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082539-0401bestjazz_charleslloydCharles Lloyd – Hyperion With Higgins – ECM, 2001

 

 

깊이 있는 로맨티시즘의 우정어린 완성

찰스 로이드(Charles Lloyd)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듣는 재즈 음악 중 하나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들려주는 소울풀한 애수와 깊이 있는 로맨티시즘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든 매력이 있으며, 그 슬픔이 주는 위로 또한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들을 때는 로맨틱한 색서포니스트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찰스 로이드의 음악세계는 무척이나 험난하고 다양했다. 치코 헤밀튼(Chico Hamillton), 케넌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와 함께 했던 1960년대 그의 활동은 정통 비밥이었던 반면, 비치 보이스(Beach Boys)나 도어스(Doors)의 세션으로 활동하던 1970년대 그의 활동은 외도라 할만했으며, 명상과 종교에 빠져 긴 시간을 활동을 중단했던 일까지 그다지 평온한 인생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들려주는 낭만에는 인생의 무게를 아는 사람만이 전해줄 수 있는 깊이가 있다.

2001년 5월 앨범의 발매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드러머 빌리 히긴스(Billy Higgins)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Hyperion With Higgins’로 타이틀을 단 앨범 안에는 죽음을 앞둔 노 거장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따뜻함이 가득하다. 브래드 멜도우(Brad Mehldau)의 피아노와 래리 그레나디에(Larry Grenadier)의 베이스, 존 애버크롬비(John Abercrombie)의 기타, 빌리 히긴스의 드럼은 전작 [The Water Is Wide]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어서인지 마지막임을 예감해서인지 한치의 흠도 없는 거의 완벽한 협연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앨범에서는 주춤하고 있지만 협연에서는 유난히 빛을 발하는 브래드 멜도우의 명상적인 인트로로 시작하는 첫곡 “Dancing Waters, Big Sur To Bahia”에서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질베르뚜(Gilberto)와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를 위해 만들었다는 설명처럼 은은한 보사 노바 리듬의 드럼을 배경으로 더해지는 기타와 더블 베이스, 테너 색서폰의 어울림은 전작보다 단단히 여물어있는 느낌이다. 빌리 히긴스를 위해 만들어진 곡인 “Hyperion With Higgins”에서 죽음을 앞둔 상태라고는 믿기지 않는 히긴스의 드럼 솔로와 그것을 배려하면서 흐르는 피아노와 색서폰의 즉흥 연주는 특별한 감흥을 준다. 이어지는 곡은 앨범에서 가장 긴 곡이자 백미인 “Darkness On The Delta Suite”이다. 이 곡에서는 프리 재즈의 원초적인 감성과 ECM으로 대표되는 유럽 재즈의 탐미적 표현력, 민속 음악의 따뜻한 멜로디, 전통 비밥의 밀도 높은 인터플레이가 들려주는 쾌감이 한데 더해져 12분이라는 러닝 타임을 한순간에 지나치게 만드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찰스 로이드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감성을 가장 완성도 있게 표현내면서 사라져 가는 거장에 대해 배려를 취하는 것이 더해져 특별한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하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행여나 걱정되는 한 가지는 히긴스의 죽음이 찰스 로이드가 보여주었던 재즈에 대한 지칠 줄 모르던 열정을 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뿐이다. 20011228 | 박정용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Dancing Waters, Big Sur To Bahia
2. Bharati
3. Secret Life Of The Forbidden City
4. Miss Jessye
5. Hyperion With Higgins
6. Darkness On The Delta Suite
7. Dervish On The Glory B
8. The Caravan Mon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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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레이블 ECM의 Charles Lloyd 페이지
http://www.ecmrecords.com/ecm/artists/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