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30022215-transglobal_yesTransGlobal Underground – Yes Boss Food Center – Ark 21, 2001

 

 

글로벌을 넘어선 ‘짬뽕’의 음향 미학

곧잘 ‘월드 뮤직(world music)’이라는 타이틀은 영미권 등 ‘제 1세계’가 아닌 다른 곳의 – 그네들 시각에서 봤을 때 – 음악을 통틀어 의미한다. 아시아도, 아프리카도, 아랍도 ‘월드 뮤직’ 안에서는 한 가족이 된다. 사실 타민족의 문화에 대한 넓은 식견이 없는 이상 ‘이건 어디고, 요건 저기야’라는 식의 장르 분류는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비평가에게도 – 웬만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 어지러움을 안겨 준다. 그렇다고 해도 ‘제 3세계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팝송’이 아닌 모든 음악을 한꺼번에 담는 ‘행위’는 분명히 뭘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 분명하다(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프리카 음악과 인도 음악을 혼동하는 것은 서양뿐만 아니라 해당국이 아니라면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떤 한 문화가 ‘권력’을 갖지 않는 이상 ‘글로벌’한 인지도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무식한 행위(?)’들이 실제 음악 씬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 주인공 중의 하나는, 1992년 런던에서 결성되어 어느 정도 완성된 결과물을 보유한 일렉트로니카 그룹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TransGlobal Underground: 이하 TGU)다. 이들은 멤버 구성원부터 다양한 민족성향을 보이며 음악 역시 다양한 ‘제 3세계’ 음원들을 혼합시킨 진정한 의미의 ‘월드 뮤직’을 들려준다. TGU는 연주자들의 ‘리얼’ 사운드를 텍스처의 주요한 질감으로 사용하며, 아프리카, 인도 등의 토속적 사운드를 음원으로 활용하는 테크놀로지의 구조적 장치(샘플링)를 십분 발휘한다(돌(dhol), 돌락(dholak), 시타(sitar)를 연주하는 음악인들이 정규 멤버로 소속되어 있다).

테크노라는 광범위한 범주 안에 TGU가 포함되는 이유는 이들이 사운드를 만드는 태도(attitude)의 근간이 ‘일렉트로니카적 작법’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본질적으로는 그들의 음악이 테크노라는 밑그림 속에 소외받고 있는(?) 세계 각지의 음원들을 콜라주시키는 것이지, ‘월드 뮤직’을 알리기 위해 테크노의 작법(혹은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을 도구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TGU의 음악 어법은 ‘춤을 유발하는 집단적인 그루브’에 있으며 보통의 댄스클럽에서도 무리없이 유통될 정도다.

TGU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Yes Boss Food Center]는 그들 특유의 월드 비트의 이디엄 그리고 ‘더욱 더 가능하다’는 식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가 덧붙여져 있다. 외양 상 소속 레이블을 바꾸고 TGU의 프론트우먼이었던 여성 보컬 나타사 아틀라스(Natacha Atlas)가 탈퇴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사운드는 더욱 다원화되었고 음원들도 양적, 질적으로 한층 더 풍부해졌다.

이번 앨범은 인도, 아프리카, 레게, 중동의 음악이 혼합된 TGU 특유의 사운드스케이프에 아메리칸 스타일의 훵크(funk), 힙합 그리고 래핑까지 담겨 있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동서양의 다양한 실험’의 장(ground)이라고 할 만한 다양성이 내포되어 있다(이런 측면을 높게 평가하는 서양의 평론가들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다소 우습게도 음악 자체는 ‘전위적’이기는커녕 시종일관 흥겨울 뿐이다. 특히 훵크 풍의 리듬 패턴에 시타의 에로틱한 스트리밍과 중동 특유의 주술적 향취가 흠씬 풍겨나는 “Bhimpalasi Warriors”는 앨범 중 가장 뛰어난 트랙이다.

전작 [Rejoice, Rejoice]가 TGU의 이디엄을 완성시킨 작품이라면, 신작 [Yes Boss Food Center]는 자신들의 이디엄을 지키면서도 ‘그 이상’을 담으려는 시도가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시도는 실험적인 작법을 통해 ‘영적 지향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에 소구된 ‘다 함께 더 많이 즐기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갖가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자신들만의 ‘흥겨운 모양새’로 만드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서양의 평론가가 TGU를 ‘다문화 댄스 악단(Multiculture Dance Combo)’의 전형이라고 칭했는데, 그 집단의 끊임없는 음악적 잡식성을 통한 자기확장, 그리고 그 속에서 계속 꿈틀댈 댄서블한 그루브는 당분간 계속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20010627 | 이은석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Drums Of Navarone
2. Spellbound
3. Scorch
4. Bhimpalasi Warriors
5. Pomegranate
6. Woodward Avenue
7. Step Across The Edge
8. London Zulu
9. Secrets And Distant Dreams
10. One Of Our Dholaks Is Mi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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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TransGlobal Underground 공식 사이트
http://www.t-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