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01010105-brianeno_drawnBrian Eno & J. Peter Schwalm – Drawn From Life – Astralwerks/Virgin, 2001

 

 

융합의 전략, 포용의 손길, 실험의 감소

작년과 올해 들어 ‘원로가수’의 복귀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차용하여 새삼스레 세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된 앰비언트(ambient) 음악의 파이오니아,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새 앨범을 앞에 두고 당신은 무엇을 추측할 수 있을까. 그의 오랜 팬이라면 라디오헤드 ‘따위’에게는 코방귀로 응대하며 당장 브라이언 이노에게로 달려갈 테지만, 그동안 흐른 시간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계산하자면 이번 앨범은 1997년 [The Drop] 이후 4년만의 신보인 셈인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브라이언 이노만의 창작물은 아니다. 물론 과거에도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이나 존 케일(John Cale) 등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한 앨범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데, 올해 갓 서른을 넘긴 독일 태생의 ‘젊은 피’인 J. 피터 슈발름(J. Peter Schwalm)은 피처링(featuring) 수준이 아닌 당당한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새겨 넣는다. 이로서 현재 스롯 숍(Slop Shop)이란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며 작곡가이자 드러머, 그리고 클럽 DJ인 그의 역할이 ‘ambient hip hop’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짐작하겠지만, 이번 음악은 기존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바탕으로 트립합 분위기의 드럼이 가미되었고 전작과 더불어 The MDH Band(빔 벤더스의 영화 [The Million Dollar Hotel] 사운드 트랙을 위하여 U2의 Bono와 Daniel Lanois, Jon Hassell 등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에서 구현했던 재즈적인 접근이 담겨져 있다.

그런 의미로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디자인된 앨범 커버는 음(音)과 음의 간극이 좁아지고 겹쳐져 있음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처음 앰비언트라는 이름을 달고 발표한 [Ambient 1: Music For Airports](1978)가 느슨한 구조로 소리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게 한 뒤 계속되는 음의 반복을 통해 점층적 확장을 이루어 심신의 이완을 유도했다면, 새 앨범 [Drawn From Life]의 경우는 ‘열외’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이는 한편으로 듣기에 수월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다소 체형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여백 가운데 가끔 방점을 찍는 식의 무른 구조가 아닌, 각종 효과음과 랩(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레이션일 수도 있는 보컬이) 가미되어 리드미컬하고 때로는 그루브한 ‘소리’가 흘러가니, 이전에 비하여 그리 쉽게 ‘졸음’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Rising Dust”의 에쓰닉한 사운드는 되려 FSOL(Future Sound Of London)을 모방했다고 비난받지나 않을지 짐짓 걱정스럽기까지 하며, “Like Pictures Part #2″의 묘연한 트립합 분위기는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의 보컬로 한층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오리지날리티의 의심이 가기도 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새 앨범은 브라이언 이노의 독특한 에스프리가 빠진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따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스코어 음악과도 같은 분위기는 귀를 간지럽히기에 충분하지만, 치장을 너무 한 것은 아닌지 오히려 버거운 느낌이 든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과거 앰비언트 시리즈에 비하여 대중에게 ‘포용의 손길’을 던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융합물을 첨가할 지라도 과도한 아드레날린을 유발시키지 않고 최소, 최적의 배치로 자아성찰과 정신의 유영을 그리는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파이오니아적 위치에 걸맞은 실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름다운 패스티시(pastiche)’라고나 할까. 다만 9번, 10번 트랙 말미의 공백들은 존 케이지(John Cage)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려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1954년에 발표된 존 케이지의 작품 “4분33초”의 오마주로 해석하고 싶다.

아무튼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은 여전히 풍경화를 보는 듯한 광활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그려가며 시간을 미분한 듯 늘어지지만 일렉트로닉을 넘어선, 현악기가 첨가된, 그러면서도 악기를 과용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균형이 있다. 그것은 곧 완곡하면서도 고요하게, 자신도 모르게 대기의 내음을 흡수하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으며 정지된 사물위로 흐르는 모든 것은 자가 복제하는 아메바처럼 고요히 그 수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일 게다. 결국 그것을 얼마만큼 느끼는가는 청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20010828 | 신주희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From This Moment
2. Persis
3. Like Pictures Part #1
4. Like Pictures Part #2
5. Night Traffic
6. Rising Dust
7. Intenser
8. More Dust
9. Bloom
10. Two Voices
11. Bloom (연주곡)

관련 사이트
Virgin 레이블에서 만든 앨범 [Drawn From Life] 사이트
http://www.drawnfromlife.net
EnoWeb: Bian Eno 사이트
http://music.hyperreal.org/artists/brian_eno
J. Peter Schwalm 공식 사이트
http://www.jpeterschwalm.com
J. Peter Schwalm 인터뷰 페이지
http://www.mezzmusic.com/ch_2/newzz_display.cfm?Story=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