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1한스 밴드(Han’s Band) – 떨림증 – Lis Music/HME Entertainment, 2001

 

 

여성 ‘밴드’를 희망하기

얼마전 모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한스 밴드가 나왔다. 후에 그 방영분은 ‘남한 연예계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이유로 방송사와 연예제작자협회가 팽팽하게 맞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미 ‘판이 끝나버린 상황’에 어떤 말을 보태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이 한스 밴드가 소속 기획사와의 계약 문제로 휴지기에 들어간 이후 3년만에 출연한 지상파 방송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1998년 “선생님 사랑해요”로 데뷔한 한스 밴드는 알다시피 김한나(드럼), 김한별(베이스), 김한샘(색소폰)으로 구성된 자매밴드이다(3집에는 막내 김한집(기타)이 참여해 정말 ‘온 자매 한 밴드’의 구성을 이루는 것 같다). 데뷔 당시, 이 자매밴드가 제법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단지 ‘어린 여자아이’라는 점과 인간시대에나 나올 것 같은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에 대한 어른들의 ‘호기심’ 덕분이었다.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식의 관심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러한 음악 외적인 부분들이 한스 밴드에 주목된 관심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은 대중음악산업(을 비롯한 한국사회 일반)이 성인 남성 중심의 세계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1999년에 히트한 “오락실”을 IMF 한파(소위 ‘유교적 가부장의 위기의 시대’)에 거리로 몰려난 이 시대의 가(부)장들에게 바치는 송가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중간에 좋지 않은 일로 쉬기도 했지만, 데뷔한 지 이제 4년이 되어 가는 이 밴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나름의 불만과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에 나온 3집 [떨림증]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준다. 그것을 ‘성숙’이라고 표현하든 아니면 다른 말로 표현하든 어쨌든 이들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자랐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 변화는 비록 2곡뿐이지만 본인들이 작사한 곡이 있다는 점과 리듬 파트가 예전보다 더 그루브해졌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는데, 아무리 세션의 도움을 받았다 해도 이들의 안정적인 연주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물론 쉬운 리듬을 안정적으로 연주한다는 것이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어감이긴 하지만). 단적으로 “친구야 사랑해”, “나에게 너에게”, “심심해” 같은 곡들은 마치 토이나 조 트리오, 여행스케치의 감수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만큼 리듬이 풍부하고, 가사의 전달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물론 “떨림증”이나, “작은 소리”, “리본” 같은 곡에서는 전기 기타의 충분한 드라이브감을 기대하기엔 아직 무리인가 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방가방가”나 “E.Z.M.E” 같은 곡은 주목할 만하다. “E.Z.M.E”는 보사노바 리듬이 잘 살아있는 곡이지만 곡 중반의 갑작스런 변주가 곡의 일관성을 떨어뜨려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물론 이것은 앨범을 통틀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불편한 부분들을 뺀다면 앨범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곡은 이 두 곡이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공간에서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느끼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불쾌감이 잘 드러난 “방가방가”의 경우, 작사, 작곡을 본인들이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곡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결국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이른 바 ‘여성 밴드’라는 것.

사실, 댄스 그룹만 살아남는 주류 가요계에서 이 젊은 친구들이 밴드로, 그것도 여성으로만 구성된 밴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기대를 해도 좋지 않을까? 거창하게 여성주의라는 외투를 입지 않더라도, 다만 여성의 감수성에 기반한 여성의 언어로 만든 노래를 불러줄 여성 밴드를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오버하는 것일까? 물론 ‘기획사 관리 체제’의 한국 현실에서는 무리한 욕심인 것도 알지만, 이러한 기대를 쉽게 접을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혈연적인 ‘자매애'(sisterhood)로 이어진 ‘공동체'(band)라는 생각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니까. 20010827 | 차우진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떨림증
2. 친구야 사랑해
3. 나에게 너에게
4. 작은 소리
5. 방가방가
6. 비 오는 거리는
7. 자존심
8. 심심해
9. 리본
10. E.Z.M.E
11. 아빠

관련 사이트
한스 밴드 공식 사이트
http://www.hans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