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30100645-0323bushBush – Golden State – Atlantic, 2001

 

 

향수와 현실 사이의 간극

1990년대의 문을 연 소리는 이펙트가 잔뜩 걸린 전기 기타의 지글거리는 노이즈였다. 그런지(grunge)라 명명된 이 사운드의 대표 밴드는 너바나(Nirvana)였고, 1994년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밴드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동시대 청년 문화의 아이콘이, 밴드의 사운드는 록 음악의 대안(alternative)이 되었다(이제는 ‘고전’이라고 해야 할까). 과연 폭발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이 시기에는 거칠고 지저분하고 자학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사운드와 가사의 곡들과 그런 곡들을 만드는 밴드들이 쏟아졌다. 그 중 영국 출신이지만 오히려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밴드 부쉬(Bush)는 (평단의)비난과 (대중의)찬사를 동시에 받은 밴드로 기억된다.

부쉬는 1992년 영국 쉐퍼드의 부쉬라는 지역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개빈 로스데일(Gavin Rossdale)을 중심으로 기타의 나이젤 펄스포드(Nigel Pulsford), 베이스의 데이브 파슨스(Dave Parsons), 드럼의 로빈 굿리지(Robin Goodridge)의 라인업으로 결성되었다. 1994년 데뷔작인 [Sixteen Stone]이 너바나와 펄 잼(Peal Jam)의 아류라는 혹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쉬가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얼터너티브가 산업으로 포섭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안적인 시도와 대중적인 지지가 어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데뷔작의 상업적인 성공 이후 밴드는 1996년에 발표한 2집 [Razorblade Suitcase]를 통해 무임승차의 혐의를 벗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1999년의 3집 [The Science Of Things]에서는 그런지 사운드와 테크노를 결합함으로서 미학적인 실험도 시도했다(1997년에 발표한 일렉트로니카 리믹스 앨범인 [Deconstructed]는 3집의 예고편이었다). 이러한 밴드의 행방에 대한 얼터너티브 청중들의 반응 역시 야유와 지지를 넘나들었다.

그래서일까, 2001년 10월에 발매된 부쉬의 네 번째 정규앨범 [Golden State]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신작은 오히려 지난 앨범들에서 보여주었던 시도와 노력들이 한 곳에 융화된 느낌을 준다. 단순한 기타 리프가 반복되다가 곧 시끄러운 기타와 드러밍이 무겁게 리드하는 첫 곡 “Solutions”를 시작으로 지글거리는 기타 노이즈 위로 멜로딕한 기타 리프와 보컬이 진행되는 형식의 “Headful Of Ghosts”, 역시 같은 진행을 보이는 “The People That We Love”, 그리고 “Fugitive”와 “Land Of The Living”에서의 거친 질감과 멜로딕한 사운드의 공존은 분명히 1집과 2집에서의 부쉬의 스타일을 재현하고는 있지만, 그전보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느낌인 것이 사실이다. 어쿠스틱과 키보드, 별다른 효과 없이 진행되는 전기 기타의 사운드가 차분한 느낌을 주는 “Inflatable”과 “Out Of The World”, “Float” 등의 곡들은 지나간 세월만큼 부드러워진 감수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Hurricane”과 “My Engine Is With You”에서는 여전히 거칠게 밀어붙일 여력이 남았음을 느끼게도 하지만 어느 곡이나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앨범이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의 재현, 혹은 그 시절에 대한 미련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런 말쑥함 때문이다.

어쨌든, (그 시절의)얼터너티브는 이미 (현재의)얼터너티브가 아니지 않은가. 깔끔하게 다듬어진 느낌의 이 앨범에서 거친 기타 노이즈와 익숙한 멜로디를 발견하는 것은 분명 (그런지 사운드의) 팬들에게는 ‘기쁨’일지도 모르지만, 지난날들에 대한 향수와 앞으로 남은 불확실한 날들에 대한 수긍을 병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그것은 밴드가 꾸준히 한 길을 지켜 가는 것과는 다른 문제, 이를테면 세월과 대중의 취향, 그리고 산업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11126 | 차우진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Solutions
2. Headful Of Ghosts
3. The People That We Love
4. Superman
5. Fugitive
6. Hurricane
7. Inflatable
8. Reasons
9.. Land Of The Living
10. My Engine Is With You
11. Out Of The World
12. Fl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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