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02094116-yuri유리(Yuri) – Just Like R&B – Eclips Music, 2001

 

 

과잉 프로듀싱에 갇힌 아까운 재능

한국에서 여자가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그룹이나, TV와 라디오, 개그와 쇼, 드라마를 넘나드는 ‘팔방미인형’ 재능, 아니면 섹스어필 중 하나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찾아온 R&B의 바람은 여가수들에게 조금은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건 그대로 음악 팬들이 갖는 선택의 폭이 조금은 커졌다는 것을 말하며,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림’이 안 되도 노래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MTV-Korea가 선정한 신인’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비디오로 먼저 알려진 신인 유리(Yuri)는 ‘제1회 천리안 사이버가요제’의 최연소 참가와 대상 수상, 컴필레이션 [2001 대한민국]의 참여, 대부분의 곡을 작사, 작곡, 편곡 해내는 능력에다 1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섹스어필이 가능한)보컬과 피아노 연주실력까지 이력이 만만치 않다. 어떤 면에서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가 연상되기도 한다. 앨범 타이틀마저도 [Just Like R&B]이니 말이다.

힙합 컴필레이션 [대한민국]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사 이클립스 소속답게 앨범의 피처링도 바비 김(Bobby Kim), 엠씨 한새(MC HaNsAi), 윤희중의 랩에다 샘 리(Sam Lee)의 기타까지 전체적으로 힙합 쪽에 가까우면서도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동안 양파, 박정현, 애스원 등이 들려준 R&B 발라드가 아닌 힙합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좀 더 트렌디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앨범에선 “슬픈 영혼”이나 “작지만 커다란 사랑” 같은 유리 자신의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보다는 “More & More”(feat. Bobby Kim), “다가와 준다면”(feat. Sready-B), “기도”(feat. Foxy) 같이 래퍼의 피처링이 들어간 곡들이 더 귀에 들어온다.

보컬과 신선함만을 앞세운 최근의 10대 여가수 붐에 포함되기는 억울할만한 음악적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지만, 이번 앨범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건 (국내에선) 너무 앞서가는 트렌드 덕에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아직은 가파른 호흡의 보컬이나 조금은 어색한 섹스어필 등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바꿔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R&B에 대한 이해’이다. 앨범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연주와 세세하게 다듬어진 탄력 넘치는 사운드는 충분히 세련되지만, 그 가운데에서 R&B(흑인음악) 특유의 ‘리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스윙(swing)하지 않는 재즈’의 느낌과도 같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잘 다듬어진 ‘외피’가 아니라 장르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자연스러움’인 것이다.

아직은 과도한 기대도 섣부른 실망도 부담스러운 나이이지만, 다른 10대 여가수들에 비하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재능 때문에 갖는 기대 어린 우려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것! 그것만 느낄 수 있다면 다음이 많이 기대되는 재능이다. 20010927 | 박정용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Intro (Just Like R&B)
2. More & More (feat. Boby Kim)
3. 슬픈 영혼
4. 다가와 준다면 (feat. Steady-B)
5. 작지만 커다란 사랑
6. 기도 (feat. 3534)
7. Cum’on Cum’on (feat. Foxy)
8. 선물
9. 나만의 시간
10. Name Of Love (MC HaNsAI remix)
11. 친구
12. 작지만 커다란 사랑 (Piano Var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