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 스트리트에서 부르는 떠남의 만가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9년만의 신작이 어떻게 수용될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다. 음반사는 내심 [I’m Your Man]의 예상 밖의 선풍을 기대할 것이고, 오래된 팬들은 그가 이전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가사=시(詩)를 음미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기대는 이번 음반에서 절반 정도만 충족될 것 같다. 음반사로서는 “나는 당신의 남자”처럼 팬들(특히 여성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잡아당길 타이틀이 아니라는 점에 실망할 것이다. ‘열 개의 새로운 노래들’이라는 제목은 그의 앨범 타이틀 대부분(‘레너드 코엔의 노래들’, ‘방으로부터의 노래들’, ‘애증의 노래들’, ‘최근의 노래들’)처럼 ‘과묵’하고, 음악도 심심한 편이다. 반면 오래된 팬으로서는 초기작들의 소박한 편곡으로 돌아왔다고 말하기 힘든 사운드에 여전히 낯설어할 것 같다.

물론 올드 팬이라도 처음 두 트랙 “In My Secret”과 “A Thousand Kisses Deep”을 들으면 어느 정도 만족할 것이다. 이 곡들은 ‘레너드 코언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것이다’라고 속여도 웬만하면 속아 넘어갈 곡들이다. [I’m Your Man]과 [The Future]에서 전면에 부각되었던 신서사이저 음향은 이런 곡들에서는 잔잔한 배경음으로 깔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차분한 분위기와는 달리 “A Thousand Kisses Deep”에 “나는 다시 부기 스트리트(I’m back on boogie street)에 와 있다”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점은 그의 속내가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똑같은 가사가 “Boogie Street”에 다시 한번 등장하면 이런 심증이 굳어진다.

물론 [The Future]에 수록된 “Always”에서 들려주었던 흥청망청한 부기 리듬(텍사스 부기)이 넘실대는 곡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이번 앨범의 주된 분위기는 ‘부기’보다는 ‘소울’이라는 단어에 더 어울린다. 이는 이 앨범의 실질적인 공동 주인인 새런 로빈슨(Sharon Robinson)의 영향으로 보인다. [I’m Your Man]에 수록된 “Everybody Knows”의 공동 작곡가이기도 한 그녀는 이번 앨범의 모든 곡을 코언과 공동으로 작곡했고 거의 모든 트랙에서 보컬을 맡았다. 단지 백킹 보컬만이 아니라 솔로거나 듀엣을 한 트랙들도 있다. 섀런 로빈슨의 크루닝(crooning)이 레너드 코언의 ‘위스퍼링(whispering)’과 어우러지면서 음반의 분위기는 소울풀(soulful)하다(짐작했겠지만 그녀는 흑인이다). 이는 특히 “Here It Is”, “Boogie Street”, “By The River Dark”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순화된 부기’는 많은 수록곡들의 테마가 ‘떠남’이라는 점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첫 트랙 “In My Secret Life”, “Alexandra Leaving”, “You Have Loved Enough”는 떠남에 대한 구체적 묘사를 담고 있으며, 이들처럼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그의 시는 떠날 것을 앞둔 사람이 남기는 메시지 같다. 이런 메시지는 특히 “Love Itself”나 “The Land Of Plenty” 등의 찬송가 풍의 만가(輓歌)에서 가장 절절한데, 앞의 곡에서는 ‘윤리적’ 메시지를, 뒤의 곡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각각 들을 수 있다. 초기작에서의 ‘고요 속의 공포’, 중기작에서의 ‘냉소와 희망의 공존’을 거쳐 이제는 아무리 들뜬 부기 리듬이 흘러나오는 거리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접어들은 것일까. 어쨌거나 이런 상태는 그가 줄곧 불편해 했던 ‘풍요의 나라(The Land Of Plenty)’의 분주함 속에서도 ‘레너드 코언처럼 살아온’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복잡하게 프로듀싱된 음향이 분주히 움직여도 그의 목소리는 요지부동으로 차분하다. 20011123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In My Secret Life
2. A Thousand Kisses Deep
3. That Don’t Make It Junk
4. Here It Is
5. Love Itself
6. By The Rivers Dark
7. Alexandra Leaving
8. You Have Loved Enough
9. Boogie Street
10. The Land Of Ple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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