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125347-0402gorkyszygoticGorky’s Zygotic Mynci – How I Long To Feel That Summer In My Heart – Mantra/Rock, 2001

 

 

유연하고 원숙하게 묘사한 그 여름에 관한 기억

1990년 웨일즈(Wales)에서 결성되어 1994년부터 현재까지 7장의 음반을 내놓으며 바이올린, 해먼드 오르간, 무그 신서사이저, 밴조 등으로 풀 냄새 가득한 음악을 선보여온 고르키스 자이고틱 민치(Gorky’s Zygotic Mynci). 이들은 웨일즈어가 섞인 요들(yodel)조의 보컬과 포크,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브릿 팝 등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사운드로 단순히 복고라는 시류 차원을 넘어, 영국 시골 마을에서 전해내려 온 듯한 전통 음악 혹은 집시적인 취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들의 [How I Long To Feel That Summer In My Heart]가 라이선스 발매되었다. 특이한 점은 같은 해 봄에 나온 [The Blue Trees]와 “Poodle Rockin'” 싱글 수록곡(“Flu Music”, “The Girl I’ve Always Known”)이 담긴 보너스 CD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사운드와 곡 구성 면에서 두 앨범은 차이점이 있다. 3월에 발매된 [The Blue Trees]는 고르키스 자이고틱 민치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포크에 가까운, 수록 곡 대부분이 3분 이하인 소품들로 이뤄져 있고, 9월에 발매된 [How I Long To Feel That Summer In My Heart]는 이들의 어쿠스틱 질감이 가장 유연하고 안정감 있게 담겨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전작에 비해 분명한 멜로디 라인이 은은하게 흐르고 대부분의 선율이 낮게 서행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무엇보다 해먼드 오르간과 무그 신서사이저 연주가 곳곳에 흐르고 있어 흙 냄새를 가득했던 전작들에 비해 몽환적인 우울함이 깃 들게 한다.

특히 ‘여름’이란 소재는 이미 [The Blue Trees]에 수록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라는 물음을 던진 “This Summer’s Been Good From The Start”와 ‘부푼 나의 꿈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Face Like Summer”에서 쓰여진 바 있어, 두 앨범은 서로 간의 연계성을 이루고 있음을 추측케 한다. 또한 마치 무엇을 갈망이라도 하듯 공중에 뜬 캔의 입구가 태양을 향해 열려있는 재킷 이미지와 캔에 새겨진 ‘나는 내 마음속의 여름을 얼마나 오랫동안 느낄 수 있을까’라는 비관조의 문구는 밝은 색조와 대조를 이뤄 이중적인 미묘함을 갖게 한다. 그러한 연유로 앨범의 선율은 낙심한 듯 낮게 드리워져 흐르고 있다.

앨범은 무그 신서사이저로 시작해 밴조와 해먼드 오르간이 오케스트레이션과 만나 엄숙함을 이루는 “Where Does Yer Go Now?”로 시작한다. 바이올린과 오르간이 단아하게 넘실대는 “Honeymoon With You”, 침잠된 고독한 선율을 고백조의 보컬로 소화시킨 “Dead-Aid”로 옮겨가며 초반부를 장식한다. 이어서 재기 넘치는 브라스 연주가 흥겨움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주는 “Can Megan”, 찰랑대는 집시 풍의 밴조 연주가 고고한 코러스와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는, 절묘한 편곡이 인상적인 “Christina”, ‘저기 파란 하늘이 조금씩 굴러간다/ 그녀의 마음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 소녀는 동틀 녘까지 춤을 춘다’라는 가사처럼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지닌 “Let Those Blue Skies”가 흐른다. 그리고 “How Long”에서 피아노, 해먼드 오르간 연주가 정적인 반복 속에서 천천히 흐름을 상승시켜 앨범의 절정이라 할만한 순간을 제공한다.

이렇듯 [How I Long To Feel That Summer In My Heart] 앨범은 감정 조절이 잘 안배돼 있어 자연스러움과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된 성향을 감지할 수 있다. 침잠된 선율이 여린 감수성의 호소에 그치지 않고 놀라운 집중력과 신선한 편곡 등으로 평소 감성을 자극했던 주변의 것들이 사라졌음에도 내면의 깊이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 이 앨범은 그들의 개성이 원숙하게 표현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20020112 | 정건진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CD 1
1. Where Does Yer Go Now?
2. Honeymoon With You
3. Stood on Gold
4. Dead-Aid
5. Can Megan
6. Christina
7. Easy Love
8. Let Those Blue Skies
9. These Winds Are In My Heart
10. How I Long
11. Her Hair Hangs Long
12. Hodgeston’s Hallelujah
CD 2
1. Flu Music
2. The Blue Trees
3. This Summer’s Been Good From The Start
4. Lady Fair
5. Foot And Mouth ’68
6. Wrong Turnings
7. The Girl I’ve Always Known
8. Fresher Than The Sweetness In Water
9. Face Like Summer
10. Sbia Ar Y Se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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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ky’s Zygotic Mynci [Spanish Dance Troupe] 리뷰 – vol.3/no.6 [20010316]

관련 사이트
Gorky’s Zygotic Mynci 공식 사이트
http://www.gork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