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5115431-0320joydivisioncloserJoy Division – Closer – Factory, 1980

 

 

한음 한음 쌓아올린 비장미의 극치

만약 이언 커티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없었다면 조이 디비전은 이 앨범으로 제법 스타급 밴드 대열에 올라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 순회 공연이 바로 코앞에 닥쳐 있었고, 메이저 레이블(워너 브라더스)과의 계약 얘기도 오고갔기 때문이다. 물론 심약한 그들 성품이 과중한 스타덤을 극복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 그랬더라면 뉴 오더의 찬란한 성공이 달라졌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언의 자살은 모든 가능성을 봉쇄해버렸고, 그 후 이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탑10에 올랐다. 비극이 불러온 외적 호기심을 감안하더라도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된 것치고는 대단한 성과였다.

여전히 마틴 해닛(Martin Hannett)이 프로듀서를 맡고 있고, 앨범 디자인 역시 피터 새빌(Peter Saville)의 작품이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Unknown Pleasures]와 꽤 다르다. 무엇보다 1집이 다소간 싱글 모음집의 인상을 풍겼던데 비해, 이 앨범은 한번에 작곡과 녹음을 마친 듯 곡들이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어서 일종의 컨셉트 앨범처럼 들린다(그래서 같은 시기 녹음된 상이한 분위기의 “Love Will Tear Us Apart”가 앨범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운드 질감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조여져 있어서 한 음이라도 빠지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고도의 구성미를 보여준다. 즉흥적이고 자연발생적인 펑크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다.

타이트한 리듬과 건조한 기타 톤으로 무장한 전반부 다섯 곡(비닐의 A면)은 사뭇 공격적이다. “수용소의 문이 열린다 / 사람들이 돈을 내고 구경하러 오는 곳 / 그들은 그의 육체가 뒤틀리는 것을 즐기지 / 그의 눈은 말하고 있어,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고 / 여기가 들어가는 입구야.” 육체의 학대(간질의 은유)를 즐기는 선전주의를 비판하는 첫 곡 “Atrocity Exhibition”은 행진곡 풍 리듬을 모방한 통렬한 드럼 소리로 진행된다. 버나드 섬너의 기타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발톱을 드러내고, 이언 커티스의 목소리 또한 단호하다. 절도 있게 딱딱 끊어지는 드럼과 날카롭게 꽂히는 기타는 “Passover”와 “A Means To An End”에서도 여전한데, 특히 “A Means To An End”는 이들의 미니멀한 작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훗날 뉴 오더의 사운드를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앨범 후반부에 자리잡은 곡들은 앞서의 외향적인 공격성이 내부로 향한 듯 보인다. 템포는 느려지고, 목소리는 격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 가사는 허무의 극을 달린다. 그 허무의 냄새가 가장 매혹적으로 담긴 곡이 바로 “Heart And Soul”이다. 불길하게 꿈틀거리는 베이스 위로 하울링 기타 소리가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며, 그 사이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반복된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Twenty Four Hours”를 지나면 장송곡 풍의 대곡 “The Eternal”과 “Decades”가 기다린다. 이 두 곡이 보여준 비장미는 가히 독보적인데, 특히 “Decades”의 신서사이저 반주에 실린 이언 커티스의 목소리는 탈속의 경지라 해도 무방하다(24살의 청년의 목소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거의 한 개인의 내면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는 이 음반이 발매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울림을 갖는다는 점은 경이로울 정도다. 이렇게 죽음과 묵시록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앨범은 그 이후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음반으로 조이 디비전은 펑크 이후 등장한 밴드 가운데 가장 먼저 펑크로부터 독립된 스타일을 확립한 밴드가 되었다. 또한 신서사이저와 록 밴드의 화합의 한 모범적 예를 보여주었고, 스튜디오 작업의 중요성을 실현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맨체스터가 1980년대 영국 인디 록의 메카가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 영광의 상당 부분은 이제 뉴 오더의 몫으로 이어진다. 20011011 | 장호연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Atrocity Exhibition
2. Isolation
3. Passover
4. Colony
5. A Means To An End
6. Heart And Soul
7. Twenty Four Hours
8. The Eternal
9. Decades

관련 글
Joy Division, [Unknown Pleasures] 리뷰 – vol.3/no.20 [20011016]
Joy Division, [Substanc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Movement]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Power, Corruption & Lies]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Low Lif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Brotherhood]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Technique]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Republic] 리뷰 – vol.3/no.20 [20011016]
New Order, [Get Ready]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영상

“Colony” (Live)

관련 사이트
Shadowplay
http://www.warren.org.uk/music/joyd.html
밴드에 관한 기본 정보가 충실하며, 특히 자세한 바이오그래피와 가사 모음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