를 이루거나(특히 [The Velvet Underground] 음반), 블루스, 컨트리, 로커빌리 등 기존 록 음악의 재료들을 비교적 큰 변형 없이 가져오는 경우들(특히 [Loaded] 음반)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시기 음악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R.E.M과 같은 기타 팝 밴드들이라 할 수 있다.

1985년과 1986년에 발매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미발표곡 모음집 [VU]와 [Another View] 역시 존 케일 탈퇴 이후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보인 음악 스타일의 특성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두 장의 앨범에 담긴 곡들은 원래 버브(Verve) 레이블에서 1985년에 그들의 초기 세 장의 앨범들을 재발매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Loaded] 앨범을 위해 녹음된 곡들 중에서 선곡한 것으로, 시기적으로는 [The Velvet Underground]와 [Loaded]의 중간에 해당한다([Loaded]의 대표곡 중 하나인 “Rock & Roll”의 최초 버전이 [Another View]에 실려 있기도 하다). 물론 존 케일이 있었던 시기에 녹음된 트랙들도 몇몇 포함되어 있지만 이러한 곡들마저도 초창기의 극악무도한(?) 실험성과는 달리 상당히 안정된 곡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음반을 통틀어서 “Hey Mr. Rain”(존 케일의 신경질적인 비올라 덕분에) 정도는 극히 예외인 경우에 속한다.

이 두 장의 음반의 수록곡들 대부분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I Can’t Stand It”, “Foggy Notion” 같은 곡들은 물론 [Loaded] 앨범에서의 “Rock & Roll”, “Sweet Jane” 등을 연상시킬 수 있는 로큰롤 넘버인데, [Loaded]에서 루 리드의 보컬이 보여준 강렬한 톤과는 달리 [VU]에서 그의 목소리는 약간의 긴장도 없이 말 그대로 ‘읊어대는’ 느낌이다. 그것은 [The Velvet Underground] 앨범에서 나타난 고독이나 우울함 같은 정서와도 명백히 다르다. 또한 이 곡들에서의 기타는 조니 마(Johnny Marr)나 피터 벅(Peter Buck) 스타일의 ‘징글쟁글한’ 연주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적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래들인 “We’re Gonna Have A Real Good Time Together”, “She’s My Best Friend” 등이 이 음반들 수록곡의 주된 경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Stephanie Says” 같이 무척 이례적인 노래도 있다. 루 리드 보컬 역사 상 지극히 이례적으로 안정된 창법에다가, 존 케일의 비올라마저도 이러한 ‘예쁜’ 멜로디에 조응해 준다. 어떤 면에서 아트 록 밴드의 발라드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Ocean” 같은 곡은 아트 록의 카테고리에 넣어도 크게 무리 없을 정도다). 동요 스타일의 “I’m Sticking With You”(리드 보컬: 모린 터커(Maureen Tucker))를 비롯하여, 평범한 작곡인 듯하지만 그 덕에 루 리드 특유의 결코 만만치 않은 엉터리(?) 창법과 단조로운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발라드 “Lisa Says” 역시 놓치기 아까운 보석이다.

20020201042251-0403velvet_anotherview오른쪽은 The Velvet Underground, [Another View] 재킷

물론 미발표곡을 모은 음반인 까닭에 다소 함량이 떨어지는 듯한 노래나 데모 버전이 수록된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음반들은 ‘Another View’라는 제목처럼, 이들의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때로는 기존의 앨범들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부담감’을 제거하고 들을 수 있다는 점도… 20020126 | 김성균 [email protected]

8/10

사족: 재미있는 건 이 음반들의 수록곡 상당수가 훗날 루 리드의 솔로 앨범에 다시 실렸다는 사실이다. 즉 “I Can’t Stand It”, “Lisa Says”, “Ocean”, “Ride Into The Sun” 등이 [Lou Reed]에, “Andy’s Chest”가 [Transformer]에, “Stephanie Says”가 “Caroline Says 2″라는 제목으로 [Berlin]에, “We’re Gonna Have A Real Good Time Together”가 “Real Good Time Together”라는 타이틀로 [Street Hassle]에 실린 바 있다. 특히 솔로 데뷔작 [Lou Reed]에서 세션맨들의 빈틈없는 연주(다름 아닌 예스(Yes)의 두 ‘거장’ 릭 웨이크먼(Rick Wakeman)과 스티브 하우(Steve Howe))를 스털링 모리슨(Sterling Morrison) 등 벨벳 언더그라운드 멤버들의 반복적이고 허점 많은 듯한 연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거장적 연주가 때로는 좋은 곡을 망치기도 한다는 예로서.

[VU] 평점: 8/10
[Another View] 평점: 7/10

수록곡
[VU] 1. I Can’t Stand It
2. Stephanie Says
3. She’s My Best Friend
4. Lisa Says
5. Ocean
6. Foggy Notion
7. Temptation Inside Your Heart
8. One Of These Days
9. Andy’s Chest
10. I’m Sticking With You

[Another View] 1. We’re Gonna Have A Real Good Time Together
2. I’m Gonna Move Right In
3. Hey Mr. Rain (Version I)
4. Ride Into The Sun
5. Coney Island Steeplechase
6. Guess I’m Falling In Love (Instrumental Version)
7. Hey Mr. Rain (Version II)
8. Ferryboat Bill
9. Rock &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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