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5112437-davidbowie_youngamericansDavid Bowie – Young Americans – EMI, 1975

 

 

어색한 ‘블루 아이드 소울’

196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영국 아티스트들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흑인음악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말할 것도 없고 비틀스(The Beatles)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무디 블루스(The Moody Blues)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에 이르기까지 그 목록은 끝이 없다. 그러나 유독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만은 한 번도 흑인음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적이 없었다. 물론 그도 청소년 시절 모드족의 일원으로서 로컬 R&B 밴드들을 전전했던 전력을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인 직업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그의 작품에서 흑인 음악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고상과 우아에 목숨을 건 그에게 흑인음악은 지나치게 통속적이고 촌티 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에 들어서 흑인음악에는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등장이었다. 이후 필리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 흑인음악의 분파는 부드럽고 화려한 현을 대거 기용하고 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리듬을 채택함으로써 가스펠과 블루스에서 비롯된 원초성에서 벗어나 쿨하고 세련된 도회적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당시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던 그에게 이 음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데이빗 보위는 전작 [Diamond Dogs]에 수록된 “1984”를 통해서도 이미 흑인음악에 대한 점증하는 관심을 살짝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의 관심이 이렇게까지 증폭된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됐든 그는 여기에서 글램 로커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내고 화이트 소울스터로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는 음악적 관심도 관심이었지만 그동안 과히 성공적이지 못했던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함이기도 했다. 당연히 필라델피아에 작업캠프가 차려졌고, 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과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세심한 계산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서 그는 이 계열에서 잔뼈가 굵은 현지의 일급 세션맨들을 기용했는데, 그 중 알토 색소폰 연주자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의 이름이 특히 눈에 띈다. 데이빗 샌본의 기용은 그가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데이빗 보위 자신도 색서폰에 관한한 절대로 남에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보다 ‘정통’적인 느낌을 싣기 위해서 색서폰을 과감히 포기한다.

데이빗 보위의 최대 강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은 그의 모든 앨범이 다 데뷔 앨범이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서 그가 남긴 앨범들은 데이빗 보위의 4집, 5집, 6집이 아니라, 헝키 도리(Hunky Dory),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알라딘 세인(Aladdin Sane)의 데뷔 앨범들이다. 이런 면에서 그에게는 그 흔한 서포모어 신드롬이라는 것이 없다. 반면 그는 영원한 키치라는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 앨범의 약점은 그의 이러한 근원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전작 [Diamond Dogs]가 과도한 야심의 희생물이었다면 이 앨범에서 문제로 드러나는 것은 프로페셔널리즘의 결여이다. 그는 여기에서 흑인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그 스타일을 채용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필리 소울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의심할 바 없고 이는 타이틀 곡과 같은 훌륭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할 뿐이다. 그가 ‘플라스틱 소울’이라고 이름 붙인 데이빗 보위표 소울은 소울풀하지도 개성적이지도 않으며, 그의 보컬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특히 비틀즈의 명곡 “Across The Universe”에 대한 그의 리메이크는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변태적이다.

데이빗 보위 개인의 당시 음악적 취향이 어떠했든 간에 이 필리 소울, 보다 넓게 흑인 음악이라는 분야가 그에게는 그다지 몸에 맞는 옷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아무리 세련되고 도회적이라고 해도 흑인음악이 요구하는 관능적 멜로드라마는 그에게 너무나 현세적이고 너무나 서민적이었다. 게다가 그가 새롭게 채택한 화이트 소울스터의 페르소나는 그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이 점은 그의 첫 번째 미국시장 No.1 히트 싱글이자 이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곡인 “Fame”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그에 못지 않은 귀족주의자 존 레넌(John Lennon)과 협연한 이 곡은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뉴욕의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모던함의 선두를 달리는 도시이며 런던, 베를린과 함께 데이빗 보위의 삼대 정신적 고향 중 하나인 그곳에서 그는 아트 훵크 또는 ‘식자들을 위한 댄스뮤직’이라고 불릴만한 매우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런 곡이야말로 데이빗 보위에게 어울리는 음악이고 그가 마음껏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이 곡의 성공은 결국 후속작 [Station To Station]의 음악적 방향을 설정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20011105 | 이기웅 [email protected]

6/10

* 참고: “Young Americans” 후반부 코러스를 들어보면,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의 첫 소절(“I heard the news today oh boy”)이 나온다. (오공훈 씀)

수록곡
1. Young Americans
2. Win
3. Fascination
4. Right
5. Somebody Up There Likes Me
6. Across The Universe
7. Can You Hear Me
8.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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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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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http://home.no.net/tr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