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5115510-jackson5_ultimateJackson 5 – The Ultimate Collection – Motown, 1996

 

 

1970년대 모타운의 팝 아이콘의 궁극의 컬렉션

1970년을 전후한 무렵은 미국 대중음악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새로운 블랙 아이콘을 원하던 시기였다. 당시 주류 흑인 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새로운 리듬 혁명과 보다 단호한 실천적 태도를 드러내면서 시장의 법칙에 휘둘리지 않는 음악적 혁신가로 거듭나고 있었다. 결국 기존의 소울이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위해 대중을 포기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팽배는 새로운 ‘팝-소울’ 스타에 대한 긴박한 요구와 자연스레 맞물렸고, 이런 맥락에서 잭슨 파이브(Jackson 5)는 음악산업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대안의 역할을 해주었다.

물론 잭슨 파이브 사운드와 스타일의 핵심은 이들 다섯 형제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당시 11세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었다. 실제로 변성기 이전의 소년 마이클 잭슨은 고음역의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다이아나 로스(Diana Ross) 식의 물 흐르는 듯한 보이스 테크닉을 결합한 독특한 보컬 스타일을 선보이면서, 잭슨 파이브가 1970년대의 포문을 여는 최초의 스타 팝 밴드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보다 더 중요한 성공 요인은 이 소년의 엔터테이너로서의 타고난 끼였다. 특히 그의 목소리와 태도, 외양, 무대 매너에서 동시적으로 발현되는, 카리스마와 수줍음의 기묘한 결합에 바탕한 가공할 대중 흡인력은 이후 무려 30여 년간 마이클 잭슨의 생존과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되었다.

[The Ultimate Collection]은 에픽(Epic)으로 이전하기 이전 잭슨 파이브와 마이클 잭슨의 7년여에 이르는 화려한 모타운(Motown) 생활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주는 음반이다. 그 당시 대부분 흑인음악 레이블들의 관행이 그러했지만, 사실 잭슨 파이브는 모타운에서 7년간 무려 13장의 정규앨범과 무수한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내놓았으며, 상당수의 곡들은 여러 앨범에 중복되어 수록되었다. 더욱이 모타운 시절의 잭슨 파이브 정규 앨범 대부분은 현재 절판 상태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The Ultimate Collection]은 잭슨 파이브와 마이클 잭슨의 모타운 히트곡 전부를 한 장의 음반에서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궁극적인’ 앨범인 셈이다.

앨범의 처음 네 곡인 “I Want You Back”, “ABC”, “The Love You Save”, “I’ll Be There”는 순서대로 잭슨 파이브 최초의 네 싱글이기도 한데, 1970년을 기점으로 1년 사이에 모두 R&B 차트 뿐 아니라 전체 팝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던 곡들이다. 물론 음악적으로도 누구나 인정하는 잭슨 파이브의 베스트 트랙들이다. 보컬리스트로서 마이클 잭슨의 천재적 역량은 모타운이 자랑하는 프로듀서 팀인 ‘코퍼레이션(The Corporation)’의 화려한 사운드가 든든히 뒷받침한다. 베리 고디(Berry Gordy)를 축으로 주류 디스코 사운드의 정립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프레디 페렌(Freddie Perren), 데크 리차드(Deke Richards), 알폰소 “폰스” 미젤(Alphoso “Fonce” Mizell)은 슬라이 스톤 스타일의 유연한 리듬과 다섯 형제의 생생한 멜로디를 부드럽게 결합한 사운드를 통해 1970년대를 위한 새로운 ‘팝-소울’ 음악을 주조해 내었다. 싱코페이션 리듬, 윙윙거리는 기타, 때때로 치고 올라가는 현악과 마이클 잭슨의 밀도 있는 보컬이 혼연일체가 된 이들 트랙은 당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라디오 송’이었다. 특히 “I’ll Be There”는 순수하면서도 혼란스러운 10대의 감성을 마이클 잭슨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를 통해 육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이후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을 아우르며 무수히 양산되는 ‘1970년대식 틴 팝’을 위한 교과서 역할을 하였다.

이들 네 곡을 제외하면, [The Ultimate Collection]의 나머지 트랙들은 크게 잭슨 파이브의 차후 히트곡들과 소년 마이클 잭슨의 [Off The Wall] 이전 시기 솔로 히트곡들로 나누어진다. 안타깝게도 잭슨 파이브는 벼락 성공 이후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이미 아이즐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It’s Your Thing”의 리메이크에서 예견되었지만, 그들의 구태의연해진 팝 댄스와 발라드 곡들은 더 이상 십대 소녀들을 강력하게 사로잡지 못했다. 물론 “Never Say Goodbye”나 “Get It Together”, “Dancing Machine”은 그러한 진부함으로부터 어느 정도 예외적인 트랙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잭슨 파이브의 마지막 히트곡이었던 훵키한 디스코 스타일의 “Dancing Machine”은 소년 마이클 잭슨의 그 어떤 곡보다도 [Off The Wall]의 사운드에 가깝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모타운 시절의 잭슨 파이브를 단순히 10대 취향의 팝 그룹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흑인음악 자체의 맥락에서 평가하자면, 잭슨 파이브는 당시 보컬을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오로지 비트만을 강조하던 디스코의 대세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유일한 뮤지션이었다. 한편으로 마이클 잭슨의 보컬은 주류 디스코 사운드에 대한 대안일 뿐 아니라 흑인 음악의 근간을 이루었던 아프로-아메리칸 가스펠/발라드 전통의 급락을 위한 촉매제 역할까지 하였다. 넓게 보자면, 잭슨 파이브는 흑·백의 경계를 넘어 1970년대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팝 밴드였다. 말하자면, 1960년대를 뒤흔들었던 음악적 실험과 실천의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이제 대중음악 시장이 글램록에서 티니밥에 이르는 새로운 안전지대로 공간이동을 하고자 할 때, 잭슨 파이브는 이러한 전이 과정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모타운이 배출한 가장 성공한 팝 그룹이자 마지막 슈퍼스타였던 잭슨 파이브 형제들은, 모타운 식의 10대 취향 팝-소울이 더 이상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데다 베리 고디의 다이애나 로스에 대한 편애가 심화되자, 저메인 잭슨(Jermaine Jackson)만 남긴 채 1975년 에픽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모타운과의 결별이 이들 형제 모두에게 행운을 안겨주진 않았다. 잭슨 형제의 새로운 그룹 잭슨즈(Jacksons)가 각고의 음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결국 성인이 된 마이클 잭슨만이 포스트-모타운 시대에 홀로 살아남아 마침내 ‘팝의 황제’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20011112 | 양재영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I Want You Back
2. ABC
3. The Love You Save
4. I’ll Be There
5. It’s Your Thing
6. Who’s Lovin’ You
7. Mama’s Pearl
8. Never Can Say Goodbye
9. Maybe Tomorrow
10. Got To Be There (Michael Jackson)
11. Sugar Daddy
12. Rockin’ Robin (Michael Jackson)
13. Daddy’s Home (Jermaine Jackson)
14. Lookin’ Through The Windows
15. I Wanna Be Where You Are (Michael Jackson)
16. Get It Together
17. Dancing Machine
18. The Life Of The Party
19. I Am Love – Pts. I & II
20. Just A Little Bit Of You (Michael Jackson)
21. It’s Your Thing (The J5 In ’95 Extended R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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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ichael Jackson 공식 사이트
http://www.michaeljack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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