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6120750-0320nell2넬 – Speechless – Imstation/드림비트, 2001

 

 

소년들, 지독하다

우울함은 다분히 젊은(이들의) 정서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중년들이야 삶의 무게에 우울할 틈도 없을 테니(물론 상대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이러한 우울의 정서는 ‘슬픔을 끊임없이 연기(postponement)한다’는 점에서 미련이라는 정서와 비슷하지만, 그러한 연기가 의도적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정신분석학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것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을 듯하니 더 이상의 설명은 읽는 사람에게 토스!

넬(nell)의 음악은 어쨌든, 지극한 우울함이 거칠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와 점진적으로 상승되는 사운드로 재현된다는 점 때문에, ‘소년’의 판타지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전작보다 2집 [speechless]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느낌은, ‘영원한 날 원해’라는 절규를 받쳐주는 디스토션 사운드(“모래시계”)와 ‘그어진 내가 널 아프게 할지도 몰라’라는 샤우팅(“벽”), 느슨하게 진행되다가 ‘떠나 제발’이라는 가사에서 폭발하듯 집중되는 기타 톤(“차라리 그럴게”) 등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너에게 나 같은 게 왜 필요해’라는 자학을 반복된 기타 리프에 싣는 “Minus”는 그나마 비슷비슷한 느낌의 곡들 중에서 기타 연주나 보컬의 음색에서 다른 스타일을 느끼게 하는 곡이지만, 그 정서만큼은 다른 곡들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가사는 자학과 자기 연민을 일관되게 반복함으로서 이기적인 느낌마저 주고, 사운드는 조작된 기타 사운드가 중심이 되어 예리하게 날이 선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와 반대편에 위치한 곡들은 의외로 우울함보다는 연민(“조금은 슬픈 이야기”, “말들어”, “바보천사”)에, 자학보다는 체념(“낙엽의 비”, “양의 비”, “선택”)에 가깝다. 1집이 일관되게 자학과 자기연민의 정서를 동시에 재현했다는 점과는 차별되지만, 이러한 차이는 2집에서 그리 부각되지 않는다. 1집이나 2집이나 그 재현의 방식(사운드의 배치)은 비슷하다는 말이다. 거친 톤이거나 느슨한 구성이라 해도 어쨌든 전기 기타가 전면에 등장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한꺼번에 내지르는 구성에 각종 효과가 섞인 사운드의 배치로 제시되는 공간들.

[Speechless]에서 다시 반복되는 이러한 넬의 감수성은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지루함을, 어떤 이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이 젊은 친구들이, 그들의 ‘팬’이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하고싶은 음악을 할 뿐, 듣는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있긴 했지만, 이 말은 그저 제스처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뭐, 진실은 저 너머에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길). 하지만 라디오헤드(Radiohead)나 뮤즈(Muse) 등의 흔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자. 물론 이것만이 넬 사운드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런 사운드가 ‘물 건너’ 이 땅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있고.

하지만 이들을 ‘저 동네’의 아류라 말하든, 한국’적’ 모던 록의 가능성이라고 말하든 어쨌든, 소년들의 우울한 정서만큼은 지독하게 이기적이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그랬듯이. 20011013 | 차우진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My Reason
2. 조금은 슬픈 이야기
3. 말들어
4. 모래시계
5. 벽
6. 바보천사
7. 차라리 그럴께
8. 낙엽의 비
9. 양의 노래
10. Minus
11. 선택
12. Payback
13. 벙어리

관련 글
넬 [Reflection of Nell] 리뷰 – vol.3/no.1 [20010101]
넬 인터뷰

관련 사이트
아임스테이션에 있는 넬 공식 사이트
http://www.imstation.com/nellj/inde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