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5111752-davidbowie_heroesDavid Bowie – Heroes – EMI, 1977

 

 

데이빗 보위 최후의 명반?

앨범 [Low]는 이름 그대로 낮은 판매고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자극 받은 듯 데이빗 보위(David Bowie)는 후속 앨범 [Heroes]를 통해 대중적 요소가 크게 강화된 작품을 내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이 앨범은 절반을 노래로 나머지 절반을 연주곡으로 채웠던 전작 [Low]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Low]의 포맷이 철저히 음악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것인 반면 이 앨범의 포맷에는 대중성에 대한 그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앨범의 절반을 대중성에 나머지 절반을 자신의 음악적 실험에 각각 할당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 것이다. 물론 그가 여기서 드러내놓고 대중에 영합하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앨범의 대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좀더 미묘한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다거나 팬들에게 익숙한 ‘록 찬가(rock anthem)’이나 발라드를 끼워 넣는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Heroes]는 무엇보다도 그것의 강한 록 성향을 통해 전작과 구별된다. 데이빗 보위는 이 앨범을 만들면서 노이!(Neu!)와 하모니아(Harmonia)의 주축이었던 미하엘 로터(Michael Rother)를 세션에 참가시켜 본격적으로 크라우트 록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의도에서 앨범 타이틀도 노이!의 앨범 [Neu!75]에 수록된 “Hero”에 착안해서 붙여졌다. 그러나 이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의 음악적 비전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미하엘 로터가 참가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앨범에서 크라우트 록의 색채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Heroes”, “Joe The Lion” 그리고 “Blackout” 등의 곡에서 노이!적인 아이디어가 감지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흔적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의 록 트랙들은 당초 의도와 달리 그가 같은 시기에 만들었던 이기 팝(Iggy Pop)의 [The Idiot] 앨범과 같은 계열의 실험주의적 팝 록으로 귀결되었다.

미하엘 로터를 위해 남겨두었던 자리는 결국 킹 크림슨(King Crimson) 출신의 거장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에게로 돌아갔다. 그의 참가가 결정된 것은 모든 트랙의 녹음이 완료된 마지막 순간에서였다. 데이빗 보위의 요청을 받고 베를린으로 날아간 프립은 완성된 배킹 트랙을 듣고 나서 단 한 번의 테이크로 모든 녹음을 끝마쳤다. 뒤늦은 참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여는 이 앨범 전반부의 사운드를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 여기서 그가 연주하는 기타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만들어낸 두텁고 무거운 사운드를 소용돌이치듯 둘러싸면서 거칠고 예리한 느낌을 덧붙인다. 그 결과 이 앨범의 사운드는 전작 [Low]에 비해 훨씬 중후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사운드적 특성은 보컬에 대한 데이빗 보위의 접근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그의 보컬 스타일이 일반적으로 감정을 자제한 상태에서 디테일의 표현에 치중하는 것이었던 반면 이 앨범에서 그는 감정을 토해내듯 발산하는 열정적인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그는 여덟 개의 마이크를 복도에 설치해 놓고 상당히 먼 거리에서 외치듯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앨범의 전반부는 그의 작품치고는 드물게 뜨겁고 격렬한 느낌이다.

이 앨범이 그 구성에 있어 기본적으로 전작 [Low]의 포맷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도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Low]가 LP의 각 면을 전혀 상이한 음악 스타일로 양분했던 것에 비해 [Heroes]는 앰비언트 트랙들이 수록된 B면의 처음과 마지막을 각각 다른 성격의 곡들로 채우고 있다. 첫 트랙 “V-2 Schneider”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플로리안 슈나이더(Florian Schneider)에 대한 오마주로 이 앨범이 의도했던 크라우트 록 성향을 잘 드러내는 곡이고,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보컬 트랙 “The Secret Life Of Arabia”는 강한 비트의 훵키 디스코로 이 앨범에 이어지는 [Lodger]의 예고편 격인 작품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앰비언트 트랙들도 전작 [Low]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전작의 수록곡들이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한 분위기였던 데 비해 여기에 수록된 세 곡의 앰비언트 트랙들은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버려진 도시의 황량함을 연상케 하는 “Sense Of Doubt”, 일본 전통 현악기 코토를 사용해 선(禪)적인 분위기를 형상화한 “Moss Garden”, 그리고 오넷 콜맨(Ornette Coleman)적인 색소폰 연주를 통해 실존의 고통을 표현한 “NeuKoln” 등은 데이빗 보위의 음악이 전작으로부터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반면 전반부에 실려있는 보컬 트랙들은 다소 고르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비록 로버트 프립의 가세로 인한 사운드 상의 잇점을 누리고는 있지만 앨범의 전반부는 때때로 진부하거나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불균형은 상업성과 음악성을 무리하게 결합시키려 시도한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데이빗 보위가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음악에만 열중했던 앰비언트 트랙들의 탁월함을 볼 때 이러한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비록 그의 명곡 “Heroes”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실린 나머지 트랙들은 그가 만든 최상의 작품들과 견줄 때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앨범의 서막을 장식하는 “Beauty And The Beast”나 유일한 발라드 곡 “Sons Of The Silent Age”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전자의 곡은 그 훵키한 그루브가 마치 1980년대 파위 스테이션(The Power Station)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앨범이 1977년에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이었겠으나, 지금 듣기에는 아무래도 구태의연함을 면치 못한다. 노이!적인 리듬감이 신선한 “Joe The Lion”과 광포한 히스테리아의 “Blackout”은 명곡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매우 견실한 록 넘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곡에서 로버트 프립의 기타와 데이빗 보위의 열창은 인상깊은 장관을 연출한다.

데이빗 보위의 명반 대부분이 그렇듯 이 앨범도 후세의 아티스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1980년대 포스트 펑크와 뉴 로맨티스의 명 그룹들인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바우하우스(Bauhaus), OMD 그리고 휴먼 리그(Human League) 등에게 이 앨범이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 앨범 이후로 그는 이만큼의 영향력을 지닌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 비록 베를린 삼부작의 완결편 [Lodger]나 메인 스트림 복귀작 [Scary Monsters] 등을 그의 명반 목록에 포함시키는 견해도 있지만 이 앨범을 끝으로 그의 창조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Lodger]는 이 앨범으로부터의 명백한 음악적 후퇴였고 [Scary Monsters]는 베를린에서의 실험을 대중화한 작품이었다. 이 앨범 이후 가장 훌륭하다는 이 두 작품에서도 그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적지 않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그가 남긴 최후의 명반으로 평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20011105 | 이기웅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Beauty And The Beast
2. Joe The Lion
3. Heroes
4. Sons Of The Silent Age
5. Blackout
6. V-2 Schneider
7. Sense Of Doubt
8. Moss Garden
9. Neukoeln
10. The Secret Life Of Ara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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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Heroes”

관련 사이트
David Bowie 공식 사이트
http://www.davidbowie.com
http://www.davidbowie.co.uk
Bassman’s Bowie Page
http://www.algonet.se/~bassman
Bowie at the Beeb
http://www.bowieatthebeeb.com
A Cyberspace Odd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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