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압축한 펑크의 연대기

20011015100458-0320filmhisrockHistory of Rock ‘n’ Roll Vol. 9: Punk

감독: Ted Haimes
시간: 65분
연도: 1995

“1970년대 중반 록은 극도로 상업화되었다. 절망과 분노가 담긴 거리의 음악이 이를 대체했다. 혁명은 짧았지만 그 영향은 엄청났다”고 소개하며 시작되는 이 펑크 다큐멘터리는 ‘록의 역사(History of Rock ‘n’ Roll)’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아홉 번째 기획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주요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대표곡의 공연 장면이나 방송 장면, 뮤직 비디오가 삽입되면서 60여분간 진행된다.

이 작품은 시공간 순서대로, 먼저 프로토 펑크라고 거론되는 이기 팝, MC 5나, 런던 펑크에 자양분을 제공했던 엘비스 코스텔로, 뉴욕의 뉴욕 돌즈, 레이먼즈, 토킹 헤즈, 텔레비전을 비롯해 섹스 피스톨스, 클래쉬 등 런던 펑크 씬의 중요한 사건과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후 1970년대 후반 펑크 폭발에 이어 “펑크를 팔기 좋게 하기 위한 새롭고 안전한 이름 뉴 웨이브”와 1980년대 LA를 중심으로 한 하드코어 펑크 씬이 간단하게 요약적으로 묘사되며 그런지/얼터너티브 씬의 너바나로 귀결되면서 방대한 펑크의 연대기가 거칠게 압축적으로 스케치되고 있다.

음치였던 조니 로튼과 기타를 못 쳤던 스티브 존스가 맬컴 매클래런이 추동에 의해 결성되었다는 섹스 피스톨스의 이야기, 그들이 1976년 공영 방송의 토크 쇼(The Bill Grundy Show)에서 욕하는 장면이나, “God Save The Queen”이 1위를 했지만 금지되었다는 멘트가 흐르는 방송 등의 펑크 야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시드 비셔스가 맛이 가고 “그들이 엄청난 소란을 피우고 사라졌고 그들이 남긴 쓰레기들을 다른 밴드들이 치워야 하는” 상황의 소결부도 증빙서류로 첨부되었다. 풍요한 미국의 상황과 다르게 “특정 사운드, 특정 패션을 가져야만 하는 펑크가 영국에서 먹힌 건 영국인들이 훨씬 패션에 민감했고 훨씬 더 가난했기 때문”(데보의 제럴드 빈센트 카셀)이라는 분석도 동반되어 있다.

인터뷰 대상은 사이어(Sire) 레코드 사장이나 평론가 존 새비지(Jon Savage) 같은 비음악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새비지는 “곡들이 매우 짧았고 드러밍이 무척 단순했으며 베이스와 멜로디가 같이 갔다. 그리고 기타는 계속 징징대는 디스토션이었다. 그것이 펑크의 시작이었다”고 레이몬스의 1집에 대해 평가했다.

패티 스미쓰, 뉴욕 돌즈, 레이몬즈, 섹스 피스톨스, 클래쉬, 엘비스 코스텔로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중요한 이야기들은 아주 빨리 너무도 짧게 스치고 지나간다. 방대한 펑크 록의 역사를 다루다 보니 상세함과 체계성은 다소 떨어진다. 또한 결말부에서 이기 팝이 이야기하는 “내 인생은 좋아하는 음악인들에 의해 의미가 생겼다. 자니 캐쉬, 머디 워터스, 롤링 스톤스, 비틀스, 그 외에도 정말 많다”는 이야기는 ‘좋은 것 중의 하나’로 펑크를 일축하는 듯하며, 엘비스 코스텔로의 “어딘가에서 지금도 새로운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막연한 결론이라는 인상도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The Passenger”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기 팝의 쇼킹한 공연 장면, 엘비스 코스텔로의 첫 텔레비전 출연 장면(비록 손상된 필름이기는 하지만), 섹스 피스톨스와 이기 팝이 TV나 공연에서 벌이는 해프닝, 록과 시를 결합한 시인 패티 스미쓰의 공연 장면을 비롯해, 뮤지션의 앨범 커버, 사진, 펑크(음악 및 뮤지션)를 다룬 신문 기사 같은 귀중한 자료를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은 꽤 크다. 일순간에 스치고 지나가 버린다는 점은 너무 아쉽지만. 20011011 | 최지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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