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122613-0402leesooyoung이수영 – Made In Winter – YBM 서울음반, 2001

 

 

클리셰가 되어버린 독특한 창법의 가능성

이수영의 세 번째 앨범 [Made In Winter]의 타이틀곡 “그리고 사랑해”를 처음 들었을 때, 곡의 스타일면에서나 보컬의 창법, 모든 부분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데뷔 앨범인 [I Believe]를 구입하고 상당히 후회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리고 사랑해”를 라디오 등에서 몇 번 더 듣고서는 ‘속는 셈’치고 앨범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그녀의 “I Believe”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이수영이라는 ‘가수’에게 조금이지만 기대와 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했다. 그 당시 혹자(?)는 그녀의 보컬을 두고 ‘주현미가 백배 낫다’라고 말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었다. 그녀의 독특한 창법은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진부한 클리셰가 될 수도,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진부한 클리셰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산 세 번째 앨범인 이번 앨범 역시 1, 2집을 작업했던 MGR이 맡고 있는데 타이틀곡인 “그리고 사랑해”는 지금까지 이수영의 곡 스타일이나 창법에서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스트링 편곡, 그리고 중간중간 바이올린 솔로가 등장하는 이 곡은 MGR 전형의 소위 오리엔탈 발라드(Oriental Ballad)라는 그들만의(?) 스타일에 록적인 필을 살짝 가미한 듯한데, 이수영의 창법도 단지 ‘떨고, 꺾는’ 데만 그치지 않고 끝 부분에서 툭툭 털어내는 듯한 변화를 주었다.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의 조합도 생각보다 괜찮고 간주부의 바이올린 솔로도 산뜻하다. 무엇보다 이수영의 미묘한 창법의 변화가 이전의 그것보다 훨씬 느낌이 신선하다. 하지만 미묘한 변화는 여기서 끝이다. 이 곡을 듣고 그녀의 변화를 기대했던 나의 생각은 앨범을 구입해 플레이시키면서 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20초의 짧은 인트로(“Made In Winter”)를 지나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 곡 “Farewell 블루스”가 흘러나올 때까지만 해도 ‘혹시나’하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해”가 지나고 4번째 트랙 “혼자 맞는 겨울”은 일본가수 히로세 코미(Hirose Kohmi)의 곡 “Dear… Again”을 리메이크한 곡인데 ‘왜 하필 이런 곡을 리메이크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곡 자체의 매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다가 앨범 분위기 상으로도 단연 ‘튀는’ 곡이다. 이쯤되면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시금 전형적인 발라드곡 “차라리”를 지나 “아니기를”에서는 이런 기대가 단지 기대였음을 ‘확인사살’ 시켜주는 그녀의(혹은 MGR의) 전형적인 창법과 ‘오리엔탈 발라드’가 나온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몇 번이고 앨범을 플레이시킬 때마다 이 트랙에서 ‘이제 몇 곡 남았지…’하며 남은 트랙을 확인하게 되더라는 거다.

이후 이런 기대를 버리고 들으면 한결 편한 미드 템포의 예쁜 발라드 곡 “상처” 같은 곡도 있지만, 윤일상이 작곡한 “길”의 경우 동양풍의 선율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독특함을 담아내려고 했으나 그다지 매끄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트랙인 “돌아오면”을 끝으로 앨범은 끝나지만 이제는 지겨울 때도 된 ‘악습’인 ‘instrumental version’으로 두 곡을 더 채워 넣고 있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리고 사랑해”와 “Farewell 블루스”의 ‘instrumental version’이 있는 것으로 보아 “Farewell 블루스”가 후속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본다.

뛰어난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철저히 상품화되고 전략화된 댄스 그룹이나 똑같은 창법, 똑같은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사이에서 독특한 창법으로 자기색깔을 냈던 ‘가능성’을 가진 가수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거나 그들 역시 ‘시스템(혹은 전략)’의 일부임을 확인할 때 더욱 더 안타까움을 느낀다.

부클릿을 보면 그녀의 ‘Special thanks to’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 이수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준 수많은 분들, 그 분들이 없이는 지금의 이수영은 없었다. […중략…] 물론 그 때문에 이수영표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지….”라는. 물론 주류시장에서 스타성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음악 하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수반하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뮤지션 자신의 모습과 그 발전의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순진한 바램인 것인가? 그러나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이런 사실이 언제나 씁씁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20020113 | 신지근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Made In Winter
2. Farewell 블루스
3. 그리고 사랑해
4. 혼자 맞는 겨울
5. 차라리
6. 아니기를
7. 상처
8. 사랑은 끝났어
9. 길
10. 돌아오면
11. 그리고 사랑해 (acoustic piano instrumental version )
12. Farewell 블루스 (nylon guitar instrumental version)

관련 사이트
이수영 공식 사이트
http://leesooyoung.soundpu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