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6105633-neu_neuNeu! – Neu! – Gronland/Astralwerk, 1972/2001(Remastering)

 

 

전자음악의 실험주의, 크라우트록의 마스터피스

크라우트록(Krautrock)이 왜,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어떤 결정적인 설명을 보지는 못했다. 그저 사이키델릭 록과 당시의 반문화적 경향이 독일적인(이 얼마나 애매한 말인가) 맥락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장르라고 모호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독일적인’이라는 말의 의미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기분 나쁘지만 어쨌든 틀리다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테제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그 가정을 받아들여보자.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일어난 독립 전쟁과 인권 선언, 그리고 이를 대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상반된 태도는 20세기에도 반복된 것 아닐까. 물론 그 시점이나 의미, 양상은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비슷하게 말이다. 프랑스에 대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이 일어나고 왕과 왕비가 처형되더니만 급기야 나폴레옹이라는 독재자까지 출현하는 등 난리 법석일 때, 독일의 베토벤은 그를 위한 교향곡(3번 “영웅”) 정도를 작곡하고 찢어버리는 선에서 그쳤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써서 철없는 몇몇 젊은이들을 자살하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약 180년 후에 미국에서 반전/반문화 운동과 히피들의 음악적 ‘선언’인 몬터레이 공연에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기타가 불타오를 때, 프랑스에서는 공장과 대학이 불타고 있었지만 독일인들은 크라우트록(Krautrock) 정도를 연주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물론 독일에서도 68혁명때 과격했지만 상대적으로 프랑스에 비해 덜 부각되는 느낌이란 뜻이다). 물론 역사를 ‘미국의 원인 제공 → 프랑스의 과격한 혁명 ↔ (정치적으로는) 아무것도 못한 독일’로 공식화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1970년대 이후 독일의 사회 변화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국민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독일의 음악은 그들의 국민성을 닮아서 그런 건지 다분히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다. 물론 그것은 이성과 감정이 섞여있는 가운데 어느 것의 비중이 큰가 하는 경향일 뿐이고 이러한 이분법은 모호하고 좋지 않은 방법이지만 어쨌든 바하도 그랬고 베토벤도 그랬고 슈톡하우젠도 그랬다. 그리고 그 후에 크라우트록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이성=컴퓨터인 시대니깐 테크노나 실험적인 전자음악(투 로코코 로트, 타르워터)도 그러하다. 물론 우리는 그런 음악들을 충분히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배경이 좀 장황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크라우트록은 시작되고 록음악 역사에서는 어떠한 ‘원인제공’이나 ‘원형’을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창조적인 ‘노이!-비트’가 바로 이 앨범의 첫 곡 “Hallogallo”에서 등장한다. 그것은 그들과 1971년에 갈라진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보다도 더 ‘강박적’이지만, 그들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다(아마 크라프트베르크와 노이! 듀오가 결별한 이유는 바로 기계와 인간 사이의 선택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노이!-비트’는 영어로 분명히 ‘댄서블’하지만 이 리듬에 춤을 추기란 상당히 곤란하다. 그것은 4/4 리듬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효과는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그 비트는 마치 산업 사회의 기계를 연상시킬 것 같지만 막상 생각나는 것은 대자연이다. 그들의 음악은 그 시대 이전이나 동시대의 음악과 분명히 구별되지만 그럼에도 생소하거나 생경하지 않다. 현대 포스트록 그룹의 몇몇 ‘위인들’께서는 노이!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시지만 노이!를 연상시키는 최근의 그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복이 최고의 미학'(홀커 추카이)이라는 크라우트록의 강령을 철저하게 따르지만 우리는 그 변화무쌍함에 놀라게 된다.

단지 비트만이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 핑크 플로이드만큼이나 그들은 ‘음색’의 전자적 변환을 통한 실험에 몰두했다. “Sonderangebot(싸구려 물건)”의 불길한 기타 소리는 마치 기계 문명의 기분 나쁜 낯선 질감을 전달하는 듯하다. 바로 이어지는 “Weissensee”의 두터운 베이스와 서정적인 기타는 앞의 곡과 극적인 대비를 연출한다. 이 ‘노이!-발라드’에서는 볼륨 주법의 유머러스한 기타와 서스테인이 긴 베이스의 텍스쳐 위에서 드럼은 파도가 몰아치는 듯 반복적이면서도 묘사적인 연주를 보여준다. “Negativland”는 도입부의 소리와 베이스의 진행이 무언가를 거꾸로 돌린 느낌이다. 나머지 곡에서도 ‘음향’의 유희는 계속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나 고흐 등 많은 ‘역사 속의 잊혀진 전설’이 활동 당시에는 상업적인 실패를 넘어서 생계의 위협에까지 이르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노이!는 구 서독에서는 꽤 인기를 얻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들이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방법들은 최근의 ‘실험적인’ 경향의 음악에 구사되는 수많은 기법과 형식을 제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굳이 노이!라는 그룹이 훌륭한 이유를 들자면 바로 이들에 의해서 록 음악에서의 포스트모더니티(대표적으로 전자 테크놀러지/샘플링을 통한 실험)가 록이 가장 모더니티(예컨대 천재적이면서 머리가 긴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 집중할 때 모두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20010915 | 이정엽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Hallogallo
2. Sonderangebot
3. Weisensee
4. Im Gluck
5. Negativland
6. Lieber Hon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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