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121310-0402ssaw_mybeautifulsong봄여름가을겨울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 동아기획/서라벌레코드, 1989

 

 

퓨전 재즈(라 불린) 가요의 대표자

1980년대 후반의 가요계는 그야말로 발라드와 댄스가 각축을 벌이던 시기였다. 김완선, 박남정, 소방차 등의 댄스 가수들과, 이문세, 변진섭 등의 발라드 가수들이 가요계의 주역으로 자리잡아가던 때 아니던가. 동아기획 사단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각별했다. 김현식의 3집 앨범의, 시쳇말로 ‘백 밴드'(이 밴드의 중요성은 봄여름가을겨울과 유재하를 비롯해, 이후 사랑과 평화로 이적하고 빛과 소금으로 낙착한 장기호 및 박성식 등 거물급 뮤지션이 공존했다는데 있다)로 출발한 봄여름가을겨울 역시 그 자장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김종진(기타, 보컬)과 전태관(드럼, 퍼커션)의 2인조인 봄여름가을겨울은 당시에 퓨전 재즈 밴드로 ‘오인’받았다. ‘퓨전 재즈 밴드’라고 자칭해본 일이 없다고, 이는 그 당시 척박했던 대중음악계에 ‘제대로 된’ 퓨전 재즈 밴드가 없던 지형 때문이라고 본인들조차 극구 해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은 정원영, 한상원, 김광민 등이나, 김현식, 사랑과 평화/빛과 소금(의 멤버)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었으므로, 한국 대중음악사의 계보 상으로 그들(이 거주했던 재즈, 블루스 같은)의 그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앨범에는 특히 김현식의 자장안에 존재함/했었음을 천명이라도 하듯, 그리고 그에게 헌정이라도 하듯 그의 곡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그의 3집에 수록되었던 “쓸쓸한 오후” 등 김현식과 함께 했던 곡들을 포함시켰다.

두 번째 앨범은 첫 번째 앨범의 연장선 속에 보다 더 세련된 사운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곡은 1집과 마찬가지로,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못 다한 내 마음을”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등의 연주곡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연주곡을 대거 포함시킨 시도는 당시에는 새로운 것이었다. 앞 곡은 다소 긴 듯한 시간에 훵키함이 가미된 잼 사운드를, 뒤의 두 곡은 기타나 색서폰에 의해 주도되는 슬로 템포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담지했다.

그들의 가사에서도 사랑 타령조에서 벗어난 눈길을 끈다. “어떤 이의 꿈”에는 ‘꿈’과 ‘자아’에 대한 이야기가, 밴드명과 동명의 곡 “봄 여름 가을 겨울”에는 말 그대로 한국의 사계에 대한 찬양(!)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라도 “내 품에 안기어” 같은 발라드는 물론이고, 담배 연기를 뿜는 한숨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 같은 서글픔과 고달픔이 묻어나는 애잔한 곡과, “열 일곱 그리고 스물 넷” 같은 (당시로서는) 재미있는(?) 가사까지 포괄한다.

사랑과 평화 출신인 송홍섭의 베이스나, 최태완과 김효국의 키보드가 어쩌면 이 앨범의 사운드의 일등 공신인지도 모른다.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경쾌한 “어떤 이의 꿈”은 훵키한 베이스 및 텍스처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키보드에 의해 조직된 것이다. 많은 곡들에서 간간이 울리는 색소폰 소리 역시. 물론 김종진의 투박한 결의 목소리가 주는 독특한 맛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전매특허다(‘노래 잘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또한 3분 여의 긴 전주 끝에 흘러나오는 투박하고 쓸쓸한 목소리가 담긴 “쓸쓸한 오후”는 블루스/재즈를 ‘가미한’ ‘품격 있는 가요’라 할 만하다.

그래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가장 큰 음악(사)적 의미는, 정확히 퓨전 재즈 밴드였는가의 여부를 떠나, 댄스와 발라드 이상의 새로운 무엇을 갈망했던 당시의 청자에게 조금 색다른 청량제 기능을 했다는 게 아닐까(그들의 연주력이 출중한가, 곡이 뛰어난가, 혹은 새로운 음악인가 등등의 물음은, 그래서 후차적인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앨범은 바로 그들의 정점을 이룬 작품일 것이다. 20020113 | 최지선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Inst.)
2. 어떤 이의 꿈
3. 쓸쓸한 오후
4. 봄 여름 가을 겨울
5. 내 품에 안기어
6.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Inst.)
7.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
8. 열 일곱 그리고 스물 넷
9. 사랑해 (오직 그대만)
10. 못 다한 내 마음을…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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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봄여름가을겨울 공식 사이트
http://www.idongamusic.com/Star_Site/ssaw
봄여름가을겨울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Villa/8100/ss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