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101113-0401pinkfloyd_darksidemoonPink Floyd – The Dark Side Of The Moon – EMI, 1973

 

 

핑크 플로이드라는 ‘전설’의 시작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명실상부한 ‘전설의’ 앨범이다. 이 음반이 이토록 전설이 된 이유 중 첫째가는 것으로, 무엇보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 741주 동안 머물러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기록 하나 만으로도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예전의 실험적인 록 음악을 연주하던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밴드에서 일약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공룡 밴드’로 거듭나게 된다.

사운드의 측면에서 보면,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또한 예전의 핑크 플로이드가 구사하던 음악 세계와는 다른 차원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음반에서 크게 두드러지는 요소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효과음. 물론 핑크 플로이드에게 있어 효과음이란 초창기부터 낯설지 않은 것이지만, [The Dark Side Of The Moon] 이전의 음반들로부터 발견되는 이펙트가 추상적이고 실험 그 자체에만 머무는 성격임에 비해, 이 음반부터 등장하는 각종 효과음, 즉 대화 소리, 비명, 발자국 소리, 중얼거림, 웃음, 동전 떨어지는 소리, 헬리콥터 등은 각각 뚜렷한 구체성을 지니고 노래의 성격과 뚜렷한 부합을 이룬다.

두 번째는 트랙 사이의 긴밀한 연결. 이전 앨범에도 한 두 번 선례가 있었지만, [The Dark Side Of The Moon]부터 핑크 플로이드의 모든 음반은 수록곡들이 끊어짐 없이 (물론 LP 시절 A면과 B면의 끝 곡은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야 했지만) ‘메들리’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핑크 플로이드가 음반 전체를 하나의 총체적 ‘작품’으로 파악하려는 시각이 확고해졌음을 의미한다. 즉 뚜렷한 예술성을 갖추고 모든 역량을 ‘컨셉트’로 이루어내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가 정신이 커다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데서 핑크 플로이드의 진정한 괴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변화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예전 이들의 노랫말이 무척 추상적이거나 별 의미 없이 무심한 상태를 읊조리는데 그쳤다면,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도맡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가사는 현대인의 광기에 짓눌린 의식 상황과 자본주의의 병폐에 얽매인 참담한 심경을 통렬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여태껏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분류되는 밴드들이 클래식과 재즈의 방법론에 너무 기댄 나머지 ‘테크닉’에 모든 것을 걸었던 상황과는 다르게, 핑크 플로이드는 자신의 음악에 ‘감정’을 담으려 노력했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에는 인간이라는 자각으로부터 생겨나는 고뇌, 자학, 회한, 분노, 허무감이 또렷하게 부각되어 있다. 물론 “On The Run”이라든지 “Any Colour You Like” 등의 트랙에선 이들이 예전부터 즐겨 행하던 실험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지만 “Time”, “Money”, “Us And Them”, “Brain Damage” 등의 주요 곡들에는 인간미와 연민의 정이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블루스 느낌 가득한 기타와 보컬, 세션으로 참여한 딕 페리(Dick Parry)의 정감 있는 색소폰, 도리스 트로이(Doris Troy), 레슬리 던컨(Leslie Duncun), 리자 스트라이크(Liza Strike), 배리 세인트 존(Barry St. John)의 구성진 코러스 등이 이 앨범을 생동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겨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설명으로도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지닌 고유의 아우라(aura)를 충분히 설명해낼 수 없다. 명반을 왜 명반이라 부르게 되는지, 익히 들어 친숙해진 명성만 갖고 접근했다간 당혹감 섞인 실망과 함께(이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평가절하’의 마음가짐으로 돌아서기 십상이다. 이제와 들어보면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그 장대하고 치밀한 구성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설’의 반열까지 올랐다는 것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하긴 모든 ‘전설(또는 경전)’들이 언젠가 한두 번씩 ‘재평가’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느낌이 가득한 좋은 노래, 좋은 연주가 담긴 걸작임에 틀림없다. 물론 어떻게 좋으냐, 왜 좋으냐의 문제는 ‘주관적’인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므로 이 자리에서 자세히 다루는 건 적절치 못할 듯 싶다. 그것은 ‘달의 어두운 면’, 즉 ‘광기’로 집약되는 인간 무의식의 세계 안에서 다뤄야 함이 옳다. 20011225 | 오공훈 [email protected]

10/10

* 여담 : 수록곡 중 “The Great Gig In The Sky”는 훗날 암스테르담 섹스 박람회의 배경 음악으로 즐겨 사용되었다고.

수록곡
1. Speak To Me/Breathe In The Air
2. On The Run
3. Time
4. The Great Gig In The Sky
5. Money
6. Us And Them
7. Any Colour You Like
8. Brain Damage
9. 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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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Pink Floyd 공식 사이트
http://www.pinkfloyd.com
Pink Floyd 팬 사이트
http://www.pinkfloyd.net
[The Dark Side Of The Moon]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와의 기묘한 관계를 소개한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Studio/6741/wizzard.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