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6011737-0324oysterheadOysterhead – The Grand Pecking Order – Elektra, 2001

 

 

과시욕 없는 ‘슈퍼 밴드’의 출사표

오이스터헤드(Oysterhead)는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힘든,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슈퍼 밴드’다. 기타리스트인 트레이 애너스테이시오(Trey Anastasio)는 미국 최고의 라이브 밴드 피쉬(Phish)의 리더다. 베이시스트 레스 클레이풀(Les Claypool)은 무시무시한 연주력을 뽐내는 아방가르드 록 밴드 프라이머스(Primus)의 리더다. 드러머 스튜어트 코플랜드(Stewart Copeland)는 전설의 뉴 웨이브 밴드 폴리스(The Police)의 초기 리더였다(물론 폴리스가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무게 중심을 스팅(Sting)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이렇게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결성한 오이스터헤드는, 물론 트레이 애너스테이시오와 레스 클레이풀에게 있어 새로운 경력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럼에도 커다란 호기심과 기대감을 품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연주 기량’에 있어 일가를 이룬 뮤지션들이 아닌가. 과도한 테크닉에 몰두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무한대의 즉흥 연주를 구사하는 데 달인인 트레이 애너스테이시오나, 상상을 초월하는 경천동지의 베이스 연주를 강력한 자산으로 삼는 레스 클레이풀은, 이미 대가(大家)라 부르기에 아쉬움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뉴 웨이브 밴드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뽐냈던 폴리스의 스튜어트 코플랜드가 펼쳐내는 정교하고도 예민한 심벌 워크를 기억한다면, 얼마나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지 쉽게 상상이 안 가는 것이다.

이들의 첫 번째 합작품 [The Grand Pecking Order]는 각각 엄청난 개성과 기량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한 답안지라 할 수 있다. 밴드 이름인 오이스터헤드(피쉬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팬들을 일컫는 단어 ‘피쉬헤드(phishhead)’에서 따왔음이 명백한)나 오이스터헤드의 결성을 둘러싸고 트레이 애너스테이시오의 행보에 대한 매체와 팬들의 집요한 관심(피쉬는 과연 해체될 것인가?) 등에도 불구하고, [The Grand Pecking Order]의 전체적인 주도권은 레스 클레이풀이 쥐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물론 훵키하면서도 미국 남부 록의 느긋함이 만발한 피쉬 고유의 향취를 “Randon Balloon”이나 “Birthday Boys”, “Owner Of The World” 같은 트랙에서 맛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음반 전체를 보면 테크니컬하면서 자유분방한 프라이머스 특유의 무정형 록 사운드가 만발하고 있다. “Little Faces”, “Mr. Oysterhead”, “Shadow Of A Man”, “Army’s On Ecstasy”, “The Grand Pecking Order” 등은 프라이머스의 새로운 노래들이라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수 있는 트랙들이다. 물론 “Pseudo Suicide”와 같이 피쉬와 프라이머스의 개성이 한데 융합된 특별한 예도 있긴 하다.

이러한 점에서 [The Grand Pecking Order]는 세 명의 쟁쟁한 장인들의 팽팽한 에고가 일대 충돌을 일으키는 음반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개성과 실력을 최대한 존중해 주려는 마음가짐에서 음악의 주도권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방식의 작품이라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적어도 이들은 21세기의 크림(Cream)은 아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양보’와 ‘배려’의 자세로부터 듣는 이를 압도하는 긴장과 폭발의 에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롭거나 혁신적인 요소를 찾을 수 없다”는 불평을 모면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이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이미 오랫동안 들어 친숙해진 기량과 겸손함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 가득 한 재미난 음반임에 틀림없다. 피쉬나 프라이머스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이 음반은 이들 밴드가 지닌 헤어 나오기 힘든 심오한 음악 세계로 인도하는 입문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잼 밴드(Jam Band) 사운드의 최전선을 만끽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20011210 | 오공훈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Little Faces
2. Oz Is Ever Floating
3. Mr. Oysterhead
4. Shadow Of A Man
5. Randon Balloon
6. Army’s On Ecstasy
7. Rubberneck Lions
8. Polka Dot Rose
9. Birthday Boys
10. Wield The Spade
11. Pseudo Suicide
12. The Grand Pecking Order
13. Owner Of The World

관련 사이트
Oysterhead 공식 사이트
http://www.oysterhe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