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9김진표 – JP3 – Z Ram/BMG, 2001

 

 

대중성 있게 잘 만든 팝 앨범

김진표는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후 ‘최초의 100% 한국어 랩 앨범 아티스트’라는 호평과 ‘억지라임의 황제’라는 악평을 동시에 얻었다. 또 곡들이 비슷비슷하고 지루하다, 라임에 치우쳐서 랩을 망친다는 등의 비판도 받았다. 한편 김진표의 솔로 앨범은 리듬이 강조되는 힙합이기 보다는 멜로디와 보컬이 강조되는 팝 앨범에 가깝다며 비난하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있었다. 이것이 대중들이 생각하는 ‘JP style’이었다.

그런데 누구 말도 안 들을 것 같은 김진표가 이런 세간의 비판에 신경이라도 쓴 건 지 이번 앨범에선 전에 지적되었던 많은 문제점들이 보완되었다. 먼저 Koz(노바소닉의 김영석), 이적, Ray, 천필재 등 많은 프로듀서의 참여로 다양한 음악들이 중복되고 울궈먹는 트랙 없이 70여 분간 펼쳐진다. 특히 Koz와 이적이 없었다면 [Jp3]은 ‘추천대상’이 안 되었을 것이다. 김진표는 라임과 의미 전달을 절충하면서 곡 분위기에 적절하게 – 때로는 읊조리며, 때로는 신나게 랩을 펼친다. 보컬 녹음에만 6개월이 걸렸다는데 많은 경력과 오랜 준비 기간의 성과이다. 이번 앨범은 ‘대중성 있게 잘 만든 팝 앨범’이고 김진표의 최고의 솔로 앨범이다.

‘또 렉스냐?’는 반응이 나올 법한 디제이 렉스(DJ Wreckx)의 스크래치와 김진표의 랩(“Intro”)에 이어,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을 샘플링한 “삼푸의 요정”은 김진표, 이준, 김조한, Koz의 조화가 시원시원하다. 김영석은 이런 음악도 잘 만드나 보다. 김영석이 노바소닉 풍으로 편곡한 “벌레”는 이 앨범 최악의 곡인데, 노바소닉 그만하고 이런 음악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적의 음악 센스가 놀라운 “믿을진 모르겠지만”은 무척 감성적이다. 우울하고 적막한 리듬과, 읊조리는 랩이 낮게 깔려있고, 휘파람 같은 키보드 소리 한줄기가 날라 다니며 공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크래치 소리는 곡을 맛깔스럽게 장식하고, 전화 통화 부분은 청자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다 좋은데 TV에 출연해 백댄서 동원한 스테이지를 꾸미는 건 꼴불견이다).

이후 버릴 것 없는 신나는 곡들이 이어진다. “JP Mail”, “인터뷰 I”, “인터뷰 II”는 퓨전 재즈, 이지 리스닝 풍이고 김진표의 억지 라임 말장난을 들을 수 있다. “350초 미친년 추격전”은 디스코고, “흐르는 강물처럼”은 평범한 댄스 리듬에 Ray 특유의 피아노 선율이 있는 1집과 비슷하다. “목격자는 필요없어”는 김진표의 자작곡인데 미래의 ‘JP 스타일’이 될 것인지… 또 “2001 Panic”이란 부제가 붙은 “분노, 왜!”도 있다. 패닉 4집의 예고편인가? 작곡, 편곡, 프로듀싱에 음악 성향이 다른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다보니 좀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은 아쉽다. 덕분에 전작의 그게 그거 같은 지루한 맛은 없어졌지만 앨범에서 일관됨을 선호하는 사람은 “skit” 시리즈에서 특히 고통을 호소할 듯.

이 잘 만든 앨범의 단점은 완전히 망가져 버린 김진표의 첫 자작곡 “Mama”와 “벌레”이다. 현재의 패닉 2집에 “Mama”는 가사가 바뀐 채 실려있고, “벌레”는 반주만 들어있다고 해서 이번 앨범에 실었다고 하는데 원곡을 그대로 넣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Mama”에서 주석, Shader, 래퍼悲는 서로 딴소리나 하고 있으며, “벌레”는 노바소닉 풍으로 편곡되었는데 원곡의 흥겨움과 진지함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만들 당시의 절박하고 고통스러웠던 고등학생 시절을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건지…

이번 앨범을 통해 패닉, 노바소닉, 솔로 활동의 오랜 경력이 지금의 래퍼 김진표를 만들어냈음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노바소닉 3집과 패닉 4집 활동이라고 하는데(소속사와의 계약 때문에 반드시 해야하는 것 같은데 희소식인가?), 그들의 사운드가 어떻게 되든 김진표의 랩만은 무척 기대가 된다. 아울러 그의 솔로 앨범도. 래퍼에 머물러있을 것인지, 작곡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도. 20010730 | 송창훈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Intro
2. 샴푸의 요정
3. 믿을진 모르겠지만
4. 귤
5. #skit – 빠순이의 수다
6. JP Mail
7. 인터뷰 I
8. 인터뷰 II
9. 목격자는 필요없어
10. 흐르는 강물처럼
11. 350초 미친년 추격전
12. 첫사랑은 죽었다
13. 마마 – 2001 (bounce version)
14. #skit – 2001 벌레
15. 벌레 – 2001 (fuck you version)
16. 분노, 왜!
17. 샴푸의 요정 (방송용, 이준의 랩이 빠진 것) (Bonus Track)
18. 좆같은 TV 연예 (Bonus Track)

관련 사이트
김진표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
http://jphole.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