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5110124-0320punknonewyorkVarious Artists – No New York – Antilles, 1978

 

 

록이 죽은 뒤의 악취의 음향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 앨범은 ‘노 웨이브(No Wave)’라는 장르(라기보다는 ‘어떤 미학’)에 대한 소문을 뒤늦게 듣고 찾으려고 애쓰는 음반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소닉 유쓰(Sonic Youth)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해괴한 사운드의 뿌리를 찾아나설 때 조우하게 되는 음반이기도 하다. 또한 이 음반은 록 음악의 ‘머리(head)’인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라는 인물이 1970년대 후반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었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텍스트다. 수록곡들을 모으는 일을 포함한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이가 바로 브라이언 이노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본래 소호(Soho)의 예술가 공간(The Artist’s Space)을 위해 몇 차례의 공연을 조직했던 이노가 여기 참여했던 밴드들의 ‘앤쏠로지’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로 추진되었다. 처음에는 10개 밴드가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결과는 ‘네 밴드가 각각 네 곡씩 수록한 컴필레이션 앨범’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아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유색인종의 게토였던 맨하탄 남부(이른바 Lower East Side)에서 갑자기 이런 이상한 음악이 태동하게 된 사회문화적 배경도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컨토션스(Contorsions)의 트랙은 비교적 친숙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노이즈 록, 앨버트 아일러(Albert Ayler)의 프리 재즈,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훵크가 ‘아무렇게나’ 섞여 있기는 해도, 악기들의 주법에 어느 정도 패턴은 있다. ‘훵키한 리듬과의 실험’이 영국의 갱 오브 포(Gang Of Four)와 팝 그룹(The Pop Group), 그리고 LA의 미니트멘(Minutemen) 등과의 최대공약수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앨범이 발매된 해가 1978년이므로 이런 친숙함은 이 앨범을 뒤늦게 ‘발굴’하여 ‘복습’한 사람에게만 해당사항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음악을 ‘광기’라는 말로 대충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들의 광기는 주관적 감정의 적극적 표현이라기보다는 감정을 삭제한 뒤의 잔해 같다. “나는 내 자신을 참을 수 없다(I Can’t Stand Myself)”는 한 곡의 제목처럼.

두 번째로 등장하는 틴에이지 지저스 앤 더 저크스(Teenage Jesus And The Jerks)는 여기 수록된 음악들 중에서도 가장 듣기 고통스러운 음악일 것이다. 리디아 런치(Lydia Lunch)라는 여걸(?)이 이끄는 이 밴드는 아마추어적인 기타의 징징거림과 두들기다 멈추기를 간헐적으로 되풀이하는 드럼 위에서 히스테리로 가득 찬 듯한 여자 목소리가 ‘엑소시스트’처럼 울려 퍼진다. “거의 군대 같은 정밀성을 가진 경직된 부대로 이끌려고 했다”는 런치의 발언처럼 “Burning Rubber” 같은 곡은 1분 40초 내에 끝나고 “Red Alert”는 보컬도 없이 30초 정도에 끝나는 등 4트랙을 합해도 10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걸 다 듣고 나면 군사훈련이라도 받은 기분이 든다.

세 번째 밴드인 마스(Mars)의 음악은 ‘카오스’라는 표현에 가장 어울린다. “Helen Fordsdale”의 기타 인트로는 소닉 유쓰, “Tunnel”의 인트로는 버쓰데이 파티(Birthday Party)의 몇몇 곡을 연상시키지만 익숙한 요소는 이 정도로 그친다. 그 다음은 ‘이런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 것일까’라는 질문이 들 정도로 각각 자기 멋대로 악기음과 목소리를 연주하는 음들이 나온다. 전체를 통제하는 중심은 비어있거나 아예 없어서 이런 제멋대로의 연주가 ‘합주’가 된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물론 음악을 들을 때는 이런 걸 따질 겨를 없이 내가 음악을 듣는 건지, 음악이 나를 듣는 건지 혼동스러워하면서 멍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D.N.A.는 브라질계 미국인 아르뚜 린제이(Arto Lindsay)가 이끄는 3인조 밴드다. 이들은 둔탁한 드러밍 위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기타와 미묘한 효과음들을 삽입하는 키보드가 스피커 양쪽에서 울려나오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셔플 리듬 위에서 “Egomaniac’s Kiss”으로 시작하여 하드코어 펑크를 예시하는 듯한 “Lionel”과 테크노의 효과음향 같은 “Not Moving”을 지나 마지막 “Size”에 이르면 도어스(The Doors)와 스투지스(The Stooges)가 만나서 헤로인을 먹고 작업한 음악 같다는 망상까지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음악들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은 ‘록은 죽었다’라는 독트린에 충실하면서 애초부터 ‘대중음악’에 선을 그은 것들이고, 그 점에서 다른 지역의 ‘펑크의 전위’들과도 상이하다. 마치 록의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 같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음향)이고, 그래서 ‘극단적(extreme)’ 음악에 자폐증적으로 집착하는 후대의 음악인들에게는 영원한 존중과 참고의 대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다루는 이 자리에서는, 대중과의 교감이라든가 음악 형식과의 긴장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음악의 의미는 제한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독자를 위한 배려일 것 같다. 물론 이는 당신이 이 음반을 한 번 들은 뒤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듣던가, 한번 듣고는 집어던져 버리든가 둘 중 하나라는 뜻, 즉 ‘확실한 취향’을 전제한다는 뜻이다. 맨해튼 다운타운을 방문하여 ‘제일 이상한 음악 하는 클럽이나 스튜디오’를 수소문하여 1시간 남짓 공연을 보고 나면, 이 음반을 들은 뒤의 기분과 비슷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중언부언이지만 당신의 반응은 “Oh No, You, New York”이라고 말하든가 아니면 ‘역시 뉴욕은 예술적 혁신의 고향’이라는 신조를 재확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20011008 | 신현준 [email protected]

0/10

수록곡
1. Dish It Out – Contorsions
2. Flip Your Face – Contorsions
3. Jaded – Contorsions
4. I Can’t Stand Myself – Contorsions
5. Burning Rubber – Teenage Jesus And The Jerks
6. Closet – Teenage Jesus And The Jerks
7. Red Alert – Teenage Jesus And The Jerks
8. I Woke Up Dreaming – Teenage Jesus And The Jerks
9. Helen Fordsdale – Mars
10. Hairwaves – Mars
11. Tunnel – Mars
12. Puerto Rican Ghost – Mars
13. Egomaniac’s Kiss – DNA
14. Lionel – DNA
15. Not Moving – DNA
16. Size – DNA

관련 글
왜 지금 펑크인가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1) – vol.3/no.19 [20011001]
펑크 25년: 1976 – 2001 (2) – vol.3/no.20 [20011016]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Pop Group [Y] 리뷰 – vol.3/no.20 [20011016]
Public Image Ltd. [Second Edition] 리뷰 – vol.3/no.20 [20011016]
Black Flag [Damaged] 리뷰 – vol.3/no.20 [20011016]
Raincoats [Odyshape] 리뷰 – vol.3/no.20 [20011016]
Crass [Penis Envy] 리뷰 – vol.3/no.20 [20011016]
Husker Du [Zen Arcade] 리뷰 – vol.3/no.20 [20011016]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 리뷰 – vol.3/no.20 [20011016]
Dead Kennedys [Frankenchrist] 리뷰 – vol.3/no.20 [20011016]
Big Black [Songs About Fucking] 리뷰 – vol.3/no.20 [20011016]

관련 사이트
뉴욕 노 웨이브 아카이브
http://pages.ripco.net/~nailhead/nycnowave_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