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9065900-0401ost_goyangiOST – 고양이를 부탁해 – 드림비트, 2001

 

 

떠나는 자의 희망과 불안, 그 매혹

한국 영화의 흥행가도에서 탈주(?)한 [고양이를 부탁해]는 여상을 졸업한 인천 출신의 스무 살 소녀들의 꿈과 희망 찾기, 변두리 주변부의 그 어딘가에 위치할 그녀들에 대한,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묘사와 정교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매력적이라고 하면 이 영화를 제대로 설명한 걸까. 이 영화의 결을 따라 첨부된 여러 장치들 중에서도 음악이 특히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특히 이 영화의 수혜자는 ‘별’이라는 창작 집단이 아닐까. 영화 음악을 책임진 M&F 프로덕션 – 작곡가 그룹, 프로듀서 그룹, 레코딩 엔지니어 그룹을 겸비한 체계적인 ‘공장’ 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국의 유일무이의 영화 음악 작곡가 집단이 무색할 정도로. 물론 철저한 분업 시스템과 음향 장비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작은 규모의 집단 별에 의한 것이 아닌 프로덕션의 베테랑들에 의해서 영위된 것이다. 그들 때문에 별의 곡이 아닌 트랙에서도 그들의 특색과 어느 정도 근접하는 값을 지니는 사운드를 방출했다.

별(작사, 작곡, 건축/그래픽 디자이너). 별의 동생 조월(작곡, 기타, 프로듀스). 유일한 ‘직장인’이라는 가네샤(시타), 허유(사진, 아트 디렉터). 가장 뒤늦게 별에 합류한 김상길(사진, 비디오, 테크노 디제잉)로 구성된 집단 별의 구성만 봐도 기존의 밴드 형식과도 차별적임이 드러난다. 미리 프로그래밍된 전자 음악을 틀어놓거나 짙은 향 냄새를 배경으로 한 시 낭송 같은 공연 세팅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공연 형식과도 선을 긋는다. 또한 자가제작 홈 레코딩에 기대면서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홍대 앞 인디 밴드’에 대한 정형화된 틀 역시 거부한다. 물론 그와 관련된 여러 이데올로기도. 한마디로 “일상과 일탈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집단을 꿈꾸는 그들.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태도나 발화된 말에 대한 두려움, 다시 말해 애초와는 다른 식으로 해석되고 와전되는 사태를 경계하는 자세는,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신비화의 전략이며 컬트의 대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궤도라고 (사후적으로) 판단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꿈꾸는 듯 특이한 코드들로 무장했는데, 2014년 완공 예정인 그들의 공식 사이트의 존재라던가, 그들이 발간하는 시, 음악, 사진이 첨부된 [월간 뱀파이어] 잡지, 거기 포함된 씨디의 불편함과 불친절함(앞뒷면을 알아보기 어려워서 씨디를 넣고 음악이 흐르지 않는다면 뒤집어야 하는)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한정된 페이지에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는 어려우니 사운드트랙 이야기로 돌아가서. 뭐니뭐니해도 오프닝 장면과 월미도 장면에서 흐르는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엔딩 크레딧에서 흐르는 “2”가 이 사운드트랙의 주인공(이 곡 외에도 “비단길”과 감독이 “책보는 태희”라고 부른 곡 등 두 곡을 더 작업했지만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다). 디페시 모드나 뉴 오더, 펫 샵 보이스에 심취한 이들답게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충만한(굳이 분류하자면 앰비언트적이랄까) 뿅뿅거림과 팅글거림이 우주적이고 신비로운 기운이 휘감는다. 그저 가볍게 지었다는 의도 아닌 의도. (본인 말에 따르면) 별 거 아닌 것들이 (사람들에게) 뭔가 있는 듯한 것으로 탈바꿈하는 아우라의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의 약간은 건조하고 금속성의 음색으로 읊조리는 시적인 가사와 ‘폼나는’ 제목이 돋보이는 이 곡은 그들의 “청담동으로 대변되는 강남 상류층 문화에 빨리 진입하고 싶었던” 이십대 초반의 심정이 드러난다. ‘네덜란드산 초록맥주병’으로 대변되는 부와 폼, “비굴하게 웃기 싫어 / 레논처럼 죽고 싶어”처럼 치기 어린 청년기(혹은 유년기?)의 단면이 투영된 게 아닐까. 다소 침잠하는 이 곡보다 흥겨운 비트 속에 펼쳐지는 “2” 역시 “난 밤새 춤을 췄어 / 난 영혼을 팔았어 / 난 노래를 불렀어 / 난 모두를 죽였어 / 난 우주를 날았어 / 난 사랑을 버렸어 / 난 비단뱀을 샀어 / 난 눈물을 감췄어” 같은 가사를 숨겨놓고 있다. 이런 점들이 이 영화의 뿌연 안개와도 같은 스무 살 소녀들의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복류시킨다. 딜레이와 리버브를 통해 발산되는 흔들림과 부유 속에서. 20011230 | 최지선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진정한 후렌치 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 – 별
2. 2 – 별
3. 티티
4. 산책
5. 낯선 풍경
6. A Friend
7. 우정
8. Dream
9. 무너지다
10. 갈 곳 없는 아이들…(대사)
11. 스무 살
12. 동행(대사)
13. 둘이 함께라면(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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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공식 사이트
http://www.titicat.com
별 공식 사이트
http://www.byul.org
허유의 웹 사이트
http://soppy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