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18竇唯(Dou Wei) – 譯·幻聽 – Rock Record, 1999

 

 

다채로운 기타 사운드로 재현하는 환청(幻聽)

또우웨이(竇唯)는 오랜 음악생활에 비하여 앨범을 많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발표하는 앨범마다 다른 색채를 띠었다. 세 번째 앨범 [山河水(산하의 물)]이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실험이었다면, 자신의 밴드를 구성하여 발표한 본작 [譯·幻聽(해석, 환청)]에서는 기타 사운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그리고 [山河水]가 조용히 산하(山河)를 읊조리고 있다면, 여기서는 도시로 돌아온 것 같다. 그 도시란 물론 그가 태어났고 살고 있는 베이징(北京)이다. 또, 또우웨이는 이 앨범을 발표하던 해 왕페이(王菲)와 이혼한 복잡한 개인사를 겪기도 했다.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짧은 서곡 “序(시작)”가 끝나면, 드림 팝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幻聽(환청)”이 이어진다. 이 곡에서는 주 코드의 진행과 상관없는 기타간주가 병행되는데 이 멜로디는 중국 ‘국악(國樂)’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곡인 “旺天下(혈기왕성한 천하)”는 “幻聽”과 유사한 기타 톤을 가지고 있지만, 보컬라인이 애절하며 아름답다. 특히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약 3대의 기타가 각기 다른 톤으로 비교적 강렬하게 진행된다.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가 전면에 등장하는 “nani(어디에)”는 이 앨범에서 가장 직선적인 사운드를 연출한다. 그리고 대부분 트랙들의 보컬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 비해 여기서는 영어로 뚜렷하게 부르고 있다. 맑은 아르페지오 연주로 시작하는 “豊收獲(풍성히 거둠)”은 톤이 바뀌면서 진행되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사운드의 공간이 처음보다 넓어진다.

여섯 번째 곡 “覺是(깨달음)”는 어쿠스틱기타가 주가 되며 멜로디 하나를 반복하고 있기에 약간 지루하다. 지저분한 디스토션이 걸린 메인 기타리프가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蕩空山(흩어진 빈 산)”은 드럼의 업비트에 맞춰 긴박하게 진행된다. 여기서 보컬은 몇 가지 영어 단어를 리버브를 통하여 반복하여 외치며, 간주부분은 곡과는 낯선 코드의 피아노 연주로 채워졌다. 이어 등장하는 “暮春秋色(사라진 봄과 가을의 색채)”은 전 트랙의 혼란을 청산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선다. 아홉번째 곡이자 이 앨범의 백미인 “愛被愛(사랑에 빠진 것을 사랑)”는 무척 느리고 지독하게 우울하다. 이 곡에서는 어두운 톤의 기타가 리버브를 통하여 메인 리프를 느리게 반복하며 소리의 공간을 넓히고 있으며, 보컬은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나즈막하게 한숨을 쉬고 있다. 마지막 곡인 “li江水(이강의 물)”의 맑은 기타 아르페지오는 물방울들이 천천히 부유하고 있는 모습을 소리로 재현한다. ‘li江(이강)’은 천하제일의 경치를 자랑하는 구이린(桂林)에 흐르는 강인데, 이 연주곡에는 또우웨이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녹아있다.

전체적으로 기타사운드의 다양한 운용은 현란하지 않고, 다채로우며 아름답다. 영어와 중국어를 오가는 보컬은 곡의 분위기에 따라 날카롭거나 몽롱하다. 앨범 자켓의 차갑고 어두운 색채인 유화의 건조한 질감은 앨범의 색채를 눈에 보이게 그려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앨범은 베이징의 록씬에서 상당한 찬사를 얻었고, 홍콩의 인디씬에서도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또우웨이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譯·幻聽]은 그의 최고작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발표되는 대부분의 앨범들에는 가사지가 있는데, [譯·幻聽]은 가사지를 포함하지 않았다. 또우웨이는 여기에 대해 “저는 글자에 의존하여 음악을 듣는 것을 반대합니다. 가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저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사위주로 음악을 듣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幻聽”의 가사는 애매한 발음으로 인하여 언어적 의미는 전달되기 힘들다. 그는 보컬의 기능을 가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두지 않고, 목소리의 음악적 특성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둔 것 같다. 20010616 | 최현찬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序, 玉樓春, 雨, 臨江仙(시작, 옥루의 봄, 비, 강의 신선이 되다)
2. 幻聽(환청)
3. 旺天下(혈기왕성한 천하)
4. nani(어디에)
5. 豊收獲(풍성히 거둠)
6. 覺是(깨달음)
7. 蕩空山(흩어진 텅빈 산)
8. 暮春秋色(저문 봄, 가을의 색채)
9. 愛被愛(사랑에 미친 걸 사랑)
10. li江水(이강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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