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20020101040916-fastfood에릭 슐로서 (김은령 譯),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코리브르, 2001)
저널리즘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성과물. 기자답게 미국 전역을 발로 누비며 얻은 자료들로 매혹적인 책 한 권을 만들어냈다. 제목 그대로 오늘날 전세계 식단을 지배하는 패스트푸드에 관한 통렬한 비판서인데, 패스트푸드에 직접 관련된 대목 못지 않게 흥미로운 부분은 패스트푸드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새롭게 부상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려지는 미국 사회의 여러 모습들이다. 비단 변화하고 있는 음식 문화뿐 아니라 오늘날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읽어둘 만한 책.
with 조지 리처 (김종덕 譯),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시유시, 1999)
[패스트푸드의 제국]이 저널리즘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면 이 책은 아카데믹한 시각을 보여준다. 막스 베버의 이론의 눈을 통해 맥도날드가 몰고 온 합리화의 비합리성을 규명한 책으로 현대 사회학의 고전 중 하나.


엘리스 캐시모어 (정준영 譯),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 (한울, 2001)
제목대로 스포츠에 관련된 여러 사회학적 논제들(인종, 성별, 미디어, 약물, 정치 등)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사이먼 프리스의 [사운드의 힘]의 스포츠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스포츠를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교재의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에 좀 학술적이고 딱딱한 느낌도 있다. 여기에 소개된 다른 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보가 안 된 것 같아 아쉽다.
with 월터 레이피버 (이정엽 譯),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 (문학과지성사, 2001)
위의 책의 시야를 농구(마이클 조던)를 중심으로 압축해놓은 책이라 보면 된다. 아울러 미국이라는 사회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책상 위에서 읽어도 좋고 전철에서나 침대에서 읽기에도 좋다는 것.


잉마르 베리만 (민승남 譯), [마법의 등] (이론과실천, 2001)
영화라는 매체에 예술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접근한 최초의 시네아스트 중 한 명이자 영화의 형이상학자로 불리는 베리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손쉬운 문이다. 그런데 사실 영화보다 연극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좋다. 무엇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해 때론 당황스러울 정도다. 밀로스 포만의 [아마데우스]를 보고 난 느낌과도 비슷하게.
with 잉그마르 베르이만 (오세필, 강정애 譯),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창작노트] (시공사, 1998)
위의 책보다 2년 뒤(1996년)에 출간된 회고록으로 자신이 만들었던 40편의 영화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건넨다.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둘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20020101040916-tobacco김정화, [담배이야기] (지호, 2000)
담배를 즐기는 것과 담배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 책은 우리시대에 가장 논란이 많은 대상 중 하나인 담배에 대한 본격 교양서이다. 저자는 담배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담배에 대해 알 것을 권한다. 흡연애호가이면서 담배에 대해 공정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특히 이 책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담배 사진들까지.
with 리처드 클라인 (허창수 譯), [담배는 숭고하다] (문학세계사, 1995)
담배예찬론자가 쓴 담배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 칸트의 숭고 개념과 제노의 역설, 프랑스의 상징주의, 현대의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들이 등장하는 독특한 향기의 문화비평서.

다섯
성완경,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 (생각의나무, 2001)
재작년부터 일본만화의 편식에 한 대안으로 홍보되면서 소개되기 시작한 유럽만화의 본격 소개서이다. 세계만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품들을 풍부한 그래픽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 소개에 충실하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즉 선구적이라는 점 외에는 다른 미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그토록 오랜 세월 만화에 몸을 담은 저자가 그저 좋다는 말 외에 어떤 비판적 태도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with 이동훈, [유럽만화를 보러 갔다] (교보문고, 1999)
사실상 유럽만화를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한 책으로 만화를 테마로 한 유럽 여행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위의 책과 서로 보완해가며 읽기에 좋다.

여섯
에리히 폰 대니켄 (이영희 譯), [나스카의 수수께끼] (삼진기획, 2001)
중남미의 고대 문명에 매료되어 덥석 집어든 책. 페루의 나스카 고원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화를 외계 문명의 흔적으로 풀어나간 책이다. 소설처럼 흥미롭게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으며 특히 책에 수록된 방대한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
with 그레이엄 핸콕 (이경덕 譯), [신의 지문] (까치글방, 1996)
이 방면에서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학자일 핸콕의 대표작으로 남극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초고대 문명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진행된다. 이 책과 최근작인 [신의 흔적]의 방대한 양에 부담이 간다면 시공사에서 나온 만화를 들여다봐도 좋다.

일곱
러브크래프트 (변용란 譯), [광기의 산맥] (씽크북, 2001)
러브크래프트는 오늘날 서구의 비정격문화의 선구자 정도로 거론되는 작가인데, 최근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책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는 중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X-파일]의 극장판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외계 문명과 관련된 20세기적 신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음산하면서 기괴한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with 에드거 앨런 포 (김성곤 譯), [아서 고든 핌의 모험] (황금가지, 1998)
러브크래프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포의 유일한 장편 소설로, 회상조 형식으로 된 남극 소재의 음울한 모험물이라는 점에서 [광기의 산맥]의 원형을 이룬다.

여덟
20020101040916-devil살만 루시디 (김진준 譯), [악마의 시] (문학세계사, 2001)
인도 사람이라고 다 종교적이고 근엄하며 심각한 것은 아니다. 영화배우 파리슈타와 성우 참차가 봄베이와 런던을 오가며 벌이는 이 활극은 가볍고 냉소적이면서 지극히 현학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몰입과 권태로움을 오가게 된다. 명성이 아니었으면 과히 도전해볼 엄두도 못 냈을, 하지만 그랬기에 소중한 무엇을 얻을 수 있었던 책. 특히 마지막 장에서 마술 같은 감동이 우리를 기다린다.
with 가오싱젠 (이상해 譯), [영혼의 산] (현대문학북스, 2001)
사실, 이 책과 [악마의 시]는 특정 지역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논란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악마의 시]가 수다스러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라면, 이 책은 생각이 깊은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홀로 목적 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아홉
커트 보네거트 (박웅희 譯), [갈라파고스] (세계인, 1997)
미국 풍자 문학의 대가 보네거트의 소설은 언제나 즐거움과 교훈을 함께 준다. 역사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 만들어간다는 신념과 더불어. 백만 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오늘날을 돌아보면 인류가 얼마나 미련하고 하찮은 것에 연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까? 다윈호로 떠나는 유람여행이 어쩌다보니 인류의 생존여행이 되어버린 기이한 사연. 여기에 그는 생태적 자연주의(인본주의에 반대되는) 세계관과 SF적인 감수성을 절묘하게 곁들인다.
with 이탈로 칼비노 (김운찬 譯), [코스미코미케] (열린책들, 1994)
2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칼비노의 이 기이한 SF 소설집은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 먼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프우프 가 들려주는 기발한 모험과 상상력의 세계는 후반부로 갈수록 기호학과 포스트모던의 색채를 띤다. 보르헤스가 쓴 SF소설?


김용규, [알도와 떠도는 사원] (이론과실천, 2001)
철학과 소설의 행복한 만남. 철학이 갖는 딱딱함과 무거움을 벗고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일반 독자(특히 청소년)와의 본격적인 만남을 모색한 저서다. 내용은 알도라는 독일인 주인공이 인도를 무대로 펼치는 지적 모험. 철학에 무게를 두다보니 간혹 소설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깨어질 때가 있지만, 이 책이 거둔 성과에 비하면 옥의 티에 불과하다. 모처럼 만난 흥미진진한 국내 소설이다. 외국 소설의 번역본으로 오해하지 말길.
with 조앤 K. 롤링 (김혜원 외 譯), [해리포터] 시리즈 (문학수첩, 1999-2000)
한 꼬마 주인공이 벌이는 모험물 시리즈라는 점에서 [알도] 시리즈는 의식하든 않든 [해리포터] 시리즈에 비교될 만하다. 20011229 | 장호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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