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5110141-0322reviewakvarium-snezhnyiAkvarium – Snezhnyi Lev(Snow Lion) – Triarii, 1996

 

 

러시안 록의 국제적 뿌리를 찾아나서는 구루(guru)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밝히면 이 앨범은 아끄바리움에 대한 나의 짝사랑이 시작된 작품이다. 특히 3번 트랙에 실린 “Maksim-Lesnik”이 그랬다. 스네어 드럼의 네 번 타격에 이은 업템포의 로킹한 리듬, 한 대는 치키치키거리고 다른 하나는 아르페지오 배킹을 연주하는 기타, 흥겹게 춤을 추는 키보드, 두왑 스타일의 여성 배킹 보컬, 그리고 간주에서 언젠가 한번쯤 들어본 듯한 기타 라인 등은 영미의 ‘메인스트림 모던 록’같다는 인상을 안겨주었다(이 곡을 들은 한 젊은 친구는 ‘델리 스파이스 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곡은 마치 “Losing My Religion”이 R.E.M.의 세계로 이끄는 도화선이 되었던 것과 비슷하게 나를 아끄바리움으로 이끌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곡은 아끄바리움의 노래 중에서 흥겹게 춤출 수 있는 곡으로는 거의 유일한 곡이었다. 또한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든 영어 앨범 [Radio Silence]에서 미처 못했던 것을 이 곡으로 표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 곡은 이 앨범 내에서도 이질적이다.

아끄바리움의 디스코그래피를 염두에 두고 이 앨범을 평가하자면, [Russkii Albom(Russian Albom](1991)에서 시작되어 [Lyubimye Pesni Ramzeka IV(Favorite Songs of Ramses IV)](1993)와 [Kostroma Mon Amour(Kostroma My Love)](1994)를 거쳐 [Navigator(Navigator)](1995)에 이르는 ‘러시안 루츠(Russian roots)’로의 회귀를 그치고 음악적 시야를 확대한 작품이다. 그래서 비교적 러시아의 색채가 완화되었고, 프로듀싱은 많이 다듬어졌으며, 멜로디의 훅도 선명하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골수 팬에게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널리 호소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대중성을 위해 보리스 그레벤쉬꼬프 특유의 범신론적 세계관까지 포기된 것은 아니라서, ‘넝마를 걸친 도사(guru)가 만든 것 같은 음악’은 여전하다.

단 이 앨범의 음악을 만든 ‘도사’는 ‘다국적’이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은 종종 그렇듯 인스트루멘틀 트랙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무언가 ‘아일랜드 풍’ 같다는 느낌을 준다. 바이올린, 플루트, 파이프, 하프 등이 고적한 느낌을 주고는 짧게 끝난다. 이는 “Tsentr Tsiklona(태풍의 눈)”, “Intsindent v Nastas’ino(나스타시노에서의 사건)” 등에도 연장된다. 앞의 곡에서는 거창한 합창의 인트로 뒤에 유럽의 뱃노래 풍 세 박자의 경쾌한 리듬과 그 못지 않게 경쾌한 멜로디가 나온다.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가 나올 때는 ‘포크 댄스’라도 추고 싶다. “Intsindent v Nastas’ino(나스타시노에서의 사건)”도 시타와 봉고가 등장하는 점을 빼면 이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현악기가 보다 강조된 “Chernyi Brakhman(검은 브라만)”도 마찬가지.

이런 트랙이 ‘유럽’의 느낌이 강한 반면, “Istrebel”과 “Drevnerusskaya Toska(Old Russian Blues)”은 ‘아메리카’의 느낌이 강하다. “Istrebel”은 앨범에서 가장 공을 들인 듯한 ‘대곡’ 스타일의 곡이다. 마치 염불을 외는 듯한 낮은 음의 드론 사운드와 신묘한 신시사이저 라인 뒤에 정감 있는 만돌린이 등장하고 노래가 나온 뒤 마치 원시 제의를 벌이는 듯한 인스트루멘틀 섹션이 등장한다. 아끄바리움의 팬이라면, 노이지한 기타 솔로와 드럼 비트와 더불어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느낌은 “Nebo Stanovitsa Blizhe (Heaven is Getting Closer)([Den’ Serebra(Day Of Silver)](1984) 수록)” 이래로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할 만한 곡이다. 반면 “Drevnerusskaya Toska(Old Russian Blues)”는 드라이빙감 있는 리듬과 내쉬빌 스타일의 기타 피킹을 들을 수 있는 ‘블루스’다. “Dubrovsky”처럼 ‘아름다운 어쿠스틱 포크’ 이외에는 별 할 말이 없는 곡도 이런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곡들은 이제 나이 들어가는 변방의 록 음악인이 앞으로 어떻게 국제적으로 활동할 것인가도 암시해 준다. 전자의 ‘유럽/아일랜드’의 느낌은 1998년 뉴 에이지 퍼커셔니스트 가브리엘 로스(Gabrielle Roth)의 앨범 [Refugee]에 목소리를 빌려주는 활동을 낳았고, 후자의 ‘아메리카’의 느낌은 같은 해 더 밴드(The Band)를 대동하고 앨범 [Lilith(Black Moon)]을 레코딩하는 작업을 낳았다. 이런 활동은 1980년대 말처럼 ‘메인스트림 록 스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교류로 보인다. 이런 방식이 나이든 변방의 록 영웅에게는 더 어울리는 일 같다. 200111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Serebryanaya Roza(Silver Rose)
2. Tsentr Tsiklona(Cyclone’s Center)
3. Maksim-Lesnik(Maxim the Forester)
4. Drevnerusskaya Toska(Old Russian Blues)
5. Dubrovskiy(Dubrovskii)
6. Intsindent v Nastas’ino(An Incident in Nastasino)
7. Istrebitel(Fighter Jet)
8. Chernyi Brakhman(Black Brahman)
9. Velikaya Zheleznodorozhnaya Simfoniya(The Great Railroad Sym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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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Akvarium 사이트들
http://www.planetaquarium.com (러시아어)
http://www.aquarium.ru (러시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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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kii Albom(Russian Album)] 전곡 mp3 다운로드 사이트
http://aquarium.sam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