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6010624-tremolo트레몰로(Tremolo) – Tremolo – balloon&needle, 2001

 

 

불친절하지만 뛰어난 한국 인디 앨범

녹색바탕에 노란 선이 그려져 있다. 그려진 것인지, 흘려진 것인지 모르겠다. 뒷면으로 돌려본다. 역시 녹색바탕에 기타를 든 남자의 그림이 두 장 그려져 있다. 그려진 것인지, 사진을 찍은 것인지 모르겠다. 케이스를 열고 속을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노란 바탕에 녹색의 선이 그려져 있다. 모르겠다. 곡명도, 가사도 없는 꽤나 불친절한 음반이다. 이름이나 레이블 따위는 잊어버리고 플레이어에 씨디를 쑤셔 박는다. 액정에 ’10’이라는 숫자가 뜬다.

서너 번의 REM현상은 42분 동안 계속되었다. 그 동안 열 개의 노래는 마모된 영혼의 틈새를 찾아가 똬리를 틀고 있었고, 형제를 알 수 없는 ‘놈’은 스멀스멀 잇달아 귓속으로 기어가고 있었던 것만 같다. 그러면서 손으로 쥐어도 스르르 빠져나갈 것만 같은, 미끈한 몸덩이를 가진 ‘놈’은 체액을 분비하며 수축운동을 해댄다. 신서사이저는 물안개처럼 주변을 엷게 물들여 놓았고 끊어질 듯 이어지며 힘없이, 그러나 지독스럽게 반복되는 기타의 리프는 주술처럼 온몸을 마비시킨다. 멀리서 들리는 듯한 저 목소리는 세이렌(Siren)일까, 로렐라이(Lorelei)런가. 한 곡이 곧 열 곡인 것 같고 열 곡이 곧 한 곡인 것만 같다.

이쯤에서 구차하게 다시 ‘인디’를 꺼낸다는 것이 여러모로 난감한데, 이야기는 위에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며, 감성에 얹혀질 지성은 마르크스의 토대와 상부구조식의 도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무언가를 말하려는 의도를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말의 실수를 일으키는 불가결의 조건이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괜한 선입견을 주는 것은 아닌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지성’이란 감성의 상대적인 용어로만 쓰이기 위함이다. 이를테면 이 음반이 나오게 된 의의를 살펴보기 위한 시도로서, 그것은 ‘순수한 인디’이기에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이로서 지금까지 ‘인디’의 이름으로 나온 음반은 가면을 뒤집어쓴 꼴이 되고 단순한 시스템의 차이로 생겨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실로 ‘주류’에 잠입하기 위한 중도적인 사운드는 여기에서 거론하는 ‘인디’앞에서는 무색해진다.

그러면 순수한 인디의 이정표를 무엇이라 할까. 그렇다. 트레몰로의 음반이 앞으로 인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이 새로움이라는 막연한 욕구, 사심 없는 마음으로 감상자를 백치로 만들어준다. 만약 배팅 거는 마음으로 이 음반을 선택한다면 첫 미팅상대로 누가 나올지 상상하는 야릇한 설렘과 흥분을 가지고 출발하자. 그것이 어떤 식으로 판명 날지는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앨범은 교묘한 줄타기를 거부한다. 갈지자로 몸을 흔들며 좌우를 살피기보다는 열 개의 트랙이 큰 덩이로 뭉쳐져 한 방향만을 응시하고 있는 덕분이다. 따라서 열 개의 노래는 마치 한 노래처럼 곡마다 각각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 ‘그 곡이 그 곡 같다’는 의미는 리듬이 상투적이라기보다는 조곡형식으로 나뉘어져있다는, 폄하(貶下)적이기보다 포상( 賞)적이다. 욕심이 있다면 트랙을 나누지 않고 사이 여백을 연결시켜주어 하나의 긴 곡으로 구성한 편이 더 나았을 듯하지만.

물론 이러한 사운드를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다. 트랙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경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께다. 새삼스럽게 ‘인디’를 꺼내는 것에 뮤지션조차도 난색을 표할 수 있고 감상자에게는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이 지닌 여러 가지 내외적 융합으로 인하여 이제 인디는 ‘트레몰로’하게 다시 정리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앨범은 ‘선택’받았다고 강조하고 싶다. 20011112 | 신주희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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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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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0.
* 제목 없습니다. 표지에 번호도 없지만 리얼 오디오를 위해 임의로 적습니다.

관련 사이트
레이블 balloon & needle 사이트
http://www.balloonnneed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