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31113502-0321pearljam_vsPearl Jam – Vs. – Epic/Sony, 1993

 

 

한층 유연하고 다양해진 성숙의 일보

원래 그런지니 시애틀 4인방이니 하는 표현이 일관된 스타일에 기반한 용어가 아니었던 관계로 이들간에 상이한 점이 발견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중에서도 펄 잼은 특히 이질적이다. 그나마 이들을 느슨하게 포괄하고 있는 펑크와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대의 기타 편성에 소울풀한 보컬로 진지하게 노래하는 이들에게 펑크의 불손함이니 마약이니 하는 것은 도대체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빡빡한 스네어 드럼 소리와 기타의 공격적인 으르렁거림이 인상적인 첫 곡 “Go”를 들으면 우리를 박차고 뛰쳐나올 것 같은 짐승의 앨범 재킷 이미지와 중첩되면서 어떤 변화를 예감하게 된다. 이어지는 “Animal”은 이들 곡 중 너바나에 가장 근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앨범 후반부의 “Blood”와 “Leash”의 보컬은 1집에서 찾을 수 없는 처절함과 격정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무겁게 가라앉은 1집에 비해 나름대로 펑크 이디엄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히트곡인 “Daughter”와 “Elderly Woman Behind The Counter In A Small Town”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어쿠스틱 기타 소리며, 이 곡들은 전형적인 컨트리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특히 “Daughter”의 베이스 진행은 과거 이글스의 음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Glorified G”나 “Rearviewmirror” 같은 곡은 감칠맛 나는 훅과 생동감을 갖춘 곡들로, 각각 아메리칸 하드 록 전형의 기타 솔로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상쾌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하고 유연해진 사운드는 프로듀서의 도움이 크다. 데뷔 앨범이 의도적으로 악기들 소리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라이브의 질감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이 앨범에서 거친 소리는 더 거칠게, 매끈한 소리는 더 매끈하게 손질되었다. 다소 과장하자면 펄 잼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더불어 복고적인 틀을 벗고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동시대성을 획득하게 된 것 역시 프로듀싱 덕분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앨범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인물은 브렌단 오브라이언(Brendan O’Brien)으로, 그는 블랙 크로우스(The Black Crowes)나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었고, 스톤 템플 파일럿츠(Stone Temple Pilots), 그리고 후에는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한편 에디 베더가 전담하는 가사 역시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준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를 고발하는 가사는 여전한데, “Glorified G”는 총기소지에 관한 질문을 담은 곡이며, 백인으로 태어난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가사를 담은 “W.M.A.”는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이다. “Daughter”는 “Jeremy”에 이어 이들의 청소년 문제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고, “Elderly Woman Behind The Counter In A Small Town”에서는 이제 중년에까지 그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이 앨범은 성공한 밴드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훌륭히 극복한 모범답안으로 손색이 없다. 대중들의 과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지난 앨범의 성과를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듯 점진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계속 다듬고 발전시키는 여정은 펄 잼의 가장 큰 강점이자 미덕이다. 20011029 | 장호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Go
2. Animal
3. Daughter
4. Glorified G
5. Dissident
6. W.M.A.
7. Blood
8. Rearviewmirror
9. Rats
10. Elderly Woman Behind The Counter In A Small Town
11. Leash
12. In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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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Animal” (’93 Mtv VMA Live)

관련 사이트
http://rakkan.com/pearljam
한 팬이 만든 펄 잼 사이트. 가사에 대한 해석을 담은 것이 이채롭다.
http://www.fivehorizons.com/index.shtml
펄 잼의 팬진으로 콘서트에 관한 자료와 아티클 모음이 볼 만하다.
http://www.freechal.com/pearljam
펄 잼 한국 팬 사이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