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6125115-stereolab_sounddustStereolab – Sound Dust – Duphonic, 2001

 

 

스테레오랩식의 매끄러운 소리 먼지

[weiv]에 스테레오랩(Stereolab)의 앨범 리뷰가 하나도 없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다. 아무래도 필진들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이제 그들의 음악도 한물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정말로 ‘한물 간’ 구(舊)펑크나 그런지처럼 급기야는 내년 이맘때쯤 ‘스테레오랩과 포스트록, 그 후 10년’이라는 커버스토리가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거의 앨범이나 다름없는 EP들을 제외하고) 그들의 여덟 번째 정규 앨범 [Sound-Dust]가 나왔다. 사족이지만 이들은 EP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소책자가 포함된 한정판, 보너스 트랙이 있는 것 등 여러 포맷으로 내는 것으로 악명 높다. 이번 앨범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서점에서 가끔 ‘무용, 춤’ 코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입 닥치고 춤이나 춰]라는 책에 비교적 최근까지의 바이오그래피와 음반 소개가 수록되어 있으니 이들이 포스트록 씬(scene)에서 갖는 비중이나 의미, 중요한 앨범과 같은 ‘역사비평’은 그것으로 대신하자. [weiv]는 아무래도 ‘당대비평’ 아니던가. 이어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한·미·영 인디 음악 애호가들 사이의 공전의 히트작인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 [Emperor Tomato Ketchup](1995) 이후 그들의 음악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를 주목하게 된다.

음악 만들기가 무슨 프로 스포츠 선수들 연봉 계약하는 것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Emperor Tomato Ketchup] 이후의 앨범들은 음악적으로든 비평적으로든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조금 ‘정형화’된 것 같기도 하고 전보다 ‘덜’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들의 초기작들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Emperor Tomato Ketchup]을 기준으로 비교적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 ‘막가파’적인 실험성과 극단적인 반복, 언뜻 ‘펑크(punk)’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스타일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10년차 밴드’적인 성숙한 편곡과 나긋나긋한 레티샤 사디에르(Laetitia Sadier)의 목소리, 버트 배커럭(Burt Bacharach)를 생각나게 하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팝 스타일이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섯 번째 앨범 [Dots And Loops](1997)부터 등장하는 브라스 소리는, 단지 그것이 재즈 악기라는 것뿐만 아니라 연주의 전체적인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앨범 [Sound-Dust]를 여는 “Black Ants In Sound Dust”는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음악적으로 하나만 지적하자면 현대음악 – 그래봤자 거의 100년 전이지만 – 에서 등장한 ‘온음음계’ 진행을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쁘게 보면 그것은 진정한 현대음악가들의 치열함이라기보다는 그저 현학적으로 보이는 껍데기의 차용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 곡 “Spacemoth”의 도입부는 영화 음악 같더니 ‘노래’ 부분은 이전의 ‘스테레오랩식 팝’과 다르지 않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이자 첫 싱글로 발매된 세 번째 트랙 “Captain Easychord”는 앨범 전체의 색깔을 대표할 정도로 정교한 비트, 약간은 낯설지만 세련된 화성 감각, 사디에르의 속삭이는 목소리와 코러스 등 스테레오랩식 팝의 표준을 제시한다. “Nothing To Do With Me”와 “Les Bons Bons des Raisons”의 도입부는 비틀스까지 생각나게 할 정도로 훌륭한 화성을 짚고 있다.

과거 “Jenny Ondioline”([Transient Random-Noise Bursts With Announcements], 1993)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이나 “Metronomic Underground”([Emperor Tomato Ketchup])의 벨벳 언더그라운드형 매력은 모두 들어내지고, 그 빈자리에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매끄러운 팝이 채워졌다. 존 케일이 탈퇴한 후의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을 들은 느낌과 비슷해서 혹시 누가 그룹을 떠나지는 않았나 걱정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앨범의 제목이 ‘소리-먼지’인 것을 보니 무언가 심오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귀가 얇아서 그런지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음악의 품질로 보자면 굉장히 훌륭하고 개성적인 팝이지만 스테레오랩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지 달콤하고 편안하기만 한 음악은 아니다. 20011112 | 이정엽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Black Ants In Sound-Dust
2. Spacemoth
3. Captain Easychord
4. Baby Lulu
5. The Black Arts
6. Hallucinex
7. Double Rocker
8. Gus The Mynah Bird
9. Naught More Terrific Than Man
10. Nothing To Do With Me
11. Suggestion Diabolique
12. Les Bons Bons des Raisons

관련 사이트
Stereolab 공식 사이트
http://www.stereolab.co.uk
Stereolab 팬 사이트
http://www.koly.com/stereo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