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100641-0401pinkfloyd_wishyou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 – EMI/Columbia, 1975

 

 

‘예술가’에서 ‘엔터테이너’로 변하려는 고뇌

[Wish You Were Here](1975)는 여러모로 보아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음반이다. 무엇보다 [Wish You Were Here]는 [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 두드러졌던 요소들이 다시 등장한다. 딕 페리(Dick Parry)의 색소폰, 여성 코러스(물론 베네타 필즈(Venetta Fields)와 카레나 윌리엄스(Carlena Williams)로 바뀌기는 했지만), “Brain Damage”에서 우리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웃음소리(“Shine On You Crazy Diamond Part 4″에 등장), 객원 보컬(“The Great Gig In The Sky”에서 여성 싱어 클레어 토리(Clare Torry)가 초빙되었던 것처럼, [Wish You Were Here]에서는 로이 하퍼(Roy Harper)가 등장하여 “Have A Cigar”를 부른다) 등이 그 실례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즉, 긍정적 의미로는 핑크 플로이드가 [The Dark Side Of The Moon]으로부터 시작된 문제 의식(자아의 분열과 사회 의식)을 총체적 관점에서 그대로 끌고 나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정적 의미로는, 거대한 성공을 거둔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주는 중압감에 이들이 얼마나 짓눌려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대중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된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스타일로부터 핑크 플로이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고, ‘거물 밴드’로 자리잡은 데 대한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Wish You Were Here]는 졸지에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 느낀 당혹감과 피곤함이 잘 드러나 있는 음반이다.

물론 [The Dark Side Of The Moon]과의 차이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Wish You Were Here]에는 [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 약간이나마 남아있었던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의 ‘실험’ (“On The Run”과 “Any Colour You Like”가 뚜렷한 예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초중기 핑크 플로이드 사운드의 중심 축 중 하나였던 ‘목적 없는 실험 정신’이 ‘뚜렷한 컨셉트’에 밀려 소멸된 것이다. 이 음반부터 핑크 플로이드가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소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명확한 내용과 목적을 포함하게 된다.

‘실험’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다소 일렉트로닉 했던 분위기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비해, [Wish You Were Here]는 ‘어쿠스틱’한 감성이 훨씬 두드러진다. 이는 앨범 자켓을 보아도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데, [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의 프리즘이 차가운 느낌을 발산하는 반면에 ‘이 세계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불, 물, 흙 그리고 공기’를 나타내고자 한 [Wish You Were Here]의 자켓 디자인은 훨씬 ‘자연적’이다. 특히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마음을 울리는 블루스 스케일 기타는 이 음반에 이르러 정점을 이룬다. “Welcome To The Machine”을 제외한 모든 곡에서, 그의 기타 연주는 듣는 이의 감정을 극도로 고양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특히 “Wish You Were Here”는 스타일 상 기존에 이미 있었던 핑크 플로이드식 어쿠스틱 발라드(“Julia Dream”, “If” 등이 대표적)의 한 갈래로 보이지만, 길모어의 걸출한 슬라이드 기타에 힘입어 훨씬 깊이 있는 우수로 가득찬 노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또한 [Wish You Were Here]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로 릭 라이트(Rick Wright)의 발군을 꼽을 수 있다.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와 데이빗 길모어의 두각에 가려져 그 동안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던 그는 (다른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에 비해 핑크 플로이드는 기타의 비중이 훨씬 높은 ‘정통 록’ 밴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선 어찌 된 영문인지 무척이나 도드라지는 신서사이저 연주를 펼치고 있다. “Welcome To The Machine”은 릭 라이트의 역량이 극대화 된 대표적인 경우이며, “Have A Cigar”나 “Shine On You Crazy Diamond”에서도 그의 번득이는 장악력은 듣는 이의 귀를 바짝 세우게 만든다. [Wish You Were Here]에서 그의 활약상이 너무 튀었던 탓일까. 어떻게 보면, 그의 모던한 음색의 신서사이저 연주는 ‘어쿠스틱’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려던 핑크 플로이드(특히 로저 워터스)의 방침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요소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향후 릭 라이트는 로저 워터스 독재 체제의 희생양으로 밴드에서 축출되고 만다.

20011231100641-0401pinkfloyd_wishyou2[Wish You Were Here]의 주제 면에서, 핑크 플로이드는 ‘당신(You)’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고립된 처지와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토록 고독감을 느끼게 된 원인으로 앨범 전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기계화 되어가는 비정한 문명’과 ‘예술이 아닌 상품의 관점으로만 잣대를 들이미는 뮤직 비즈니스의 냉혹한 관행’ 등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음악 산업의 중심 밴드로 자리잡은 핑크 플로이드로서는, 더 이상 순수하게 ‘실험’에만 몰두할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로부터 당혹과 절망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당신’은 익히 알려진 대로 시드 배릿(Syd Barrett)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포괄적으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만 핑크 플로이드(특히 로저 워터스)의 분열되기 이전의 자아로 파악함이 더욱 합당할 것이다.

이후 [Animals](1977)와 [The Wall](1979)을 통해, 핑크 플로이드는 [Wish You Were Here]에서는 지극히 방어적이고 수동적이었던 자아 개념을, 보다 공격적이고 거대한 스케일로 확대해나간다. 물론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라는 로저 워터스 특유의 사상은 변함이 없지만, [Animals]와 [The Wall]은 이러한 반체제적 분노를 ‘엔터테인먼트’의 껍데기를 빌려 상업적으로 포장해 내는 고도의 테크닉이 동원된다. [Wish You Were Here]는 핑크 플로이드가 이렇게 ‘침울한 얼굴을 한 엔터테이너’로 환골탈태하기 전 마지막으로 보여준, 순수하고도 내밀한 자아의 징표인 것이다. 20011226 | 오공훈 [email protected]

10/10

* 여담 : [The Wall] 앨범/영화의 주인공인 핑크(Pink)는 “Have A Cigar”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수록곡
1. Shine On You Crazy Diamond (Part 1~5)
2. Welcome To The Machine
3. Have A Cigar
4. Wish You Were Here
5. Shine On You Crazy Diamond (Part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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