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7121810-bobdylan_bloodBob Dylan – Blood On The Tracks – Columbia, 1975

 

 

밥 딜런의 진정한 자화상

1960년대 전반의 ‘토피컬 싱어송라이터’, 1960년대 중반의 ‘포크 록 아티스트’라는 영광스러운 시기를 지난 직후 밥 딜런은 1966년 치명적인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다. 사고는 사람의 생각도 바꾸는 법인지 그 뒤부터 그는 기나긴 은둔과 방랑에 들어간다. 1967년 작 [John Wesley Harding](“All Along The Watchtower” 수록)과 1969년 작 [Nashville Skyline](“Lay Lady Lay” 수록) 등에서 컨트리를 선보여서 나름대로 찬사를 받았지만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다. 그가 1971-2년 헤로인 중독에 빠졌다는 루머도 있었고, 그래서 반문화 운동의 일각에서는 딜런 해방 전선(Dylan Liberation Front)을 만들어 딜런을 약물로부터 구출하여 다시 정치적 행동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1973년 영화 [Pat Garrett & Billy The Kid](사운드트랙 음반에 “Knocking On Heaven’s Door” 수록)에 출연하고, 1974년작 [Planet Waves](“Forever Young” 수록)가 최초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지만, 아무래도 전성기의 그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결국 ‘밥 딜런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라는 궁금증이 풀리기 위해서는 이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Blood On The Tracks]는 1960년대의 그의 명작들만큼 당대에 충격을 주었거나 후대에 영향력을 미친 음반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아티스트의 내면을 가장 진솔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음반이다. 음악적 컨셉트는 ‘어쿠스틱’하다. 그가 어쿠스틱했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1960년대 초 포크 싱어송라이터 시절처럼 젊은 노기에 가득차 있지도 않고,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 컨트리 록을 구사할 때처럼 그저 나른하기만 하지도 않다. 그 대신 가장 직접적이고, 내면적이고 ‘슬픔에 얽혀 있는(Tangled up in Blue)’ 작품이다.

“Idiot Wind”, “You’re Gonna Make Me Lonesome When You Go”, “Lily, Rosemary And The Jack Of Hearts”에서는 딜런 특유의 허세 어린 장광설이 구사되지만 이전처럼 신랄하고 냉소적이지 않다. 이는 풀 밴드 편성이 아닌 최초의 세션을 기용하여 만들어진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정감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와락 감정이 분출할 것 같은 무드가 앨범 전체를 지배한다. “Tangled Up In Blue”나 “Simple Twist Of Fate”를 들을 때는 그럭저럭 감정의 절제가 성공하지만 “You’re A Big Girl Now”나 “”If You See Her, Say Hello” 같은 곡은 가사를 못 알아듣는 사람의 코끝까지도 찡하게 만든다. 저음으로 웅얼거리다가 고음으로 훅을 쳐대는 형식이 지겨울 때도 되었지만, 거의 울먹이는 듯한 딜런의 노래는 이런 평을 슬쩍 비켜간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아름다운 “Buckets Of Rain”은 마지막 트랙의 중요한 자격인 ‘여운을 길게 남기는’ 곡이다.

이 앨범에 흐르는 감정의 기저에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혼’이라는 중대한 개인사가 놓여 있다(참고로 ‘세상은 나의 뜻과 반대로 변해가고, 여자는 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나는 슬프고 고독하게 떠나간다’는 것은 딜런의 상투구 중의 하나다). “‘불과 비’같았던 1960년대가 지나가고 1970년대는 어쩌구…”라는 시대사적 배경을 언급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음반에 표현된 감정은 ‘특수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특수한 감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보편적이다. 이듬해 발매되는 [Desire](“One More Cup Of Coffee” 수록)는 더욱 다채롭고 흥겹지만, 음악이란 것이 꼭 ‘재미’로만 듣는 게 아니라면 이 음반을 ‘밥 딜런의 1970년대 최고작’으로 뽑는 데 큰 망설임은 없다. 감성적으로 연약하고, 예술적으로 강력한 음악이다. 200109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Tangled Up In Blue
2. Simple Twist Of Fate
3. You’re A Big Girl Now
4. Idiot Wind
5. You’re Gonna Make Me Lonesome When You Go
6. Meet Me In The Morning
7. Lily, Rosemary And The Jack Of Hearts
8. If You See Her, Say Hello
9. Shelter From The Storm
10. Buckets Of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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