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6100228-0318akvariumravnodenstvieAkvarium – Ravnodenstvie (Equinox) – Triarii, 1984/1996

 

 

‘문지기 세대’의 백조의 노래

‘1980년대의 아끄바리움(Akvarium)’의 공식 데뷔 앨범(이른바 ‘셀링 아웃’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다. 공식 데뷔 앨범이라는 말은 이 음반이 멜로지야라는 레이블을 달고 나왔고, 정식 스튜디오(‘영 테크닉 스튜디오’)에서 레코딩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한번 확인한다면 이전까지 발표된 음반들은 집에 얼기설기 차려놓은 ‘간이’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것들이고, 비닐 LP가 아닌 매그네틱 테이프로 유통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도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계속 아끄바리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그건 또 하나의 스토리이므로, 이 앨범은 ‘오리지널 아끄바리움’의 백조의 노래가 되었다.

밴드의 마지막 작품은 언제나 팬들에게 새로운 감회를 들게 하지만 이 경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에 감회가 더할 것이다. 팬들에게는 이 앨범은 ‘처음으로 가져보는 아끄바리움의 LP’였다. 그렇지만 이런 감회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 앨범은 이전의 걸작들에 비해 밋밋하고 초점이 없다. 실제로 B 면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세 곡은 스튜디오의 ‘관료주의적 행정’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끝내 레코딩을 완료하지 못했고, 그 결과 6번, 7번, 10번 트랙이 급작스럽게 추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나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Incredible String Band)의 영향이 강하다. 포크에 영향받은 전원적 싸이키델리아의 무드가 지배적이라는 뜻이다. 이는 특히 “Velikij Dvornik”, “Nabliudatel’”, “Adelaida”에서 강하고, 마지막 곡에서는 [Space Oddity] 시기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영향도 느낄 수 있다. 물론 소외감을 차갑게 표현한 보위와는 달리 그레벤쉬꼬프는 따뜻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영향’을 열거한 이유는 이전 앨범들의 뛰어난 곡들이 영미의 아티스트에 ‘필적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파생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물론 첼로와 바이올린의 이중주로 시작하여 록 음악의 악기편성이 더해지면서 점층적으로 고양되는 “Lebedinaia Stal’”,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이 어우러져 폴짝폴짝 뛰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Derevo” 등은 아끄바리움만이 만들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Partizany Polnoi Luny”도 러시아인들의 음악 취향에 맞을 서정적이면서도 흥겨운 곡이다. 그렇지만 앨범 전체를 듣는다면 전작들에 비해 일관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다 듣고 나면 무언가 빈 것처럼 허전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룹을 이루었던 멤버들의 향후의 목표가 상이하게 갈라졌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사샤 꾸술(Sasha Kussul’)이 사망하는 불운도 겹쳤다고 한다. 1985년 이후 고르바초프에 의해 글라스노스찌(개방)와 뻬레스뜨로이까(재건)가 전개되면서 록 음악은 지하의 클럽을 벗어나 지상의 음악 홀과 경기장으로 분출했다. 쌍뜨 뻬쩨르부르그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이자 러시아 전체에서 가장 존중받는 밴드가 된 아끄바리움은 가장 분주한 나날을 보냈고, 그와 동시에 서서히 지쳐갔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보리스 그레벤쉬꼬프는 이런 상황을 ‘분점(分點: ravnodenstvie)’이라고 불렀고 분점 위에 선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문지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서 이를 노래로 표현했다. 이건 무슨 뜻일까. 그의 가사는 ‘러시안이라도 알아듣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므로, 백조의 마지막 노래가 된 장엄한 송가 “Pokolenie Dvonikov”를 들은 뒤 남는 묘한 여운을 느끼며 상상해 보는 수밖에. 200109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Ivan-Chai (Ivan Chai)
2. Velikij Dvornik (The Great Janitor)
3. Nabliudatel’ (The Observer)
4. Partizany Polnoi Luny (Partisans of the Full Moon)
5. Lebedinaia Stal’ (Swanlike Steel)
6. Adelaida (Adelaide)
7. Zoloto Na Golubom (Gold on the Blue)
8. Derevo (Tree)
9. Ocharovanniy Toboi (Charmed by You)
10. Pokolenie Dvonikov (The Janitor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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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러시안 록 서치 사이트
http://www.slavweb.com/eng/Russia/music/rock-e.html
Akvarium 사이트
http://www.planetaquarium.com (러시아어)
http://www.aquarium.ru (러시아어)
http://www.planetaquarium.com/eng (영어)
http://www.dharmafish.org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